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만 본다면 현대차는 상반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2025년 1~6월 북미에서 기록한 총판매량은 43만9280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이며, 2분기 판매는 23만5726대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하이브리드 SUV 전열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고, 고성능과 친환경, 대중성과 기술 사이의 균형을 이룬 제품군은 소비자와 시장 모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 성장세를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2025년 하반기, 현대차는 외부에서 불어오는 가장 거센 역풍과 마주한다. 관세와 세제 혜택, 정치적 불확실성, 소비자 심리 변화, 그리고 생산 거점 재편까지.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딜러 네트워크, 제품력, 하이브리드 전략이 이룬 상반기

상반기의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현대차는 SUV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고, 투싼 HEV와 싼타페 HEV 같은 하이브리드 SUV는 해당 차급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싼타페 HEV는 6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39% 증가하며 해당 월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경신했고, 팰리세이드는 상반기 5만7197대를 기록하며 대형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내연기관 세단은 점차 입지를 줄이고 있지만, 엘란트라 N은 예외다. 6월 판매는 전년 대비 33% 증가해 해당 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신형 코나는 소폭 증가(3%)에 그쳤지만, 하반기 상품성 반영 효과가 기대된다. 반면 싼타크루즈는 –31% 감소하며 픽업 유틸리티 시장에서의 고전이 이어졌다.
판매의 질적 변화도 있었다. 전체 딜러의 절반 이상이 글로벌 전시장 디자인(GDSI)을 기준으로 업그레이드를 마쳤고, 이 기반 위에서 상반기 리테일 판매는 5% 증가했다. 단순히 많이 판 것이 아니라, '잘 판' 것이다.
성장의 그림자, 관세와 IRA의 이중 압력

그러나 6월 이후 성장곡선에는 굵은 물음표가 새겨졌다. 2025년 4월부터 시행된 미국발 25% 고율 관세는 현대차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단지 중국산 부품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관세' 체계 아래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그 여파로 한국산 자동차 수출은 4월 이후 급격히 둔화됐고, 5월 수출은 전년 대비 16.8% 하락했다. 6월 현대·기아의 미국 판매량도 전월 대비 17.5% 감소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 역시 가격 인상과 정책 불확실성에 반응하고 있다. 6월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은 4만6233달러로 전년보다 1400달러가 올랐고, EV에 대한 구매 유보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아이오닉 5는 상반기 누계 1만9092대로 2% 증가에 그쳤으며, 6월 단독 실적은 –16%였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 자격 회복도 여전히 난제다. 현대차는 조지아 메타플랜트를 통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지만, 북미산 배터리 원재료 조달 및 최종 조립 요건을 완전히 충족한 모델은 많지 않다. 2026년부터는 IRA 요건이 더 강화되기에, 전기차 중심의 전환 전략은 정책 리스크에 쉽게 발목을 잡힐 수 있다.
하반기, 진짜 경쟁은 '정책 대응력'이다

결국 하반기는 숫자와 전략, 두 언어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관세라는 외부 요인을 품고도 얼마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세제 혜택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하고 소비자 설득에 성공할 수 있는가. 이는 단지 북미법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그룹 전체 글로벌 운영 전략이 걸린 사안이다.

다행히 현대차는 이 복합적인 리스크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중심의 SUV 전략은 EV에 비해 정책 민감도가 낮고, 실질 연비와 가격 경쟁력에서도 유리하다. 6월 하이브리드 전체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3%, 2분기 기준 +16% 증가했고, 전동화 모델 전체로는 상반기 기준 +20% 성장했다. 이는 '현실에 기반한 전동화 전략'이 유효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정교한 조율이 필요하다. 기술, 정책, 생산, 소비심리. 이 네 축이 동시에 흔들리는 환경에서 현대차는 어느 하나의 해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브랜드 신뢰, 정책 대응 속도,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내 공급망의 고도화가 핵심이다.
2025년 하반기, 현대차는 단순한 판매가 아닌 전략 그 자체를 증명해야 한다. 숫자의 기세가 아닌 구조의 완성도가 생존을 결정짓는 시점. 그 무게 있는 시험이 지금 막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