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리포트] 계열분리 LG, 구광모 회장 오너일가 유일한 '등기이사' 존재감

LG 본사인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전경 /사진 제공=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룹 계열사 중 ㈜LG에서만 등기이사로 활동한다. LG그룹이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면서 다른 친족도 경영 일선에서 나서지 않거나 일찍이 계열을 분리했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일가도 구 회장이 유일하다. 구 회장은 최근 LG그룹의 기업가치 성장 계획에 속도를 내면서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안정적 지배력 속 ‘경영 개입 최소화’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LG그룹 총수인 구 회장은 63개 계열사 중 ㈜LG 단 한 곳에서만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미등기이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하면 LG그룹은 10대 대기업 중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비율이 1.6%로 가장 낮았다.

구 회장은 2018년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같은 해 회장을 맡았다. LG그룹은 희성, GS, LS 등의 계열분리로 현재의 구조가 만들어졌다. 2021년에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하면서 경영진 중 오너일가는 구 회장만 남게됐다.

공정위가 공시기업집단 총수일가의 경영 참여 현황을 분석하는 이유는 시장을 감시해 소유지배구조 및 경영관행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등기이사는 상법상 책임과 의무가 명확히 부여되지만 미등기이사는 법적 책임과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경영상 책임 의무를 피하면서 보수는 수령하는 경영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사로 풀이된다.

LG그룹은 구 회장이 ㈜LG 외에 계열사 미등기이사도 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상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인 지주사 대표지만 경영관행을 남용하지 않고 계열사별 전문경영인들의 재량을 보장해주는 측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상장사의 사외이사 비율 평균은 51.3%이며 LG그룹은 이보다 소폭 웃도는 53.2%였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률도 99.9%로 매우 높아 활발한 참여가 이뤄짐을 알 수 있다.

공정위는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을수록,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가 적을수록 이사회의 원안 가결률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사외이사가 총수일가 중심 경영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일정 부분 수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 회장이 ㈜LG 등기이사만 맡았으면서도 최소한의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은 안정된 지배구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LG는 구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42.5%로 일반적인 대기업집단에 비해 높다. 또 지주회사인 ㈜LG가 계열사별로 30%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는 등 출자구조를 단순화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에 무리가 없는 구조다.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현황 /자료=공정위

보상위원회 신설해 자사주 소각, 기업가치 제고

㈜LG는 그간 10대기업 중 유일하게 이사회 내에 보상위원회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보상위를 신설했다. 보상위에서는 경영진의 성과를 평가하고 적절한 보상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보상위는 경영진 등 이사진의 보수에 대한 사항을 사전에 심층적으로 심의해 독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사의 보수 한도를 결정하는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높여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효과도 낸다. 총 3인으로 구성된 보상위는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고 위원장 역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상법개정과 맞물려 자사주 소각, 중간배당 실시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실행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자사주 소각 △배당정책 개선 △중간(반기)배당 실시 등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은 보유한 5000억원의 중 절반 수준인 302만9580주를 올 9월 소각한 데 이어 2026년 상반기 내 잔여 자사주 302만9581주도 전량 없앨 예정이다. 최근 3차 상법개정안에서 자사주 의무 소각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배당성향을 60%에서 70%로 상향한다는 계획에 따라 지난해 별도 당기순이익 기준 배당성향은 76%를 달성했다. 또 올 9월 보통주와 우선주 각각 1주당 1000원의 중간배당으로 약 1542억원을 지급하며 연 2회 배당정책을 안착시켰다.

다만 ㈜LG도 다른 대기업처럼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전자투표제 도입 등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LG그룹 상장사 12곳 중 10곳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으며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적용한 곳은 전무하다.

공정위는 “소수주주권 제도 홍보와 소수주주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위한 제도 활성화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며 “올해 개정된 상법의 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규정 등은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이해상충 해결 및 소수주주의 이익 보호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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