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은 많이 먹을수록 좋다? No, 정답은 ‘균형’
- 수용성 비타민은 녹아서 배출된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 영양제 섭취,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
건강을 위한 식단을 강조할 때, 대부분 ‘영양소의 부족’에 초점을 맞춘다. 현대인들의 식단에서는 늘 ‘부족’이 먼저 거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영양 과잉의 시대’라고 말하지 않는가. 대체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걸까.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경우, 어지간해서는 부족할 일이 없다. 굳이 꼽는다면 단백질 부족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과 근육 성장,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가 널리 퍼지며,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에 대한 정보도 많이 알려졌다. 게다가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보충제도 다양하게 나와있다.
영양소 부족이 지적되는 지점은 비타민, 무기질, 그리고 섬유질이다. 현대인의 선호도가 높은 가공된 음식은 대개 영양 불균형을 동반하며, 그중에서 가장 흔히 지적되는 것들이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한 식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양의 보충이 아닌 ‘균형’이다. 부족한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적극적인 섭취에 초점을 맞춰 권장하는 것이지, 필요 이상으로 과다한 섭취는 마찬가지로 독이 된다. ‘영양소가 풍부하다’ 혹은 ‘몸에 좋다’라는 이유로 많이 먹었던 음식이 있다면, 반드시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비타민’에 초점을 맞춰보기로 한다.
과유불급, 비타민도 예외는 아니다
비타민에는 생명을 의미하는 라틴어 ‘Vita’가 붙어있다. 이 때문에 마냥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영양소는 무엇이 됐든 ‘과유불급’이다.
비타민은 수많은 종류가 있지만, 물질적으로는 수용성과 지용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타민 C와 비타민 B군은 수용성으로 분류되며, 비타민 A, D, E, K는 지용성으로 분류된다. 물에 녹아 흡수 및 배출이 용이한 것들은 수용성, 지방에 용해되는 성질로 간이나 지방조직에 저장되는 것들이 지용성이다.
수용성 비타민의 경우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 물론 초과량이 적당할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수용성 비타민 역시 너무 고용량으로 섭취할 경우 배출을 담당하는 신장에게 과부하를 줄 수 있다. 신장이 충분히 배출해내지 못한 비타민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용성 비타민은 지방에 용해되기 때문에 대사 과정에서 지방과 함께 흡수된다. 사용하고 남는 지용성 비타민은 간 또는 지방조직에 저장되며, 이후 필요할 때 빠르게 운반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단편적인 장점이며,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쌓인 지용성 비타민은 종류에 따라 부작용을 초래한다.
수용성 비타민, 과도할 때의 문제점
수용성에 해당하는 비타민 C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가장 먼저, 소화계 문제를 들 수 있다. 비타민 C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 자체가 위장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설사, 메스꺼움, 복통 등 소화불량의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본래 필요 이상으로 섭취한 비타민 C는 잉여 수분과 함께 배출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장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 문제다. 비타민 C의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옥살산’은 신장을 비롯한 배뇨계에 발생하는 결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너무 높은 용량의 비타민 C는 비타민 B12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충분한 양의 비타민 B12를 섭취하고 있음에도 B12 결핍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비타민 C의 과다 섭취로 인한 현상일 수 있다.
한편, 비타민 B군의 경우 종류도 다양하고, 담당하는 기능도 제각각이다. 그중에서 비타민 B1, B2는 부족할 경우의 문제가 주로 다뤄지며 과다 섭취로 인한 문제는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 B12의 경우도 일반적으로는 안전하지만, 고용량 섭취 시 가끔 알레르기 또는 발진을 경험하는 사례가 있다. 그 밖의 비타민 B군에 해당하는 것들은 종류에 따라 과도 섭취 시 부작용을 초래한다.
먼저 비타민 B3(니아신)은 과다 섭취 시 피부 발진과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B6(피리독신)의 경우 과도한 섭취가 신경계 손상의 원인이 된다. B9(엽산)의 경우 과도하게 섭취하면 B12의 결핍으로 인한 증상을 숨길 수 있고, 이로 인해 빈혈과 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비타민 B군을 보충하기 위한 영양제를 섭취하고 있다면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용성 비타민, 과도할 때의 문제점
지용성인 비타민 A는 간에 축적될 수 있는 성분이다. 과다 섭취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두통이나 어지러움, 구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 과다 섭취가 계속될 경우 독성이 만성으로 발전해 간 손상, 관절통증, 탈모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비타민 D는 칼슘 대사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하면, 비타민 D가 과도하게 섭취될 경우 체내 칼슘 농도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 구토, 갈증, 빈뇨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인 과다 섭취가 이어질 경우 신장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도 있다.
비타민 C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으로 꼽히는 비타민 E 역시 과도한 섭취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비타민 E의 기능으로는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항응고 작용이 대표적이다. 적당한 수준일 경우 혈액이 더 원활하게 흐르도록 돕지만, 섭취가 과도하면 상처 부위의 혈액 응고까지 방해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 K는 이와 반대로 작용한다. 혈액 응고 인자의 합성을 촉진함으로써 상처 발생 시 출혈이 멎도록 하는 것이다. 당연히 과도 섭취에 의한 부작용도 반대다. 비타민 K가 과도하면 혈전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따라서 비타민 E와 비타민 K는 상호 균형이 중요한 관계라 할 수 있다.
비타민, 과도한 섭취를 예방하려면?
사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식단에서 비타민의 과도한 섭취를 걱정해야 할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부족한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 흔히 어떤 음식에 ‘비타민이 풍부하다’라고 표현하더라도, 실제 포함된 비타민 양은 절대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리 많은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식단으로 너무 과식을 하지 않으면 필요한 만큼의 비타민은 자연스럽게 충족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포인트는 ‘보충제’다.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문제들을 부각시키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으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 보충제가 난립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타민의 섭취량과 실제 흡수량은 다르다는 점을 겨냥해 설득을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실제로 비타민 섭취량이 부족하다면 보충제를 먹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일단 먹어보자’라는 식의 접근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건강검진이나 전문가 상담을 통해 현재 영양 상태를 파악해보는 것이 먼저여야 마땅하다. 자신에게 부족하거나 과도한 비타민이 있는지, 절대적인 섭취량이 문제인 것인지, 체내 흡수율이 문제인 것인지 등을 명확하게 판단한 다음 식단과 보충제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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