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쪽방촌 실태] 재정난 쪽방상담소… 주민 희망도 점점 가난해진다

보조금 대부분 인건비… 고물가 운영 난항
설상가상 후원금 줄어 "월세로 더 나가"
올해부터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끊겨

▲ 대전 동구 정동 쪽방촌에 밀집한 한 여인숙의 내부 모습. 사진=함성곤 기자

지역 쪽방생활인 등 비주거 주민들을 지원하는 대전쪽방상담소가 고질적인 예산 부족, 후원금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5일 대전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올해 지자체로부터 지급받는 보조금은 총 5억 1676만 6000원이다. 그중 인건비가 전체 예산의 68.8%를 차지했고 운영비는 3.4%, 사업비 27.8% 등으로 집계됐다.

시에서 지급하는 노숙인 시설 예산을 보면 2022년 대비 지난해와 올해 보조금이 소폭 늘었는데 이는 인건비 책정 방식이 바뀐 결과로 보인다.

시는 2022년까지 노숙인 시설에 대한 인건비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가이드라인의 80%를 적용했고 지난해부터는 가이드라인의 100%를 적용해 지급하고 있다.

대전쪽방상담소 보조금의 대부분이 인건비로 나가고 적은 사업비로 시설을 꾸려가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더욱 운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대전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의 경우 1인당 식사비가 8000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요즘 8000원짜리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지금까지 부족한 사업비는 후원금을 가지고 운영하곤 했는데 근래 후원금도 줄어 사업비는커녕 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전쪽방상담소를 비롯해 울안공동체, 희망진료센터가 입주해 있는 벧엘의집 건물 월세가 한 달에 400만원에 달하는데 매달 들어오는 후원금보다 월세가 더 많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올해부터 벧엘의집 내 희망진료센터가 비영리민간단체라는 이유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대전쪽방상담소와 울안공동체 2곳이 월세를 감당해야 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관에서 보내주는 먹거리, 물품 등의 외부 후원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는 있지만 빵, 밑반찬, 생수 등이 후원 물품으로 들어오더라도 600여명이 넘는 비주거 주민들에게 배분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원용철 대전 벧엘의집 담임 목사는 "지난해에 선풍기가 100대 들어와서 100명에게 줬으면 앞서 받았던 사람에게는 안 주는 게 아니라 벌써 고장이 나서 또 달라고 할 수도 있다"며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가난을 인정하는 정부의 무책임성의 논리다. 쪽방에 있는 사람들은 공동체가 아니라 다 빈곤한 사람들이다. 가난은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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