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을 사랑한 문신, 문신을 사랑한 이들 이야기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개관 30주년]
문신이 사랑한 마산·미술관 30년의 기록 展

문신의 회화·조각 작품, 생전 사진 등 46점 전시
문신과 교류한 작가 5인·부인 최성숙 관장 작품도

문신이 직접 설계·건축한 미술관 30년 역사 소개
건축허가신청서·감정평가서 등 공문 첫 공개도

마산을 사랑했던 예술가 문신이 제 손으로 설계부터 건축까지 일궈내 1993년 문을 열었던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이하 문신미술관)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문신미술관은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며 지난 3일부터 문신이 사랑했던 마산과 문신을 사랑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문신이 사랑한 마산’과 문신과 미술관을 기록하는 아카이브인 ‘문신미술관 30년의 기록’ 전시를 시작했다.

제1전시관 1층 ‘나의 마산’ 전시장 내부 전경.

◇문신이 사랑한 마산= ‘문신이 사랑한 마산’은 문신의 삶에서 마산이 가진 의미를 담은 ‘나의 마산’, 문신을 사랑했던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정(情)’, 문신의 아내이자 미술관장인 최성숙 작가가 그린 ‘문신의 정원’으로 나눠진다.

‘나의 마산’을 전시하는 제1전시관 1층에 들어서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문신의 1946년 목판 조각 작품인 ‘어부’다. 작품에는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망을 끌어당기는 세 어부의 역동적인 모습이 담겼다. 마산에 살았던 소년시절 문신은 어선을 타는 것을 좋아했다. 바다 위 어선이 제 집이고 어부는 친구였다. 일본으로, 프랑스로 가서도 늘 마산의 바다를 그리워했다. 다시금 마산으로 돌아온 문신은 마산에 영감을 받아 그로부터 기인한 회화·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전시장에는 이렇듯 마산에서 영감을 얻어낸 ‘어부’를 포함한 문신의 마산 시절 작품 회화, 채화, 조각 등 46점과 문신의 생전 사진 등을 전시했다. 과거 전시관 유리벽면에는 대형 커튼이 있었지만 이번 전시로 풍경을 가렸던 커튼을 철거했다. 전시관 너머로 마산의 바다와 문신이 사랑했던 마산의 풍경이 비친다. 이 풍경은 ‘문신이 사랑한 마산’의 주제에 맞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문신 作 '어부'.

전시장 2층에는 ‘정(情)’을 주제로 지역 화가인 김복수, 오창성, 박기열, 강선백, 박춘성 작가의 작품 35점과 이들과 문신의 추억이 담긴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이들 5인은 과거 문신과 부인인 최성숙 관장이 소속됐던 무학화가협회 회원으로 1980년 프랑스에서 문신이 귀국한 이후 문신, 최 관장과 교류하며 문신의 창작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봤다. 이들은 문신의 작품활동을 돕고 미술관 건립 때 벽화를 그리고 조명을 함께 다는 등 문신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마산을 사랑했던 문신과 같이 5인 작가들의 화폭에는 마산과 마산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담겼다.

현재 문신미술관이 올라 있는 터는 문신과 그의 부친이 유리 온실에 꽃과 토마토 등을 길렀던 화원과 거주했던 집이 있던 자리다. 문신은 미술관을 지으면서 그때의 추억으로 작은 정원을 조성했는데, 부인인 최 관장은 그와 함께 정원을 가꿨다. 원형전시관 1전시실 ‘문신의 정원’에는 한국화가인 최 관장이 남편이 사랑한 정원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 등 49점을 전시했다.

원형전시관 1전시실 ‘문신의 정원’전시장 전경.

◇문신미술관 30년의 기록= 문신의 부친은 온실 위 언덕에서 13살의 어린 문신과 도시락을 먹다가 지평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아! 이 자리가 좋은 자리다.” 그때부터 문신의 마음에는 문신미술관이 선 ‘터’에 대한 갈망이 있었을 테다.

1930년 16살 나이에 도쿄로 유학을 간 문신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온실이 있던 터를 구매하기 위한 돈을 부친에게 보내며 모아왔다. 결국 1945년 미술관의 터를 사고 1948년에는 문신미술관의 전신이기도 한 ‘예술을 위한 전당’의 공사가 시작했다. 당시 6·25전쟁이 터지는 등의 연이은 사건들로 공사는 결국 중단됐지만, 지역에 예술을 꽃피우고자 했던 열망은 문신미술관으로 이어졌다. 그 유지를 잊지 않기라도 하듯 당시 ‘예술을 위한 전당’ 건물을 구성했던 오래된 ‘초석’은 문신미술관 제1전시관의 바로 옆 분수대에 이끼 하나 없이 놓여 있다.

문신미술관은 문신의 정신이다. 설계부터 건설, 조경과 야외바닥 무늬의 디자인 하나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야외바닥 구상에만 1년이 걸렸다. 가장 힘든 작업은 옹벽 쌓기였다. 개울이 흐르던 산이었기에 매년 비만 내리면 옹벽이 무너져내리기 일쑤라 옹벽을 올리는 작업은 10년이나 걸렸다.

마산이 내려다보이는 산에 미술관을 짓는 데 걸린 14년의 시간, 2004년 문신의 뜻에 따라 시립미술관으로 기탁하고 지역 예술을 꽃피우기 위해 추진했던 크고 작은 사업들. 그 모든 과정들과 의미가 원형전시관 2전시실 ‘문신미술관 30년의 기록’에 담겼다. 문신미술관이 소장한 기록물과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개인에게 수집한 사진·영상 등 자료들을 모아 그 흐름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었다.

원형전시관 2전시실 ‘문신미술관 30년의 기록’ 전시장 전경.

전시에는 이전에 공개하지 않았던 1985년 당시 건축허가신청서와 등기필증, 문화부의 재단법인 설립허가서 등의 공문들이 포함돼 있다. 과거 미술관 감정평가서도 있는데, 감정평가서에 따르면 작품을 제외한 당시 토지와 건축만 11억원에 이른다고 평가됐다.

한편 문신미술관의 개관 30주년 전시의 오픈식은 문신이 세상을 떠난 5월 24일에 진행된다. ‘문신이 사랑한 마산’ 전시는 오는 10월 27일까지, ‘문신미술관 30년의 기록’은 내년 3월 30일까지 열린다.

글·사진= 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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