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일흔한 살인 나는 시부모님 제사를 30년 넘게 지내왔다. 며느리가 들어온 뒤에도 제삿날이면 아들과 함께 와서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며 일을 거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들이 혼자 전화를 걸어 이번 제사에는 며느리가 오지 않겠다고 했다. 순간 서운한 마음부터 들었다.

처음에는 며느리가 제사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왜? 무슨 일 있니?"
아들에게 물었지만 처음에는 대답을 피했다.
나는 며느리가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제사를 번거롭게 생각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일 년에 몇 번 되지도 않는데 그날 하루 오는 것이 그렇게 힘든가 싶었다.
며느리는 결혼하고 12년 동안 제삿날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하지. 갑자기 안 온다고 하면 어떡하니."
그러자 아들이 한참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엄마, 사실은 제사가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아들에게 처음 듣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는 제사가 저녁에 시작한다고 생각하지?"
나는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얘는 제사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긴장해."
며느리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다. 제삿날이면 일을 조금 일찍 마치려고 며칠 전부터 업무를 정리했고 퇴근하자마자 시댁으로 와 앞치마부터 둘렀다고 했다.
상을 차리고 제사가 끝나면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을 정리했다. 집에 돌아가면 밤 12시가 넘는 날도 많았다. 그런데 다음 날이면 다시 출근해야 했다.
아들이 말했다.
"지난번에는 집에 가는 차에서 울더라."
나는 놀라 왜 울었냐고 물었다.
"몸이 너무 힘든데 엄마한테 말하면 제사 싫어하는 며느리 될 것 같아서 아무 말도 못 하겠대."

그제야 제사상에서 보이지 않던 사람이 보였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부엌을 바라봤다. 냉장고에는 제사에 쓸 생선과 고기가 들어 있었고 베란다에는 전을 부칠 재료가 놓여 있었다. 문득 지난 제사가 떠올랐다.
남자들은 거실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며느리와 부엌에서 몇 시간 동안 음식을 만들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며느리가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며느리에게는 자신과 아무 혈연도 없는 남편 집안의 제사를 위해 퇴근하자마자 몇 시간씩 일하는 일이었다.
나는 아들에게 물었다.
"너는 제사 때 뭐 했니?"
아들이 잠시 말이 없었다. 그 대답만으로 충분했다. 그날 나는 냉장고에서 준비해둔 재료를 다시 꺼냈다. 전은 세 종류에서 한 종류로 줄이고 나물도 몇 가지만 하기로 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 몇 가지는 아예 사기로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둘 다 와. 대신 네가 부엌으로 들어와."

그해 제사에는 음식이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며느리는 정말 와도 되냐고 몇 번이나 물었고 나는 "제사 지내러 오는 거지 일하러 오는 거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들과 남편도 함께 상을 차리고 설거지를 했다. 음식은 줄었지만 이상하게 제사가 끝난 시간은 훨씬 빨랐다.
이 이야기는 실제 중년과 노년 가족들의 제사 경험과 고부 관계에서 있었던 여러 사연을 바탕으로 일부 내용을 재구성한 실화다. 전통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전통이 계속되려면 누군가 한 사람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제사상이 조금 작아진다고 부모를 기억하는 마음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좋은 전통은 옛날 방식 그대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사람도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모습으로 조금씩 바꾸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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