뜨헉! 홀리듯 산 '탑층아파트', 직접 가보니.. 바닥에 이게 뭐야?!

안녕하세요 :-) 오늘의집의 오랜 팬이자 공간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7살 딸과 부부가 함께 사는 11년 차 주부입니다. 그동안 오늘의집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아만 왔는데 그 공간에 저희의 '오늘의 집'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

이곳에서 어느새 세 번째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저는 리모델링을 하고 들어왔던 이 집의 처음보다 지금의 집을 더 사랑합니다. 집의 온기와 이야기가 날마다 켜켜이 쌓인 오늘의 집을 말이죠. 리모델링 하고 3년 차이니 살아온 공간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게 되겠네요. 필요한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

탑층에 빠지다

이전 집은 넓은 평수의 나이가 많은 아파트였어요. 올 리모델링을 하고 들어갔기에 불편함 없이 지냈지만 아이가 곧 초등학생이 될 거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같은 동네에 넘어지면 초등학교가 닿을 만큼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계절의 푸름을 눈높이에서 볼 수 있는 저층의 매력에 푹 빠져 지냈었는데 정반대로 탑층으로 오게 되면서 창밖의 푸르름을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어요. 하지만 하늘과 가까워져 탑층의 장점을 천천히 알아가는 중입니다 :-)

도면

저희 집은 11년 차에 들어선 32평 아파트 입니다. 10년 전 완공된 아파트라서 광폭 베란다가 있었어요. 거실과 작은방은 시공사 확장형이어서 32평이지만 거실이 꽤 넓은 구조라는 게 마음에 들었고, 탑층이라서 작은 다락방과 옥상 테라스를 사용하고 있어요 :-)

거실 Before

(이사를 나가시는 동시에 바로 철거가 시작되어서 사진을 남기지 못했어요. 양해 부탁드려요!)

추위에 약해서 층고가 높은 탑층은 원하지 않았는데 이곳은 거실은 층고가 적당히 높고 다락방이 아예 분리되어 있는 구조여서 좋았고, 광폭 베란다는 유일하게 앞 베란다만 남아있었지만 저는 베란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확장을 진행했어요.

다만 멀티룸으로 사용할 계획이라서 벽을 트는 확장이 아니라 단열, 새시 교체와 난방을 연결하는 확장을 진행했습니다.

거실 After

디자인적 요소는 포인트를 줄 몇 군데만 정하고 나머지는 힘을 뺏어요. 여러 차례 인테리어를 진행해 보니 예쁜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아는 일이더라고요. 무조건 예쁜 것, 유행인 것보다 내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 보폭을 맞춰주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우리의 집을 만드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예산의 범위겠지요. ㅎㅎ)

저희는 거실 생활을 좋아하고 토요일마다 함께 빔프로젝터로 가족영화를 보는 취미가 있어요. 빔프로젝터를 설치할 곳을 계획하고 전원 콘센트를 미리 빼두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이기 때문에 바닥은 진한 우드 컬러로 무게감을 주었어요. 텍스처 라인이라서 강마루지만 빛반사가 적은 편이고 결이 주는 감촉이 은은하게 느껴져 좋습니다.

가구배치에 종종 변화를 주는 편인데, 소파가 일자로 되어 있다 보니 가족이 함께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영화 시청뿐이더라고요. 그게 아쉬워서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도 나누고 다과도 할 수 있도록 배치했어요. 이제 자연스럽게 소파에 모여 앉아 대화가 끊이질 않습니다. 일자로 다시 배치하는 날은 당분간은 오지 않을 것 같아요 :-)

테이블은 주방과 거실을 유연하게 돌아다닙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공간의 조도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런저런 여러 경험 덕에 좋아하는 조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 집에는 중앙등이나 백색등은 없습니다. 오후 7시가 넘어가면 조도를 한 단계 낮추고 8시가 넘어가면 한 단계 더 낮추죠. 그 시간들을 참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형광등의 눈부신 빛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좋아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곳곳에 노란 불빛이 켜지고 우리 집 트리에도 노란불이 밝혀지니까요. 노란 불빛이 주는 편안함과 따스함이 공간과 그 안에서의 경험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생각해 보면 사방이 새하얀 시멘트 벽에 70여 명이 들어가 한곳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유명 영어학원 속 형광등이 백색등에 대한 거부감을 더 진하게 만들었던 것도 같네요 ㅎㅎ

예전에는 가죽 소파를 사용했었는데 가죽이 닿는 차가운 느낌과 덩어리의 무게감이 시간이 지나도 반갑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기능성 패브릭으로 제작된 소파를 구입해 몇 년째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

지금의 거실 모습이에요. '따로 또 같이' 의 공간으로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같은 공간 안에 있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쉼을 취하기도 하고 할일을 하기도 해요. 테이블에 앉아서 일을 할 때 혹은 주방에서 일을 할 때 거실에 함께 있지만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는 아이대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면 행복한 충만감을 느껴요.

