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도저히 못 하겠어요"…내게도 찾아온 강제 급여의 시간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19. 09:03
[반려동물 삐뽀삐뽀] 반려동물의 간병: 강제 급여 이야기 (글 : 홍수지 수의사)
우리가 잘 몰랐던 동물 이야기, 수의사가 직접 전해드립니다.
'반려동물 간병'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병'이라는 단어를 반려동물 뒤에 붙여서 낯설 뿐, 심각한 병이 아니어도 반려동물을 아프지 않도록 돌보는 모든 일이 간병에 포함될 수 있다. 단순하게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먹이는 일에서부터, 위생적인 관리와 질병에 따른 식이 관리와 체중 관리, 운동 제한, 재활 운동까지 포함하는 꽤 넓은 영역의 일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의 시간 한편에는 그들의 질병과 노화가 자리 잡고 있고, 필수적으로 간병의 시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간병이 쉬운 일은 아니다. 1인 가구라면 더 어렵다. 환자가 사람인 경우 간병인을 고용할 수도 있지만 반려동물의 경우는 다른 손을 빌리기가 어렵다. 대신할 인력을 구할 수 없고, 구했다고 해도 아픈 반려동물이 낯선 손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 우리의 반려동물은 어디가 아픈지 말하지 못하며, 질병 관리를 위해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고, 질병에 대한 치료 의지도 크게 없어 보이며, 약을 먹이려는 우리를 피해 도망을 가고 물기도 하며, 입에 안 맞는 처방식은 냄새만 맡고 돌아서는 냉정함을 가지고 있어 우리를 속상하게 한다.
간병에 많은 영역이 있지만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식이와 관련된 것이다. 특정 질환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때 식이는 가장 기본이다. 식이 알레르기, 췌장염, 당뇨, 비뇨기 결석 환자의 경우는 그 중요도가 더 높다. 그러나 처방식은 기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대부분 먹기를 거부한다.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된 식습관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반려동물에게도 보호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 환자처럼 맛이 없어도 몸에 좋으니 참고 먹거나 회복을 위해 억지로 한술 뜨는 일은 결단코 없다. 굶는 것보다 뭐든 스스로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하는 것만 먹다 보면 질환이 다시 나빠진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조금 먹는 것보다는 회복기 동안 필요한 칼로리를 적절히 보충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두 끼 굶어서 안 먹으면 그때부터 '강제 급여'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루 필요량을 계산하여 정하고, 그 양을 하루 동안 수차례 나누어 강제로 먹이는 것이다. 고양이는 콧줄(얇은 관을 한쪽 콧구멍으로 넣어 식도까지 넣음)을 장착하여 먹이는 경우가 흔하고, 개의 경우는 입천장에 처방 캔을 발라주거나 물과 함께 갈아서 주사기로 먹인다. 가끔 숟가락으로 먹이는 게 편하다고 하는 보호자도 있다. 예전에는 처방 캔을 물과 섞어 믹서기에 갈아서 급여해야 했는데, 요새는 칼로리가 표기된 액상 사료들이 나와서 좀 더 수월하게 먹일 수 있게 되었다. 싫어하는 건 변함없다. 사료 회사에서 처방식의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맛있어질 수는 없는 모양이다.
강제 급여를 시작하면 물리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더 큰 부분은 안 먹으려고 발버둥 치는 애들을 보는 일이다. 며칠 해보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도저히 못 하겠다, 그냥 먹고 싶어 하는 거 주면 안 되냐, 무슨 사는 낙이 있겠냐 호소하는 보호자가 많다. 지난번 진료 때 설명한 내용들은 사라지고 없다. 답답함을 들어주고, 처음 입원했을 때 안 좋았던 상태를 상기시키고, 조금은 안정된 수치를 보여주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해보겠다며 체념한 듯 돌아가신다. 왜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 고비만 넘으면 좀 더 나은 상황이 기다리고 있기에 단호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내게도 강제 급여의 시간이 찾아왔다. 3월 말부터 앙꼬가 밥을 먹지 않았다. 4월 한 달을 콧줄을 넣은 채로 지냈다. 하루 4번 강제 급여를 했고, 하루 두 차례 몇 종류의 약을 먹였다. 피하수액도 하루 두 번 주사했다. 주말에도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집에 머무르며 함께 있었다. 1인 가구여서 도와줄 다른 손이 없었다. 다행히 앙꼬가 대부분의 처치에 유순하게 응해줘서 혼자서도 가능했다. 그래도 쉽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급여를 하기 위해 잠을 설치는 날이 연달아 있기도 했다.
열심히 급여를 했지만 날이 갈수록 앙꼬의 등뼈는 더 도드라졌다. 급여를 하고 나면 메스꺼운지 굵은 침을 한겨울의 처마 밑 고드름처럼 턱에 매달고 곧 토할 것 같은 얼굴을 보자니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우리가 잘 몰랐던 동물 이야기, 수의사가 직접 전해드립니다.
