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균의 진화생태경제학]
'이로운 식물' 잡초
잡초라고 하면 뽑아도 뽑아도 끝없이 자란다. 인간을 괴롭히는 골칫거리이자 훼방꾼같다. 그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잡초는 농업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최대 25%까지 생산량에 손실을 끼친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쁜 영향만 주는 식물일까. 잡초는 토양의 습도를 유지해준다. 또 농약, 화학비료, 농기계 등을 사용하는 농법인 관행농법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간척지나 새로 생긴 황무지 같은 곳에서는 침식을 방지하고, 영양분이 비축되도록 해준다. 최소한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잡초는 '섞일 잡(雜)'에 '풀 초(草)' 라는 이름으로,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가지 풀'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잡초는 분류방식도 다양하다. 식물학적으로 분류한다면, 양치식물(문), 쌍떡잎식물(아강), 외떡잎식물(아강)로 크게 분류하고 다시 과로 나눈다. 생활형에 따라 분류할 때에는 일년생, 월년생 및 다년생 잡초로 나누고, 생활형을 다시 형태적 특징에 따라 피, 바랭이, 뚝새풀, 강아지풀, 갈대 등이 속하는 벼과, 잡초(grasses), 방동사니, 너도방동사니, 올방개, 매자기 등이 속하는 방동사니과, 잡초((sedges) 및 망초, 토끼풀, 쑥, 냉이, 비름 물달개비, 가래 등이 속하는 광엽 잡초(broad leaves)로 나눌 수 있다.
일년생 잡초는 1년 이내에 한 세대의 생활사를 끝마치는 잡초를 말하고, 월년생 잡초란 1년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첫 해에 발아하여 생육하다가 월동하고 이듬해 봄에 개화 결실한 후 생활사를 마치는 잡초를 말한다. 다년생 잡초는 2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잡초로서 주로 식물의 뿌리, 줄기, 잎 등의 영양 번식기관으로 번식을 하기도 하고, 종자번식도 하는 잡초를 말한다.

땅을 살리는 역할
잡초는 토양을 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밀집 재배되는 농작물 탓에 표층토에는 영양분이 결핍돼 있기 일쑤인데, 잡초는 땅속 깊이 뻗은 뿌리를 통해 하층토에 있는 영양분을 끌어올린다. 초원의 목초작물은 섬유소가 얼기설기 얽혀 있는 토양, 곧 구멍이 많은 ‘다공성’(多孔性) 흙이 있어야 잘 자란다. 계속된 경작으로 토양이 황폐해졌을 때 목초식물은 제 뿌리로 토양을 소생시킬 수 없다. 이때 잡초가 역할을 한다. 생존을 위해 진화한 잡초의 뿌리들은 딱딱한 토양을 뚫고 그곳에 섬유소를 채워 토양 입자를 덩어리지게 한다. 즉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다. 제초제에 의해서 죽어가는 과수원도 방치해두면 잡초가 자라 그 후로 싱싱한 과실이 맺히는 사례가 많다.
잡초가 인간들의 박해(?)를 견디고 살아남은 비결이 무엇일까. 잡초만의 독특한 생존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로 잡초는 오랫동안 땅속에서 환경이 좋아질 때까지 생존할 수 있다. 아무리 나쁜 환경이라 해도 생장이 가능하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아하는 특징도 있다. 냉이, 강아지풀, 바랭이, 명아주 등은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들 잡초들은 주변 환경에 적응해 형태를 바꾸기도 한다. 바랭이는 평지에서 자랄 때 방석처럼 사방으로 퍼져 자라고, 산철쭉 같은 관목 사이에서 나게 되면 빛을 찾아 자라기도 한다. 가뭄이 들면 물을 찾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땅이 습하면 잔뿌리를 사방으로 뻗어 줄기를 지탱하기도 한다. 심지어 시멘트 바닥에서도 자란다. 즉 어떤 환경에서도 생존하는 방법을 찾는다.
때를 가리지 않는 발아의 비결
둘째로는 해넘이(월년생) 식물이 많은 것도 잡초의 특징이다. 겨울철에도 지상부가 죽지 않고 겨울을 나는 해넘이 식물이 많다. 잎을 땅에 바짝 붙여 추위를 견디고 이듬해가 되면 꽃대를 올려 종자를 맺어 또다시 수많은 자손을 남기고 죽는다. 민들레, 망초, 개망초, 뽀리뱅이, 큰방가지똥, 지칭개, 씀부귀, 고들빼기, 냉이 등이 겨울을 나는 식물이다. 겨울을 나고 바로 씨앗을 뿌리는 것은 이때가 일년생 식물들이 사라져서 빈 땅이 가장 많기 때문인데, 이 때 씨앗을 뿌려 발아하기 좋다.