층고가 높아 좋은데 실링팬을 왜 하지 않았는지 많이 궁금해하시는데요. 시공 직전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팬에 쌓일 먼지를 부지런히 청소해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중을 대비해 공간을 비워두었고 천장 보강은 마쳐둔 상태랍니다.

다락방에 책들을 올려두었더니 책을 수시로 읽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실 한켠에 아이의 공간을 만들었어요. 이곳에서 책도 보고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한답니다 :-)

주방 Before

가장 고심하고 공사 직전까지 수치를 확인하면서 수정했던 곳이 바로 주방이에요.

먼저 서브 주방 개념의 뒷베란다를 확장하고 기본 주방가전과 그릇 등의 수납을 위한 키큰장과 서랍장을 만들었고, 철거 불가한 내력벽을 이용해 큰 아치를 만들어주었어요. 아치의 곡선 각도를 디테일하게 요청드렸는데 제가 딱 원하는 아치를 만들어주셨지요 :-)

주방이 크지 않은 데다가 싱크대가 짧은 ㄱ 자 형태여서 식탁이 주방 안으로 들어가는 구조였어요. 저는 식탁의 개념보다 '테이블'의 개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주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원하지 않았고, 벽을 보고 설거지하는 것은 더더욱 원하지 않았기에 대면형 구조로 변경했습니다.

주방이 작은 편이어서 인덕션과 식기세척기, 싱크볼, 식탁 사이즈 등등을 세밀하게 체크해 아주 딱 맞게 맞춘 싱크대예요.

이전 집은 수도 위치를 옮겨야 하는 부담 때문에 망설이다가 아일랜드에 인덕션을 배치했었는데, 후드가 시야를 가리게 되어 답답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용기 내서) 수도와 배수의 위치를 아일랜드 조리대로 옮겨 대면형 주방을 완성했습니다 :-)

주방 After

싱크대 끝부분이 각지면 아이가 오가다가 부딪힐까 염려가 될 만큼 공간이 타이트해서 수납을 조금 포기하고 끝부분을 아치 모양 라운드로 요청해 시공했어요 :-)

대면형이다 보니 남편은 아일랜드 싱크대 라인으로 벽을 조금 올리기 원했어요. 저는 거실에서 주방까지 탁 트이는 느낌을 원했고 싱크대를 여러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고집을 부려서 완성했는데 지금은 모두가 만족하고 있어요😊

그 대신 물이 튀지 않도록 아일랜드 폭을 일반 싱크대 사이즈보다 조금 더 넓게 잡았고 앞쪽으로도 간단한 수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어요. 끝 라인이 둥근 싱크대와 아치, 시폰 커튼까지 제가 그리던 그림이 완성된 걸 보고 오랜 시간 했던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죠 :-)

주방 인테리어를 할 때 큰 그림을 제외하고 세세하게 고려했던 점 중 하나는 싱크볼이었어요. 깊은 백조싱크볼이 유행이었지만 저는 깊은 싱크볼은 불편하더라고요. 엠보가 있으면서 사각인 싱크볼을 찾다가 발견한 싱크볼인데 아주 편하게 사용 중입니다. 그리고 세제 통을 타공해서 넣었어요. 장단점이 있지만 싱크대 위에 세제 통을 올려놓지 않아도 되어 만족합니다.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늘 예상 못 했던 변수가 등장하기 마련이죠. 몇 가지 변수들에 부딪혀서 우회하고 포기하고를 반복했는데 싱크대 옆으로 있는 장은 원래 계획에 없던 것이었어요.

철거를 하고 보니 그쪽으로 보일러 제어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위에 책을 꽂을 용도로 높이를 지정해서 장을 짰어요. 하고 보니 수납도 되고 테이블로도 사용할 수 있어 나쁘지 않은 변수였던 것 같습니다.

아치 뒤로 만든 서랍장 상판은 조리대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싱크대와 동일한 인조대리석으로 올려주었어요. 이곳은 저희의 커피 테이블이자 요즘 제가 애정하는 공간이에요.

이곳에 앉아서 보는 하늘이 정말 예뻐서 가끔 멍하게 있게 되기도 해요. 작지만 확실한 힐링공간입니다.

이사 오면서 구입했던 몇 안 되는 가구 중 하나는 테이블이에요. 이전 집은 평수가 커서 큰 테이블을 사용했지만 주방의 크기가 작아져서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거든요. 큰 테이블이 필요할 때가 많아서 고민하다가 익스텐션이 가능한 테이블을 공들여 찾았어요.

