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로 환자 아바타 보여줬더니! '독감 백신 맞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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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속 ‘환자’만 봐도 면역체계 반응… 스위스 연구팀 “예방적 면역 활성화 가능성”

“실제 병에 걸리지 않아도, 병든 사람과의 접촉만으로도 우리 몸은 방어 태세에 들어갑니다. 심지어 그 사람이 실제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사진 : 픽사베이

가상현실(VR) 기술이 인간 면역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스위스 제네바대학교(University of Geneva)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병든 사람을 가상현실에서 접했을 뿐인데도 실험 참가자들의 면역 반응이 실제로 활성화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는 248명의 건강한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뇌 활동을 측정하는 기기에 연결된 상태로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감염 증상이 있는 가상 인물(아바타)들이 존재하는 세계에 들어갔다.

일부 아바타는 기침, 발진 등 명확한 감염 징후를 보였으며, 다른 아바타는 공포에 질린 표정이나 중립적인 표정을 지었다.

연구 결과, 감염된 아바타들이 참가자에게 근접했을 때 참가자들의 뇌에서는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가 강하게 반응했다.

이는 뇌가 위협이나 중요 자극을 감지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다.

놀라운 점은 생리학적 변화도 감지됐다는 것이다. 해당 참가자들의 혈액 샘플에서는 병원체 탐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천 림프구(innate lymphoid cells)의 활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감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면역 반응과 유사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면역학자 카밀라 잔두스(Camilla Jandus) 교수는 유로뉴스 (Euronews Health)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시각적 노출만으로 몇 시간 안에 면역 세포의 반응이 측정된 것은 우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라고 말했다.

이는 인간의 뇌가 실제 접촉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감염 위험을 인지하고, 면역 시스템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잔두스 교수는 “감염이 몸에 침투한 이후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며, “VR을 활용한 이러한 조기 경고 시스템이 면역계를 미리 자극해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아직 뇌와 면역계 사이의 정확한 작동 메커니즘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VR을 통한 면역 반응이 실제 백신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강도와 지속성을 가지는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실험 결과가 ‘몸이 위협 신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보 시스템’처럼 작동한다는 기존 이론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불안, 염증, 통증, 구토, 기침, 설사 등은 모두 잠재적 건강 위협에 대한 보호 반응으로 이해될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더 많은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며, 세균 혹은 바이러스성 위협에 노출되는 다양한 VR 시나리오에 따른 면역 반응 차이를 분석할 계획이다.

또한 VR 환경이 백신 면역 반응을 보조하거나,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한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 도구로도 활용 가능할지를 모색하고 있다.

끝으로 잔두스 교수는 “실제 바이러스나 알레르겐에 노출되기 전에 몸이 이미 이에 대비하고 있다면, 면역 반응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 유로뉴스 헬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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