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표가 흔들려도 결과는 똑같다…안세영, 호주오픈 첫판 완승

세계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흐름은 지금 완전히 한 선수에게 수렴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BWF 슈퍼500 호주오픈 1회전, 세계 1위 안세영은 단 29분 만에 경기를 끝내며 ‘절대강자’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상대는 세계 랭킹 145위 셔나 리. 대진이 발표됐을 때부터 경기 흐름이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코트 위에서 펼쳐진 장면은 그 예측을 더 압도적으로 뛰어넘었다. 스코어 21-6, 21-6. 두 게임 모두 흐름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완승이었다. 정말 몸을 풀듯 가볍게 코트를 휩쓸고 지나간 경기였다.

당초 안세영의 1회전 상대는 세계 59위의 인도 선수 아카르시 카시얍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카시얍을 포함해 일본의 미야자키 도모카,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 등 핵심 시드 선수들이 대회 직전 기권하면서 대진표는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안세영은 세계 145위라는 비교적 낮은 랭킹의 선수와 처음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최근 많은 하위 랭커들이 “안세영과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밝히는 사례가 늘고 있을 정도로 그녀의 위상은 이미 특별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번에도 셔나 리는 세계 최강자와 코트를 공유하는 순간 자체가 기회이자 경험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는 예상 이상으로 일방적이었다. 안세영은 특유의 움직임, 잔 실수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셔틀콕 컨트롤, 상대를 압도하는 템포 조절을 통해 리를 완전히 흔들어 놓았다. 리가 시도하는 공격 대부분은 안세영의 수비 벽에 막혔고, 랠리가 길어지면 더욱 극명한 격차가 나타났다. 경기 시간이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현재 안세영의 컨디션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이번 호주오픈이 어떤 결과를 향해 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번 대회는 안세영에게 단순한 출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번 우승이 확정된다면 여자단식 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10회 우승이라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진다. 본인이 2023년에 세웠던 9승 기록을 스스로 뛰어넘는 장면이 되는 것이다. 호주오픈 이후 열리는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제패하면 남자단식의 전설 모모타 겐토가 세운 단일 시즌 11회 우승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23살의 나이에 이런 페이스라면, 올림픽·세계선수권·월드투어파이널을 이미 우승한 선수답게 앞으로 남길 커리어가 어느 정도일지도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더욱이 지금 호주오픈에서는 경쟁자라 부를 만한 선수들이 사실상 전멸 상태다. 중국은 자국 전국체육대회 일정과 겹치면서 왕즈이, 천위페이, 한웨 등 상위 랭커가 모두 불참했고,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 역시 참가를 포기했다. 이들은 올해 대부분의 대회에서 안세영을 넘지 못하며 준우승에 머물러 왔던 선수들이다. 그나마 남아 있는 강자로는 인도네시아의 푸트리 쿠수마 와르다니 정도가 꼽히지만, 최근 기세나 전력 차이를 고려하면 안세영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는 데 대부분 의견이 모인다. 자연스럽게 이번 호주오픈의 판도는 단일 구조, 즉 ‘안세영 독주 체제’로 굳어졌다.

이런 흐름은 대회 조직위원회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호주오픈 공식 SNS는 개막 전부터 안세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홍보 전략을 구축했다. “막을 수 없는 안세영이 온다”, “에너지가 완전히 다른 레벨로 올라간다” 같은 문구는 이미 대회가 그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경기 전날, 관중석에서 동료 한국 선수들과 경기를 관전하던 모습이 포착되자 그 장면까지 대회 SNS가 빠르게 공유했다. 이는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대회 자체가 ‘안세영 효과’를 흡수하며 팬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방식이다.

안세영의 다음 상대는 대만의 동조동(59위). 객관적 전력 격차를 감안하면 큰 위기는 없어 보이지만, 그녀가 늘 강조하는 ‘방심하지 않는 자세’가 이번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오픈 이후 3주 간의 재충전 기간을 거치며 컨디션을 회복했고, 지금의 경기력은 시즌 초반 최상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여세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호주오픈 우승은 물론, 시즌 10관왕이라는 역사적인 장면도 충분히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시즌은 이미 ‘안세영의 해’라고 부를 만큼 상징적인 기록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호주 시드니에서 또 하나의 문을 열기 위한 발걸음이 가벼운 속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세계는 단순히 안세영의 경기 결과를 궁금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녀가 또 어떤 방식으로 스포츠 역사에 이름을 새길지를 기대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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