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간부가 주가 그래프 조작… '듀오백 주가조작' 일당의 교묘한 수법 [주말 Q&A]

김정덕 기자 2026. 5. 10. 14:4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스쿠프 주말 Q&A
리니언시 1호 시세조종 사건
기업사냥꾼과 증권사 간부 기획
재력가와 전직 축구선수도 참여
최대 6배 수익 목표였지만 실패
내부 배신으로 범행 조기 종료
검찰 “원금ㆍ수익 모두 몰수 예정”

# 증권사 간부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이 최근 법적 심판대에 올랐다. 증권사 간부, 기업사냥꾼, 재력가, 전직 축구선수, 그리고 이른바 '선수'들이 공모한 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리니언시) 1호 사건이다.

# 이들은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증권사 간부는 주가 그래프를 교묘하게 조작하는 방법으로 금융감독원의 감시망을 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1일 한국거래소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주말 Q&A에서 살펴봤다.

검찰은 이번 시세조종 사건에 가담한 이들의 원금과 수익을 모두 몰수ㆍ추징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기업사냥 전문가, 증권사 간부(범행 당시), 재력가인 인플루언서 남편, 전직 축구선수 등이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사건이 대검찰청이 접수한 '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리니언시) 1호 사건'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 범죄행위에 직접 가담한 사람이 감형을 약속받아 자수한 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건이다.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따른 것으로 향후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8일 서울남부지검 금융ㆍ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브리핑을 통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총책급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가담한 공범 6명을 불구속ㆍ약식 기소했으며,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1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시세조종 사범들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차명계좌로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289억원 이상 사고팔아 주가를 올리고, 14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Q. 어떤 방법으로 시세조종 했나 = 사건은 스스로를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작전'의 실제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기업사냥꾼 A씨와 일명 '선수(주식매매 전문가)'로 활동한 현직 증권사 부장 B씨가 2024년 말 코스닥 상장사 듀오백의 시세조종을 기획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듀오백 주식의 주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유통 물량이 적으며, 최대주주가 전체 주식의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시세조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후 플랜을 짰다. [※참고: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으면 유통 물량이 적어 시세조종의 대상이 되기 쉽다.]

[자료|한국거래소, 사진|연합뉴스] 
기획안이 나오자 A씨 쪽이 '선수'들을 추가했고, 재력가인 C씨와 또다른 '선수'들도 합류했다. 이들은 작전에 필요한 자금 30억원과 차명계좌 4개, 대포폰 등을 여행용 가방에 담아 B씨의 증권사 사무실로 전달했다.

이후 2025년 1월부터 시세조종을 시작했다. 시세조종 사범들은 265회에 달하는 통정매매와 가장매매로 최소 289억원 상당(약 844만주 매매)의 거래를 하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거래량은 평소 대비 최대 400배까지 늘어났고, 2025년 1월 13일 종가 기준 주당 1926원이던 듀오백 주가는 2월 24일 장중 4105원까지 두배로 뛰어올랐다.[※참고: 통정매매는 사전에 매수ㆍ매도 가격과 물량을 정해 짜고 하는 거래다. 가장매매는 동일인이 매수ㆍ매도 주문을 동시에 내서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미는 거래를 뜻한다.]

그럼에도 듀오백 주식의 가파른 주가 상승은 금융감독원의 감시망을 피했다. 증권사 부장이던 B씨가 전문지식을 발휘해 주가 상승 그래프가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력가 C씨는 허위 호재를 퍼뜨려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작업도 펼쳤다.

Q. 시세조종 수익 목표치보다 적었던 이유 = 당초 시세조종 사범들의 목표주가는 주당 8000~1만2500원이었다. 적게는 4배 이상, 많게는 6배 이상의 수익을 노렸던 셈이다. 하지만 감시망을 피하면서 주가를 올리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A씨 측 선수 중 한명이 주식을 팔고 해외로 잠적했고, 듀오백 주가는 하한가를 찍었다.

지난해 6월 11일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이재명 대통령. [사진|뉴시스]
이후 시세조종 사범들은 프로축구선수 출신의 주식매매 전문가를 용병으로 영입해 범행을 이어갔지만, 내부 배신으로 시세조종 사범들 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범행은 2025년 4월에 끝났다. 시세조종 사범들이 거둔 이익이 14억원에 그친 건 그래서다.

[※참고: 재력가 C씨의 경우엔 또다른 혐의도 받고 있다. 그의 배우자인 인플루언서 D씨가 필라테스 가맹 사기 혐의로 피소됐는데, 2025년 2월과 7월 일부 경찰관에게 사건 무마를 청탁하면서 유흥주점 향응과 금품을 제공했다는 거다.]

검찰 측은 "부당이득액은 물론 시세조종에 쓰인 원금 30억원까지 전부 몰수ㆍ추징할 예정"이라면서 "근본적인 범행 동기를 박탈하고 주가조작을 하면 남는 건 형벌밖에 없다는 원칙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단계 협조는 물론, 최종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 진실을 밝히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형이 면제되거나 감경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