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참여율 반토막 ‘일회용컵 보증금제’ 조건 없이 5년 연장 논란

원소정 기자 2025. 12. 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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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행 접은 환경부에 먼저 요구
道 “정책안내 불충분, 제도개선 노력”

제주도가 시행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업무협약이 지난 9월 만료된 가운데, 5년 더 연장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부가 전국 확대 방침을 사실상 철회해 제도 추진 동력이 사라진 가운데, 개선책 없이 제주도만 부담을 떠안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와 환경부는 지난 9월 '일회용품 없는 섬 제주'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2030년 9월 26일까지 5년 연장했다.

기존 협약은 2022년 9월부터 2025년 9월까지 3년간 유효했다. 협약에는 ▲일회용 컵 사용 감량과 다회용컵 활성화를 위한 컵보증금제 시행 ▲환경부의 이행·재정 지원 ▲제주도의 운영 협조 등이 명시됐다.

문제는 환경부가 '전국 시행' 정책을 사실상 접은 이후, 제주도가 오히려 먼저 협약 연장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제도 효과가 크게 퇴색된 상태에서 '선도 지역'이라는 명분만 남고 실효성은 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제주에서 제도 참여도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일회용컵 판매량은 2023년 7월 131만5613개에서 2024년 4월 43만8865개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도 참여 매장이 대거 이탈한 결과다. 이후 스타벅스가 다회용컵 사용을 중단하고 일회용컵으로 회귀하면서 판매량은 올해 10월 82만3610개까지 반등했지만, 제도가 사실상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으로만 유지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대부분 제도 이행을 포기했다.

이행률 하락은 더욱 뚜렷하다.

2023년 9월에는 대상 매장 502곳 중 486곳이 참여해 이행률이 96.8%에 달했다. 그러나 1년 뒤인 2024년 9월에는 대상 매장이 554곳으로 늘었음에도 참여 매장은 274곳으로 줄며 이행률이 49.4%로 반 토막 났다. 1년 새 참여 매장의 절반이 이탈한 것이다.

컵 반환율 역시 2023년 10월 78.3%로 정점을 찍은 뒤 47%대까지 추락했고, 최근에도 60%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속은 손 놓은지 오래다. 그동안 제주도가 지도·점검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한 매장은 고작 9곳에 머물렀다. 사실상 자율 이행에 맡겨 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장이 '조건 없는 연장'이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김정도 기후환경정책연구소(CORI) 연구실장은 "협약을 5년 연장했다면 최소한 제주도에 필요한 의무 사업자 지정 권한이나 과태료 부과 근거 마련에 대한 노력을 협약에 포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실장은 "현 상황에서는 제주도가 요청하고 환경부가 이를 받아준 형태인데, 이렇게 되면 제주도는 제도 운영에서 주도권을 잃고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협약 만료를 앞두고 조급하게 연장만 결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협약 기간에만 시행하는 일몰 사업이 아니고, 이번 연장도 기존 협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라며 "다만 정책 안내가 충분하지 못했던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전국 시행이 좌초된 상황"이라며 "제주도는 별도로 단독 시행을 추진하려 했지만, 현행법이 '전국 가맹점 100개 이상 프랜차이즈'만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 없이는 확대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경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제도 시행에 대한 어려움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