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남은 美 대선…후보 수혜주에 베팅하는 투자자들

미국 대선을 10여 일 앞둔 가운데 투자자들이 특정 후보의 수혜업종에 베팅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 제공=뉴욕주 감사원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베팅 시장에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은 60%, 해리스의 승리 가능성은 40%였다. 10월 초까지만 해도 두 후보가 거의 동일한 수준이었으나 최근 몇 주간 급등했다.

폴리마켓은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 코로나19 백신 출시 시기, 2020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 등을 정확히 맞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폴리마켓에서 실제 돈이 걸린 베팅이 일어나서 여론조사보다 폴리마켓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WSJ은 폴리마켓이 4개의 계정이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란 베팅에 총 3000만달러의 가상자산을 투자하면서 최근 트럼프의 승리 확률 급등한 것이라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증시에서는 트럼프의 승리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그의 소셜미디어(SNS) 회사 트럼프미디어 주가가 급등했다. 트럼프미디어는 3월 상장 후 큰 변동성을 보이다 지난달 23일 12.51달러로 저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후 베팅 시장에서 트럼프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자 160% 가까이 폭등해 이달 16일에 31.26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거래량도 급증했다.

최근 트럼프미디어 주가는 소폭 하락했으나 시가총액은 60억달러에 가깝다. 지난 분기 매출이 200만달러에도 못 미쳤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가가 펀더멘털보다 지분 57%를 보유하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가상자산 업계를 지원할 것이라고 선언한 후 코인베이스와 같은 가상자산 관련주도 트럼프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 비축 전략과 가상자산 규제를 강조해온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겠다고 약속했다. 코인베이스는 이달 들어 약 25% 급등했다.

증시에서 이와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자 일부 트레이더들은 대형 투자자들이 트럼프미디어나 코인베이스와 같이 트럼프 관련주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베팅 시장에서 트럼프에 투자한 것으로 추측한다.

일부 투자자들은 선거와 관련된 변동성을 최소화하거나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 탐색에 나섰다.

UBS글로벌자산관리의 커트 레이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융과 유틸리티 부문이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높은 수익률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레이먼은 “유틸리티는 배당 흐름이 좋고 경제 환경에 관계없이 합리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전형적인 방어주”라며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에너지 수요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금융 부문에 대해 “해리스 행정부가 현 상태를 유지하든,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은행 관련 규제를 완화하든 양쪽 다 금융업에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선거와 연계해서 중요한 투자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래퍼텡글러인베스트먼트의 낸시 텡글러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기술주가 저조하고 금융주와 에너지주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