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피해자' 접경지역 주민이 왜 무릎 꿇어야 하나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 '욕설' 논란
'과다 부동산 보유자?' 이해민 의원실 '화들짝'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국감장에 울려 퍼진 '귀신 곡소리'..."제발 도와주세요"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소름 끼치는 곡소리가 들렸다고?
-응. 북한의 대남방송을 녹음한 파일이 재생된 건데 접경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피해를 소상히 알리려는 조치였어. 지난 24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방위원회 국정감사(국감)에서 김선호 국방부 차관에게,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이를 각각 들려줬지. 재생된 파일 속에는 쇠를 긁는 듯한 소리, 정체불명의 울음소리, 귀신 곡소리 등이 혼합돼 있었어. 소름 끼칠 정도로 불쾌하더라고.
-이같은 소음은 접경 지역 주민들에겐 일상이 됐다고 해. 강화군에서 6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국방위 증인으로 참석해 "이전에도 대남방송은 있었지만 이정도는 아니었다"고 토로했어. 과거 대남방송은 귀신 곡소리가 아니라 체제 선전 등에 그쳤다고 해. 또 저녁 시간대에는 방송이 끊겼지만 최근 들어서는 새벽 4시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하더라고. 소름 끼치는 소음이 새벽까지 이어진다는 이야기인데 상상만 해도 끔찍해.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트린 주민도 있었다고?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한 주민의 절절한 사연이었어. 대남방송으로 인해 딸은 구내염에 걸렸고, 아들은 새벽 4시를 넘어서까지 잠을 못 자고 있다고 하더라고. 이 주민은 "여기 계신 국방위원장님이나 (의원님들) 손자, 자녀분이 방송 때문에 너무 힘들고 잠을 못 자겠다고 하면 어떻게 얘기해주실 수 있느냐"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어.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답을 줘야 한다. 아이들이 오늘 학교에 가면서 저에게 물어보더라. 오늘 엄마가 (국회에) 가면 내일부터 소리를 듣지 않는 거냐고.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지.
-접경 지역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여. 주민들은 자구책으로 수면제와 진정제를 복용할 정도이고, 소음을 조금이라도 피하고자 진물이 생길 정도로 귀마개를 착용한다고 해. 이미 주민들이 공황에 빠졌다는 우려도 나와. 이번 국감장에 출석한 주민들은 보상을 원하는 게 아니라 소음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은 거라며 이제라도 정부가 신속히 나서달라고 간청했어.
-정부도 대책 마련에 서두르겠다는 답을 내놨다고?
-김 차관은 현장에서 바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어. 또 소음전문가를 투입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발맞출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조를 검토 중이라고 했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지역 주민들과 추가 간담회를 고려하겠다고 했어.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겠지만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접경 지역 주민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줬으면 해.
◆'과방위에서 또?' 이번엔 국감 중 욕설 논란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는데,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진짜 싸움이 벌어졌다고?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욕설을 했다는데 무슨 일이야?
-감사장에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한 직원이 쓰러졌을 때였어. 응급조치를 하는데 그 와중에 김 직무대행이 "아 XX,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했지. 민주당 등 야당이 김 직무대행의 욕설을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했는데, 김 직무대행은 처음엔 욕설을 하지 않았다면서 사과를 거부했어.
-하지만 욕설 장면은 영상에 담겼더라고.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해당 영상을 틀고 확인시키니까 김 직무대행은 "표현이 부적절했던 것 자체는 인정하고 유감"이라면서도 사과는 재차 거부했어. "개인적으로 한 말이고 누군가를 특정해서 한 말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큰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에서 저도 감정이 좋을 리 없다"면서 말이야.
-급기야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격해져서 김 직무대행에게 "국감 중 직원이 쓰러진 와중에 '사람 죽이네'(라고 하느냐) 저자는"이라고 하자 김 직무대행도 "'저자'라니요"라고 고성으로 맞받했어. 김 의원도 물러서지 않고 손가락질하며 "인마", "저 자식"이라고 거친 표현을 쏟아냈지. 김 직무대행도 "지금 뭐 하자는 거냐"며 거듭 목소리를 높였어. 최 위원장이 제지하자 잠시 뒤 김 의원은 "김 직무대행과 언쟁하면서 심한 표현을 쓴 것을 사과한다"고 했어.
-반면 김 직무대행은 끝끝내 사과하지 않았어.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김 직무대행이 정회 중 숫자로 '열여덟'에 해당하는 욕설을 했다. 또 '다 죽이네 죽여'라고 말했다"며 "국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어. 최 위원장은 결국 김 직무대행에게 국회 모욕죄로 고발하는 안건을 상정했지. 안건은 재석 22인 중 찬성 12인 반대 7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됐어.
◆"지금은 2주택자 아냐"…경실련 발표에 깜짝 놀란 이해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4일 '22대 국회의원 임대업 심사 실태'를 발표했지?
-경실련은 이날 22대 국회의원 300명 중 과다 부동산 보유자는 115명이라고 발표했어. 과다 부동산 보유 기준을 △2주택 이상 △비주거용 건물 보유 △1000만원 이상 가치의 대지 보유 의심 경우로 잡았지. 하지만 실제로 국회에 임대업을 신고한 뒤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의원은 28명 뿐이었다고 해. 경실련은 22대 국회의원 중 3명 중 1명인 115명이 부동산 과다 보유로 임대업이 의심되지만 관련 신고·심사 제도는 미흡하다고 지적했어.
-경실련은 임대업을 신고한 의원 28명과 과다 부동산 보유 기준별 신고가액 1위를 기록한 국회의원을 공개했어. 주거용 2채 보유신고 신고가액 1위로는 주택 2채에 해당하는 63억5547만 원을 신고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꼽혔지. 경실련 발표는 지난 8월 29일 국회사무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했어. 공직자윤리법 제5조에 따르면 제22대 국회 신규등록 국회의원은 임기 개시일인 2024년 5월 30일 기준으로 2개월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7월 31일)까지 재산신고를 해야 해.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최초 재산신고 이후에는 오는 12월부터 변동사항을 신고하게 돼 있어.
-그런데 홈페이지에 게시된 경실련 보도자료에 이 의원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 "해당 발표는 재산신고일 기준. 발표 이후 의원실에서 주택 1채를 매각해 현재 기준 부동산 1채(신고가액은 약 27억2800만원 상당) 보유 중임을 알려옴"이란 부분이 추가됐어. 결국 현재 기준 이 의원은 '과다 부동산 보유자'가 아닌거지. 경실련 측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추가 설명이 들어간 이유에 대해 "이 의원실처럼 알려오는 경우엔 보도자료에 반영하지만 자체 조사 과정에선 재산신고 이후 의원실의 부동산 매각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할 순 없다"고 말했어.
-이 의원실은 경실련 답변도 이해하지만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야. 이 의원실 관계자는 25일 <더팩트>에 "미국 집은 구글에서 15년가량 근무한 이 의원과 지금도 미국에서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한국 집은 이 의원 배우자가 거주한 곳"이라며 "'임대업 의심' 사례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어. 이 관계자는 "이 의원은 당선 후 '떳떳하게 의원직을 수행하겠다'며 미국 집을 내놓았지만 처리가 늦어진 것"이라며 "보유에 제한이 없는 해외주식까지 처분했는데 부정적 이미지가 씌워졌다"고 설명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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