'반려동물 간병'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간병'이라는 단어를 반려동물 뒤에 붙여서 낯설 뿐, 심각한 병이 아니어도 반려동물을 아프지 않도록 돌보는 모든 일이 간병에 포함될 수 있다. 단순하게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먹이는 일에서부터, 위생적인 관리와 질병에 따른 식이 관리와 체중 관리, 운동 제한, 재활 운동까지 포함하는 꽤 넓은 영역의 일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의 시간 한편에는 그들의 질병과 노화가 자리 잡고 있고, 필수적으로 간병의 시간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간병이 쉬운 일은 아니다. 1인 가구라면 더 어렵다. 환자가 사람인 경우 간병인을 고용할 수도 있지만 반려동물의 경우는 다른 손을 빌리기가 어렵다. 대신할 인력을 구할 수 없고, 구했다고 해도 아픈 반려동물이 낯선 손길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거기에 더해 우리의 반려동물은 어디가 아픈지 말하지 못하며, 질병 관리를 위해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고, 질병에 대한 치료 의지도 크게 없어 보이며, 약을 먹이려는 우리를 피해 도망을 가고 물기도 하며, 입에 안 맞는 처방식은 냄새만 맡고 돌아서는 냉정함을 가지고 있어 우리를 속상하게 한다.
간병에 많은 영역이 있지만 가장 기본이면서도 어려운 부분이 식이와 관련된 것이다. 특정 질환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때 식이는 가장 기본이다. 식이 알레르기, 췌장염, 당뇨, 비뇨기 결석 환자의 경우는 그 중요도가 더 높다. 그러나 처방식은 기호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대부분 먹기를 거부한다.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된 식습관을 단번에 바꾸는 것은 반려동물에게도 보호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 환자처럼 맛이 없어도 몸에 좋으니 참고 먹거나 회복을 위해 억지로 한술 뜨는 일은 결단코 없다. 굶는 것보다 뭐든 스스로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하는 것만 먹다 보면 질환이 다시 나빠진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조금 먹는 것보다는 회복기 동안 필요한 칼로리를 적절히 보충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두 끼 굶어서 안 먹으면 그때부터 '강제 급여'라는 방법을 선택한다. 하루 필요량을 계산하여 정하고, 그 양을 하루 동안 수차례 나누어 강제로 먹이는 것이다. 고양이는 콧줄(얇은 관을 한쪽 콧구멍으로 넣어 식도까지 넣음)을 장착하여 먹이는 경우가 흔하고, 개의 경우는 입천장에 처방 캔을 발라주거나 물과 함께 갈아서 주사기로 먹인다. 가끔 숟가락으로 먹이는 게 편하다고 하는 보호자도 있다. 예전에는 처방 캔을 물과 섞어 믹서기에 갈아서 급여해야 했는데, 요새는 칼로리가 표기된 액상 사료들이 나와서 좀 더 수월하게 먹일 수 있게 되었다. 싫어하는 건 변함없다. 사료 회사에서 처방식의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맛있어질 수는 없는 모양이다.
강제 급여를 시작하면 물리적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더 큰 부분은 안 먹으려고 발버둥 치는 애들을 보는 일이다. 며칠 해보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 도저히 못 하겠다, 그냥 먹고 싶어 하는 거 주면 안 되냐, 무슨 사는 낙이 있겠냐 호소하는 보호자가 많다. 지난번 진료 때 설명한 내용들은 사라지고 없다. 답답함을 들어주고, 처음 입원했을 때 안 좋았던 상태를 상기시키고, 조금은 안정된 수치를 보여주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해보겠다며 체념한 듯 돌아가신다. 왜 그 마음을 모르겠는가. 하지만 이 고비만 넘으면 좀 더 나은 상황이 기다리고 있기에 단호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내게도 강제 급여의 시간이 찾아왔다. 3월 말부터 앙꼬가 밥을 먹지 않았다. 4월 한 달을 콧줄을 넣은 채로 지냈다. 하루 4번 강제 급여를 했고, 하루 두 차례 몇 종류의 약을 먹였다. 피하수액도 하루 두 번 주사했다. 주말에도 꼭 필요한 외출 외에는 집에 머무르며 함께 있었다. 1인 가구여서 도와줄 다른 손이 없었다. 다행히 앙꼬가 대부분의 처치에 유순하게 응해줘서 혼자서도 가능했다. 그래도 쉽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급여를 하기 위해 잠을 설치는 날이 연달아 있기도 했다.
열심히 급여를 했지만 날이 갈수록 앙꼬의 등뼈는 더 도드라졌다. 급여를 하고 나면 메스꺼운지 굵은 침을 한겨울의 처마 밑 고드름처럼 턱에 매달고 곧 토할 것 같은 얼굴을 보자니 지금 하는 일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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