셋째로는 이들은 휴면성이 다양하고 복잡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른 봄 밭이나 정원에 눈에 띄는 잡초를 모두 뽑았는데, 돌아보면 수없이 다시 생긴다. 자신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제거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한 번에 발아하지 않고 시간 차이를 두고 계속 발아한다. 일반적으로 식물이 발아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에 반해, 잡초는 수시로 발아를 하는 것이다.
넷째로는, 성공적인 생존법으로 잡초는 '광(光) 발아'라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잡초는 일명 광발아성(光發芽性)이라고 하여 빛 종류에 따라 발아 전략을 달리한다. 원래 식물은 파란색과 붉은색의 빛은 받아들이고, 그 중간 정도인 녹색광은 반사한다. 그래서 나뭇잎이 녹색으로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잡초 씨앗에 적색광(Red)을 비추면 종자가 발아한다. 하지만 원적색광(Far Red)을 비추면 식물은 그대로 휴면 상태를 유지한다. 적색광은 다른 식물의 엽록소에 의해 흡수되기에 만일 적색광이 비추면 잡초씨앗은 발아하는 장소에는 다른 식물이 없다는 것을 인지한다. 하지만 원적색광이 감지될 때 잡초 씨앗 외에 식물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때 발아하지 않고, 생존에 유리한 시기를 기다린다.

잘 자라고, 많이 퍼뜨리는 능력
다섯째로는, 잡초는 광합성 효율이 높고 생장이 빠르다. 대부분 잡초는 새싹이 1㎝c정도로 작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몇 미터(m)까지 자란다. 광합성 효율이 높기에 생육이 빠른데, 여름이면 금방 자라서 무성한 숲을 이룬다. 식물이 뿌리에서 흡수한 물을 잎의 기공을 통해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현상인 증산 작용을 억제하는 잡초는 빛이 강한 여름에 다른 식물들에 비해 높은 성장을 하는 것이다. 즉 다른 식물들에 의해 방해를 받지 않을 때 빠르게 성장해 자연 생태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다.
여섯째로는 잡초는 종자 생산량이 많다는 점이다. 또한 종자가 가벼워 멀리 이동한다. 잡초 중 망초는 약 80만개의 종자를 만들고, 부들은 35만개 정도의 종자를 만든다. 지구의 식물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식물은 국화과 식물이다. 망초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로 이 갓털(관모)을 이용하는 종자는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한다. 부들 또한 가을이 되면 씨앗은 갓털을 부풀려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부들은 누가 심지 않아도 묵은 논이나 물 고인 고랑이 있으면 저절로 자란다. 생존력이 강한 종자를 많이 뿌리고 어디든 잘 자란다.
일곱째로 잡초들 중에는 탄소가 4개인 화합물을 매개로 포도당을 생산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바로 C4식물들이다. 수십억 년의 식물 역사에서 C4식물이 등장한 것은 불과 3200만년전쯤으로 추산되는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C3식물보다 더 정교하게 또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게 식물학자들의 관점이다.
국제미작연구소(IRRI)는 C3 식물인 벼를 C4식물로 유전자 조작하여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C4 식물은 C3 식물에 비해 광합성 효율이 높아, 벼의 생산량을 50% 더 높일 수 있다고 한다. C4 식물은 광호흡 감소와 수분 손실 감소를 통해 고온 건조한 환경에서 쉽게 생존하고, 높은 농도의 이산화탄소 공급으로 광합성 효율 증가시킬 수 있다. 이로써 더 많은 양의 포도당을 생산하기 때문에 생장 속도가 빠르다.
여덟째로, 다양한 장소에 생육하는 잡초의 염색체를 살펴보면, 2n식물보다 4n식물이 많다. 염색체 숫자가 많은 식물이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유리하다. 이때 잡초가 환경 적응력을 높일 수 있기도 해서 가뭄이나 추위, 소금 등에서 강한 잡초로 만들어 준다. 또한 생장 속도도 2n 식물에 비해 빠르게 생장을 한다. 2n 식물에 비해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하여 새로운 형질이 발현될 가능성도 높다. 병충해에 강한 저항력을 가진다. 그리고 4n 식물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2n 식물보다 적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유전적 안정성이 높아 안정적으로 번식하고 유지된다.

