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떠나 어쩌나"했는데…김밥집 사장님도 '활짝', 경제 '들썩'인 비결

김온유 기자 2024. 10. 16. 0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I-노믹스가 바꾸는 지역소멸]⑦강원 양구 (종합)
[편집자주]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 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 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공짜예요" 퍼주는데 돈이 된다…지역경제 들어 올린 '괴력의' 사람들
충북도청 역도팀 소속 장혜준(24) 선수가 275kg 스쿼트를 하고 있다./사진=김온유 기자

지난 5일 찾은 강원 양구군 용하리에 위치한 용하체육관에는 충북도청 역도팀의 훈련 준비가 한창이었다. 헬스기구인 스쿼트 렉을 옮기며 바벨(역기)에 20kg이 넘는 원판을 4~5장씩 끼워넣었다. 웨이트 트레이닝 3대 운동 중 하나인 스쿼트를 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용하체육관은 전국에 몇 곳 없는 역도 전용 경기장으로 전국체전 등 대회가 가까워질 때면 전국 각지에서 선수들이 찾는 전지훈련 명소다.

양구군청에 따르면 양구군은 최근 3년간(2021~2023년) 총 24개 종목, 333개의 스포츠대회를 개최했다. 3년간 총방문 인원은 약 78만3000명으로 이에 따른 경제효과는 566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는 축구와 테니스, 펜싱 등 12개 종목 51개 스포츠대회, 6개 종목 52개 전지훈련을 유치해 167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뒀다. 강원도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방자치단체지만 이같은 공격적인 스포츠마케팅으로 침체된 지역경제까지 되살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양구군에서는 △하나증권 제79회 전국학생선수권 테니스대회 △2024 청춘양구 배꼽컵 전국 유소년 축구 페스티벌 △제29회 김창환배 전국남녀펜싱선수권대회 △강원도 전국체전 대표팀 합동훈련 등이 진행됐다.

이렇게 양구로 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양구군스포츠재단(이하 재단)이 운영하는 최신식 시설과 아낌없는 지원이 있다. 재단이 운영하는 체육시설은 △양구 종합운동장 △초롱이 테니스장 △하리 제1야구장 등 총 12곳이다. 여기에 올 연말 완공 예정인 제2실내테니스장, 내년 4월 조성될 양구 종합스포츠타운 등과 같이 스포츠시설 기반 구축 사업이 지속되고 있다. 재단은 아울러 군에 방치돼 있는 군부대 유휴시설에도 환경정화사업이 마무리되는대로 파크 골프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양구군에서 진행된 펜싱경기 모습/사진제공=양구군

특히 양구군을 선택한 전지훈련팀은 전액 무료로 시설 사용을 할 수 있다.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숙박비용과 간식비용도 제공받는다. 연주원 충북도청 역도팀 감독은 "5년째 용하체육관으로 전지훈련을 오는데 올 때마다 기록이 좋아져서 간다"며 "좋은 시설과 먹을거리 등 선수들을 케어하기 좋은 환경이라 계속 찾게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각종 협회나 연맹이 스포츠대회를 개최할 때도 시설 이용료가 무료다. 대신 양구군은 대회 유치비의 20~30% 이상을 지역 업체에서 소비하도록 약정을 맺는다. 국방개혁 2.0으로 관내에 자리잡고 있던 육군 2사단이 없어져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양구군의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 셈이다. 올 상반기에만 167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뒀고 연내 약 300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영미 양구군스포츠재단 사무국장은 "양구를 찾는 스포츠인들이 연간 27만여명인데 2사단 해체로 줄어든 인구가 약 8000명 정도 된다"며 "대회 유치로 인한 경제 효과가 사단 해체로 인한 인구감소 등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구군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A씨(65세)도 "수십명의 체육인들이 와서 한두 달씩 상주를 하니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군인들의 빈자리를 이들이 채워주고 있다"고 지역 상황을 전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인 양구군의 인구는 △2020년 2만2278명 △2021년 2만1748명 △2022년 2만1383명 △2023년 2만1056명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접경지역으로 군부대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졌던 양구는 현재 안정적인 스포츠마케팅으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모범사례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양구군은 스포츠마케팅을 중심축으로 인구감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스포츠마케팅이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사업이 아닌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든든한 발판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체육인들이 관계인구, 생활인구로 정착해 지역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구군에서 진행된 농구대회 모습./사진제공=양구군
공 차고, 바벨 들고…"300억 경제효과" 인구 2만 이 동네 활기찬 비결
서흥원 양구군수/사진제공=양구군

"'작지만 강한 양구'는 스포츠마케팅으로 인구의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하고 있습니다."

서흥원 강원 양구군수(사진)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접경지역으로 군부대에 의존한 경제구조와 계속되는 인구감소로 경제침체를 이겨낼 새로운 대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스포츠마케팅'을 그 해답으로 제시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로 양구군은 1990년대 초부터 약 30년간 스포츠마케팅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양구군스포츠재단이 운영하는 12개 시설 이외에도 각 읍면에서 관리하는 생활체육 시설까지, 축구·펜싱·역도·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다. 그냥 방치하면 애물단지가 될 수 있는 체육시설을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매달 많게는 10회 이상의 체육대회와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있다. 또 스포츠마케팅으로 체육인들이 유입되면서 늘어난 생활인구와 관계인구가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도 양구군은 상반기에 축구와 테니스, 펜싱 등 12개 종목 51개 스포츠대회, 6개 종목 52개 전지훈련을 유치해 167억원의 경제효과를 달성했다. 서 군수는 "남은 하반기에도 각종 국제대회와 전국 단위 대회를 유치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큰 대회는 다년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며 "올 연말까지 3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어 "타 지자체와 차별화해 각종 협회나 연맹에서 스포츠대회를 개최할 때 대회 유치비의 20~30% 이상을 지역 업체에서 소비하도록 약정을 맺는다"며 "이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들이 실질적으로 경제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양구군은 관련 시설을 더 많이 확충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서 군수는 "양구읍 고대리 일원에는 종합스포츠타운을 내년 4월까지 조성하고, 축구장과 야구장, 실내훈련장 등으로 구성된 양구 종합체육공원 조성사업도 2026년 말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지역 내 방치돼있던 군부대 유휴부지를 활용해 파크골프장과 국궁장 등을 조성 중이다.

서 군수는 앞으로도 스포츠마케팅과 관광을 결합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인구소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달 기준 양구군 인구는 2만740명이다. 강원도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지자체로 인구감소지역에 속한다. 그는 "지자체별로 추진하는 경쟁적인 인구 늘리기 정책은 한계가 있다"며 "스포츠마케팅을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심축으로 해 지역 소비 증진과 홍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양구군의 특색을 살린 관광 콘텐츠와 스포츠마케팅과 관광을 결합한 정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