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문화교류·창작 거점 공간… ‘문화발전소’ 자리매김
옛 전남도청 부지 지하에 2015년 개관
지상공간은 광주시민들의 휴식처 활용
융복합 콘텐츠 창작·제작·유통 등 선도
실험적인 작품 제작의 산실 역할 수행
개관 10주년 대비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4대 전략 목표·분야별 추진 과제 선정
9일 광주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입구에 설치된 75m 높이의 미디어 월 화면에 눈이 쏠렸다. 대형 화면에 한글을 구성하는 점과 선, 면의 기하학적 도형이 흩어지다가 다시 합쳐지는 모습이 신기했다. 시민이 휴대용 단말기에 입력한 문자가 소리와 영상으로 전환돼 화면에 나타났다. 화면에서는 한 글자가 다른 글자로 변화하거나 글자를 이루던 자음과 모음이 다른 도형을 만들고 게임적 요소로 바뀌다가 어느새 사라졌다. 글자를 입력해본 광주시민 정우성씨는 “한글이 저렇게 다양하게 쓰이는 모습에 놀랐다”며 “나도 미디어 아티스트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 문화 창·제작 발전소… 개관 후 1280만명 방문
ACC는 2005년 설계 공모를 통해 우규승 건축사의 ‘빛의 숲’이 선정되면서 건립을 본격화했다. 전체 연면적 13만9217㎡에 지상 4층, 지하 4층 규모로 국립중앙박물관과 예술의 전당보다 크다. ACC의 특징은 5·18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옛 전남도청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해 지하 25m에 조성된 점이다. 우뚝 솟은 마천루 같은 대규모 건축물이 아니다. 지상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거대한 규모의 ACC를 만날 수 있다. 대신 지상공간은 다양한 광장과 조경으로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문화정보원에서는 아시아 문화자원의 보존과 활용을 위한 아카이브 구축과 서비스, 시민 아카데미, 인문 강좌 등 교육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현장에 들어서 있는 민주평화교류원에는 민주와 인권, 평화의 가치를 담은 콘텐츠가 있다.
2005년 개관 이후 ACC를 찾은 누적 방문객은 지난달까지 1280만3879명이다. 개관 당시 87만7922명에서 다음해인 2016년 207만8588명으로 200만명을 넘겼으며,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에는 288만8189명으로 300만명에 육박했다. 코로나19로 감소한 방문객은 올해 10월 말 기준 140만8127명으로 예년 수준으로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중장기 발전 계획 수립… 아시아 문화 선도 기관 우뚝
ACC는 개관 10주년을 대비해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개관 이후 6년간이나 전당장이 없는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됐다. 올해 처음으로 전당장에 취임한 이강현 전당장은 중장기 전략 부재로 전당 사업의 방향성이 표류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전당 직원들의 태스크포스 회의를 거쳐 초안을 만들고 경희대 문화예술경영연구소에 중장기 발전 계획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지난 9월 ACC가 내놓은 중장기(2023∼2027) 발전 계획의 핵심은 세계 수준의 아시아 문화 예술 선도 기관 확립이다. ACC가 아시아 문화의 교류와 교육, 연구 등 문화 가치를 확산하는 문화의 창(窓)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장기 발전 계획의 기본 방향은 플랫폼 기능을 활용한 참여와 상호 작용, 온·오프라인 병행 구도 활성화, 빅데이터에 기반한 이용자 중심 문화 서비스 등이다.
이를 위해 ACC는 4대 전략 목표와 분야별 세부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4대 전략 목표는 △지역-국가-세계 단위 관계망 기반 강화 △아시아 연구 및 아시아 융·복합 콘텐츠 창·제작 활성화 △아시아 가치의 사회적 인식 및 이해 제고 △복합문화 예술 기관 조직·서비스 역량 강화 등이다.
ACC는 아시아 문화교류 플랫폼 기능 수행을 위해 국내외 관계망 구축에 나선다. 아시아 예술 공동체 확대와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ACC형 특화 공적 개발 원조(ODA)를 개발, 운영한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 2년 주기의 중장기 핵심 주제를 선제적으로 내놓았다. 아시아 문명사를 3단계로 나누고 2023∼2024년 아시아의 도시 문화, 2025∼2026년 도시민의 생활 양식, 2027∼2028년엔 아시아의 예술을 주제로 아시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2023년의 중점 업무는 융·복합 콘텐츠로 아시아문화가치를 확산하는 선도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일이다. 실험적인 문화 기술 융·복합 콘텐츠 생산을 위해 국제 레지던시와 창·제작 시설을 지원하고 장비를 개방한다. 아시아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연을 개발하고 신년·송년 음악회와 클래식 거장 공연, 브런치 오케스트라 등 시민과 관객과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화전당을 아시아 문화 허브로 만들겠습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이강현(사진) 전당장은 10일 문화 예술을 대표하는 공연 콘텐츠의 연구와 창·제작뿐 아니라 관람객 수요에 부합하는 대중 친화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전당장은 재임 기간 ACC 방문객 목표를 연간 500만명으로 잡았다. 이 전당장은 “2019년 290만명에 달하던 방문객이 코로나19 이후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야외 공간인 하늘마당을 개방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개선 작업을 통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방문객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 시간 직장인을 위해 문화창조원과 문화정보원의 운영 시간을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8시까지 연장했다”며 방문객 늘리기에 나섰다.
이 전당장은 “2025년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했다”며 “방안보다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제작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당의 정체성에 결합했다”고 강조했다. 중장기 발전 계획과 관련해 이 전당장은 “ACC의 존재 이유를 문화와 예술, 기술의 교류와 융·복합을 통한 아시아 문화가치 확산에 두고 있다”며 “교류와 연구 조사, 아시아 가치 확산 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아시아를 선도하는 기관으로 성장하는 게 ACC의 미래 모습”이라고 했다.
지역사회와 소통에 대해, 이 전당장은 “지역사회를 콘텐츠를 함께 생산하는 협력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역의 역사, 문화자원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당의 창작 공간을 개방하는 교육과 프로그램 운영을 확대하겠다”며 “부임한 이후 광주시와 정례협의회를 갖고 한국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예총),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을 포함한 시민연대 소통협의회를 발족해 지역의 목소리를 꾸준히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당장은 지역 상생 성공 사례를 이미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ACC주차장을 개방하면서 전당 인근 동명동에서 영업하는 사업장 298곳을 협력 가게로 지정했다”며 “협력 가게 이용 고객은 ACC주차장을 1시간 무료로 이용하고, 전당 이용 티켓을 보여주면 가게에서는 무료 음료 제공과 음식값 할인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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