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의 디바’ 청정하고 무해한 박은빈의 가수 도전기

이미지: tvN

박은빈이 돌아왔다. 이번엔 청량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껏 품은 채 말이다. 지난해 ‘우영우 신드롬’을 일으킨 그는 tvN [무인도의 디바]로 매주말 우리에게 가슴 따뜻한 위로를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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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서목하에게 ‘춘삼도 탈출’은 오랜 소원이었다.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애 가수’ 윤란주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육지행’이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던 정기호 덕에 탈출의 꿈을 꾼 것도 잠시, 목하는 육지행 배에서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배에서 떨어져 무인도에 표류하고 만다. 15년이란 긴 세월을 홀로 견딘 끝에 목하는 강보걸과 강우학에게 발견된다. 두 사람의 도움으로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바깥세상은 목하가 알던 그때와는 너무나 바뀌어 있었다. 과연 목하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고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무인도의 디바]를 보고 있으면 절로 힐링되는 느낌이다. 이는 전적으로 서목하를 연기한 박은빈이 뿜어내는 끝없는 긍정 에너지 덕이다. 나이는 서른 하나지만 무인도에서 보낸 시간 탓에 마음은 열여섯 소녀인 목하 특유의 천진함과 순수함, 그리고 ‘꺾이지 않는 마음’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작품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여기에 훌륭한 가창력은 덤이다. 어린 목하를 연기한 이레 역시 탄탄한 연기력과 더불어 박은빈과의 싱크로율이 상당히 좋아서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캐릭터들 간의 관계성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극중 주요 인물들 모두 깊은 상처를 끌어안은 채 살아간다.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하며 성장한다는 서사가 눈길을 끄는데, 서목하와 윤란주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춘삼도 시절 목하에게 란주는 선망의 대상이자 도달하고 싶은 목표였다. 무인도에서 홀로 지낼 당시에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한편 란주에게 목하는 재기의 불씨와도 같은 존재다. 성대결절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한물 간 가수’ 신세로 전락했음에도 자신을 응원하고 (립싱크로나마) 꿈같은 무대를 선사한 게 목하다. 서로가 서로의 위안과 희망이 되어주는 캐릭터 서사는 보는 이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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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드라마 초중반까진 다소 개연성 문제가 있는 듯하다. 우학과 보걸이 봉사활동 중에 ‘우연히’ 목하를 구조한다거나, 목하와 란주가 전 국민이 보는 생방송에서 립싱크를 하는 사기 행각을 벌이면서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끼지 않는 장면은 다소 의문스럽게 다가온다. 목하의 가수 도전기에 ‘억지 감동’을 불어넣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싶은 정도다. 위기감을 조성하는 데에만 존재하는 빌런(기호 아버지)의 존재와 ‘진짜’ 기호의 정체를 추리하는, 이른바 ‘응팔식 남편 찾기’는 피로감을 불러일으킬 여지도 있다.

하지만 [무인도의 디바]는 이러한 떡밥들을 나름 착실하게 회수하며 지금까지의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고 있다. 강보걸이 사실 정기호였고, 또 그가 봉사활동 동아리를 만들었던 이유가 오로지 ‘서목하를 찾기 위해서’였음이 밝혀져 그간의 행보에 설득력이 생겼다. 립싱크 사태에 대해선 란주가 생방송 도중 실토했기에 불안감도 조금이나마 해소됐다. 물론 범죄라 해도 무방한 란주와 목하의 대국민 사기극(?)이 어째 유야무야 넘어간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도 남았기에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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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방영분을 기점으로 [무인도의 디바]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족들과 새로운 삶을 살던 기호가 마침내 자신에게 끔찍한 폭력을 저지른 친아버지 봉완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15년의 세월 끝에 무인도를 탈출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목하와 재기를 꿈꾸는 란주처럼, 기호와 가족들도 ‘마음의 무인도’에서 벗어날 수 있길 간절히 응원해본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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