스타트업도 잡초처럼
어떤 정책과 전략을 예상할 수 있을까. 첫째로는 많은 종자를 뿌리는 잡초처럼 스타트업도 다양한 영역에서 수많은 창업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특정한 미래 분야에만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 특히 열악한 부분이라고 하여도 창업할 수 있게 하고, 불리한 환경에서도 살아남게 만드는 것이다. 비록 오래 성장하지 못하고 죽는다고 하여도 그 노력이 그 산업에 남아서 다음에 연속되는 창업의 밑거름이 된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창업의 시기를 구분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야 한다. 창업은 호황기이든 불황기이든 상관없다. 호황기는 호황기에 맞는 사업 모델, 불황기에는 불황기에 맞는 사업 모델이 있을 것이다. 많은 종자들이 다양한 시기에 발아를 하듯이 창업도 그래야 한다.
둘째로 잡초가 황무지에서 초목이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만들 듯, 스타트업 창업 기업들은 열악한 새로운 산업 환경에서 그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유독 빅테크 기업들 중 창업 기업이 많은 이유도 신기술에 의해서 형성되는 산업에서 대기업보다는 더 큰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한 후 결국 몇 개 기업으로 추려지는 동안, 그 분야가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산업에서 스타트업 창업 기업들이 많아지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잡초가 아무리 높은 생존율을 보인다고 해도, 살아남은 잡초보다는 사라진 잡초가 더 많다는 점을 기억하자.
셋째로 잡초의 높은 광합성 효율처럼 스타트업도 초기에 빠른 성장이 가능할 때 과감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이 단순히 투자뿐만 아니라 상장이나 기업인수합병과 같은 것에도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창업 생태계가 이런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급속도로 성장을 한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시장이 성장의 사다리를 만들 듯 한국의 벤처 캐피탈 산업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성장을 위해서 투자되는 투자금에 의해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도록 경영진 주식의 차별적 의사결정권을 인정해 자본에 휘둘리지 않게 해야 한다.
넷째로 4n 유전자가 많아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함으로써 환경 적응력을 높이는 잡초처럼 스타트업 기업들도 다양한 유전자, 즉 경험이나 가능성들을 가지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 창업에 있어 다양한 유전자가 많다는 것은 바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뜻이다. 즉 창업도 경험이 많은 사람들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지원책이나 사업들이 있어야 하고, 특히 재창업에 대한 지원도 많아야 한다. 실패한 창업의 경험이 재창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그만큼 사회적 매몰 비용이 될 수 있다. 재창업을 유도하고 책임도 덜어주는 형태의 창업 지원이 필요하다.
다섯째로는 C4식물이 성장에 유리하듯 스타트업 창업 기업들도 수평적 조직을 통해 조직의 로스를 줄이고 시장 변화를 빠르게 대응할 때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다. 즉 C4식물이 기존의 C3식물들과 다른 메커니즘으로 생육을 하듯이 스타트업 기업들도 다른 길로 가야 한다. 대기업을 흉내를 내지 않고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조직 운영으로 그 효율성을 극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 기업은 출발부터 기존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는 달라야 한다. 그 점을 정책 기관이나 투자기관이 이해하고 지원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최대 강점은 바로 많은 기회 창출과 빠른 성장이다. 이는 바로 스타트업의 조직 특징에 기인하기에 이를 극대화해야 한다.
잡초한테서 배우는 스타트업 창업 비밀은 바로 '생존율'이다. 영양분이 없어 보이는 황무지에서 생존하는 비법이다. 잡초는 싸우지 않고 생존하는 것을 제1의 전략으로 삼았다. 잡초는 사람들에게 밟혀도 옆으로 줄기를 뻗는 전략을 구사한다. 잡초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남기 위해 밟히면 일어나지 않고 옆으로 뻗어 생존하는 쪽으로 생존방법을 선택했다.
모든 창업은 초기엔 조직의 힘도 없고 사업모델도 정리가 되어있지 않고 자금도 넉넉하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빅테크 산업은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 기업들이다. 창업 정신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가 잘 나가고 세계적인 기술을 축적할 수 있다. 한국도 대기업 중심에서 창업 기업 중심으로 바꾸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에 한계를 보일 것이다. 스타트업 창업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토양 즉 정책을 구비해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잡초는 황무지에서도 살아남아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는 힘이 있다. 한국에도 그런 잡초 같은 창업기업이 많이 탄생해야 한다.
※ 필자인 하영균 에너지 11 기술대표는 어릴적 농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독일 녹색당 강령집인 생태학이라는 책을 보고 서울대 곤충학과로 진학했다. 생태적 사고가 모든 자연과 사회현상의 뿌리가 된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지역과 기업의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신발 산업에 오랫동안 종사했고 글로벌 경험을 통해 산업의 진화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폈다. 지금은 어릴적 꿈(물로 가는 자동차)이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국내 최초 나트륨 이온 전지 회사 '에너지11'을 창업해 기술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