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작된지 '5일'만에 ''6개의 계열사가 전부 노조 집회 열었다는'' 대기업

노란봉투법 5일, 판교에 번진 집회 물결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불과 닷새 만에 IT업계의 심장부 판교가 들썩였다. 네이버 본사 앞에 계열사 노동자들이 모여 임금·복지 격차 해소와 본사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달라진 법의 프레임이 현장을 바꾸고 있고, 이 변화의 첫 무대에 네이버가 서게 되었다.

6개 계열사, 한 목소리로 ‘원청 교섭’ 외치다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NIT), 엔테크서비스(NTS),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 6개 계열사 노동자들이 한날한시에 본사 앞으로 모였다. 이들은 법인 분리로 인한 임금·성과급·복지의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었다고 지적하며, 본사가 사용자로서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처우 개선 요구를 넘어, 의사결정 구조 자체의 재설계를 전제한 문제 제기로 무게가 실렸다.

법이 바꾼 사용자성, ‘진짜 사장’이 누구인지 따진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사용자성의 재정의이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주체를 사용자로 본다. IT업의 특성상 프로젝트 중심의 ‘유연한 분업’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인력·예산·업무 배분에서 본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직접 교섭 요구가 가능해진다. 이는 계열사 구조 전반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법 시행 이전부터 사실상 ‘선제적 적용’에 가까운 현장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온건에서 강성으로, IT 노조의 체질이 변한다

국내 IT 노조는 오랫동안 온건한 협상 노선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방식과 수위가 달라졌다. 연봉 3배 격차, 성과급 차등, 복지 포인트·의료비·자녀지원 등 디테일에서 누적된 박탈감이 결집의 동력이 되었다. 카카오, 넥슨, 한컴 등으로 이어지는 집회·파업 가능성 언급과 조직화 속도가 붙으며 ‘플랫폼-게임-콘텐츠’ 전반으로 운동성이 확장되는 양상이다. 업계는 프로젝트 지연과 인력 유출 위험을 우려하면서도, 교섭 구조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네이버의 선택, 교섭 테이블의 재설계가 관건

네이버는 그간 법인별 교섭 원칙을 유지하며 본사의 직접 교섭엔 신중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통과로 상황이 달라졌다.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본사가 사용자로 인정될 여지를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고, 그 경우 임금·복지·인력 운영의 표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통합교섭을 전제로 한 표준안 제시, 차등 최소화의 로드맵, 성과 연동의 투명한 기준 공개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동시에, 계열사별 업의 특성과 수익 구조 차이를 반영해 유연성을 남기는 세부 설계가 필요하다.

변화의 파급력, IT 생태계 운영 방식의 전환점

이번 집단 행동은 한 회사의 노사 이슈를 넘어 산업 운영 방식의 전환점을 시사한다. 플랫폼·게임·콘텐츠 업종은 민첩성과 유연성이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그 민첩성이 ‘비표준’으로 작동해 온 부분이 있었다. 사용자성 확대를 전제로 한 새 법질서가 정착되면, 프로젝트 파견·파견형 협업·용역 중심 구조의 재점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거버넌스의 투명화, 평가·보상 기준의 공개, 복지 표준 상향이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법의 시행이 끝은 아니다. 시행령·가이드라인·판례를 통해 산업에 맞는 적용 틀이 서야 하고, 그 과정에서 IT의 민첩성을 보전하는 협약 기술이 노사 모두에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