제가 구입하던 시점에는 국내에는 익스텐션이 가능한 테이블이 많지 않았어요. 주로 해외에서 들여온 빈티지 제품들이거나 양옆 날개를 올리는 형태의 테이블이 대부분이었어요. 어렵게 찾아 몇 년 동안 사용 중인데 정말 만족해요 :-)

보통 식탁 위에 펜던트 조명을 내리는데 저는 테이블을 고정해두고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설치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 집에는 주로 스탠드가 많답니다.

식탁이 주인일 것 같은 싱크대 앞자리에는 테이블이 거실로 이동하면 티 테이블이 오기도 하고 모두 다 빼고 바 체어만 두고 사용하기도 하는데, 저녁식사 준비하면서 아이 공부 봐주기에 아주 좋답니다 ㅎㅎ

그리고 고민을 많이 했던 정수기 위치! 비스포크나 듀얼 정수기가 아니고는 정수기가 차지하는 공간이 적지 않기 때문에 위치가 늘 고민이거든요. 인테리어를 다 해놓고 가전이 들어오고 나면 정수기가 애매하게 위치하게 되어서 전체 그림이 아쉬워져요.

그래서 인테리어 계획할 때 미리 고민해서 라인을 빼놓으면 좋습니다. 저희는 보조 싱크대 서랍장 위가 정수기 위치랍니다 :-)

다락방 Before

다락방 After

다락방은 서비스 공간이기 때문에 난방이 따로 되지 않아요. 그래서 열선이 있는 강화 마루로 시공을 했고 스탠드 에어컨을 두어서 여름에도 겨울에도 불편함 없이 사용 중입니다 :-)

이곳은 아이의 공간으로 사용 중인데, 책을 보거나 수업을 하거나 놀이를 할 때 이곳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공간의 반은 놀이공간, 반은 도서 공간으로 나뉘어요.

코로나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여름날에는 여행 온 기분으로 이곳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친구가 오면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테라스

분양 때부터 있었던 조경과 데크는 오래되어 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에 철거를 했고, 리모델링하면서 데크를 할 계획이었지만 공사기간이 지체되면서 연결해서 진행하지 못했어요. 지내면서 조금씩 가꿔가보기로 했는데 벌써 몇 계절을 훌쩍 보내버렸네요 ㅎㅎ 갈 길이 아직 멀답니다 ㅎㅎ

테라스는 ㄷ 자 형태인데 저희는 주로 이 앞마당을 이용해요.

여름에는 물놀이, 겨울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는 것이 테라스가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지 않나 싶어요🙃

며칠 전에는 텐트를 피고 처음으로 캠핑 흉내를 내봤지요. 이제 바람이 제법 시원해져서 좋았는지 아이가 삼일 내내 테라스에서만 먹고 자고 놀더라고요. 이제 텃밭도 일구고 캠핑 용품을 조금 더 갖춰서 가을 캠핑을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

침실

다시 아래로 내려와서 침실을 소개해볼게요. 침실은 불필요한 가구나 소품은 빼고 침대와 붙박이장만 두었어요. 아직 아이와 함께 사용하고 있어 매트리스 두 개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창 밑으로 가벽을 조금 올려주었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어 핑크로 포인트를 주었지요. 그러고 보니 저희 집에 몇 개 없는 펜던트 등이 있는 곳이네요 ㅎㅎ

수면 분리에 성공하면 킹, 퀸 매트리스와 작별하고 싱글 두 개를 놓을 예정입니다. ㅎㅎ

침실은 슬라이딩 도어로 제작했어요. 아이가 가끔 아이 방에서 자는 날에는 야식을 먹으면서 빔프로젝터로 영화나 못 봤던 드라마를 함께 보기도 해요. 아 남편과 같이 보고 싶은 드라마가 또 있는데 언제쯤 같이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네요.

그래도 잠들기 전까지 이렇게 복닥복닥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고 좋습니다 :-)

붙박이장을 쭉 따라가면 안쪽에도 양쪽으로 붙박이장이 있어요. 저는 화장대를 사용하지 않아서 화장대 대신 붙박이장을 선택했어요. 너무 잘 아는 사실이지만 할 수만 있다면 수납수납수납은 무조건 입니다 :-)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이전 집에서는 붙박이장 도어를 푸시로 제작했었는데 저희는 조금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손잡이 도어를 선택했어요. 깔끔한 맛은 좀 덜하지만 가끔 급할 때는 옷걸이도 걸어두고 편하네요 ㅎㅎㅎ

마치며

매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가지만 구태여 스탠드 스위치를 누르고 캔들에 불을 붙여 빛을 밝혀주는 일,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지를 들여다봐주는 일. 그런 구태여스러운, 애써 의지를 가지고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더 편할 일들을 해주는 것은 결국 공간을 더 사랑하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내가 집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공간도 나를 가꿔주죠. 저는 오늘도 이곳에서 서로를 애정 하며 다소 수고스러운 일들을 기꺼이 하는 낭만을 누리려고 합니다. 모두 계신 그곳에서 행복한 가을을 맞이하시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