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선 “인권탄압 보이콧”…마음 편치 않은 축구 팬들 [박강수 기자의 도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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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각) 카타르에 온 축구팬 롭 윌리엄슨(44·캐나다)은 2주간 머물며 월드컵을 한껏 즐길 요량이다.
그러나 현장의 들뜬 마음들과 달리 대외적으로 카타르월드컵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부끄러운 월드컵'으로 굳어지는 중이다.
스포츠전문지 <디애슬레틱> 은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와 관련한 내부 보도 방침을 기사로 공지했고, 영국 <가디언> 은 월드컵을 보이콧하는 팬들의 생각을 모아 보도하기도 했다. 가디언> 디애슬레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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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각) 카타르에 온 축구팬 롭 윌리엄슨(44·캐나다)은 2주간 머물며 월드컵을 한껏 즐길 요량이다. 그는 “상사에게 간청해서 얻어낸 휴가를 모두 썼다. 프랑스 경기도 보고 싶었는데 티켓 네 장 사니까 한계다. 통장 잔고가 ‘더는 안 된다’고 한다”며 웃었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일군 조국에 대해 윌리엄슨은 “캐나다는 어리고 유망한 팀이다. 다음 월드컵은 우리가 주최하니 이번에 좋은 모습 보이면 홈에서 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푼 기대를 전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전이 치러진 20일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경기장은 킥오프 4시간 전부터 인파로 북적였다. 도하 중심부로부터 약 50㎞ 떨어진 광활한 벌판 위 대형 경기장까지 모래바람을 뚫고 세계 각국에서 수만명의 축구팬이 모여들었다. 개막전의 주인공인 카타르와 에콰도르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멕시코, 폴란드, 스위스, 독일, 일본, 한국 등 다양한 국가의 유니폼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임박한 축제의 흥분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의 들뜬 마음들과 달리 대외적으로 카타르월드컵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부끄러운 월드컵’으로 굳어지는 중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소셜 계정에는 “피파는 부끄러운 줄 알아라”, “내가 좋아하던 축구를 당신들이 망쳤다”, “피에 젖은 월드컵”과 같은 문장들이 댓글창을 휩쓴다. 스포츠전문지 <디애슬레틱>은 카타르월드컵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와 관련한 내부 보도 방침을 기사로 공지했고, 영국 <가디언>은 월드컵을 보이콧하는 팬들의 생각을 모아 보도하기도 했다.
카타르가 비판을 받는 건 주로 극심한 노동 착취와 성소수자 차별 등 인권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가디언> 보도를 보면, 카타르에선 2010년부터 10년 동안 경기장 등 월드컵 시설 건설에 투입됐던 이주노동자 6700명이 사망했다. 카타르는 동성애를 법으로 처벌하는 국가이기도 한데, 경우에 따라 사형까지 가능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카타르는 개최지로 선정된 2010년부터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었다.
팬들이라고 마음이 마냥 편할 리는 없다. 일주일 동안 10개 경기를 몰아볼 계획을 세우고 대서양을 건너온 니코 브레스트(38·아르헨티나)는 “(카타르가 연루된 인권 문제들을) 알고 있고 반대한다. 저는 ‘자유 국가’(free country)에서 왔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일들이다”라고 했다. 다만 이어서 “하지만 비판하려면 개최국으로 선정됐을 때 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축구팬들이나 카타르 사람들을 탓하는 일은 위선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캐나다인 윌리엄슨은 “거울을 먼저 봐야 한다. 캐나다도 캐리비언 지역에서 건너온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처우와 관련해 문제가 많다. 우리 안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비판할 자격도 있다”고 했다. 3년째 카타르에 거주하고 있다는 밝힌 아흐메드 알하피(31·요르단)는 “어느 나라나 이런 종류의 노동권, 인권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남아메리카나 아시아는 가만히 있는데 유럽에서 유독 보이콧을 말하는 건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팬들은 답을 피하거나 위와 비슷한 견해를 들려줬다. 카타르에 대한 손가락질이 과도하고 위선적이기까지 하다는 주장은 지난 19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2시간 가까이 방어전을 치른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의 발언과 결이 같다. 인판티노 회장은 “유럽인들은 도덕적 훈계를 하기 전에 본인들이 지난 3000년 동안 해온 일부터 사과해야 한다”며 “정말 이주노동자에 관심이 있다면 유럽의 이주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했다.
개최국이 카타르로 결정된 것은 팬들의 책임이 아니다. 그들을 탓할 수 없다. ‘개혁에는 시간이 걸린다’라며 카타르의 다른 현실도 봐달라는 인판티노 회장의 말에도 사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월드컵이라는 ‘디데이(D-Day)’를 정해두고 카타르가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사이 벌어진 희생에 누구도 책임지고 있지 않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위선’을 지적하는 말들은 곧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주장으로 소급된다. 이를 지켜보는 불편함은 다시 팬들의 몫이다.
알코르/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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