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오래타도 질리지 않네..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는 2007,8년 한국 수입차 판매량 1위를 질주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엔고에 따른 차값 인상으로 비판을 받았고, 2018년 노재팬 운동이 시작되는 등 다양한 악조건으로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다.

작년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라인업을 대거 재정비하면서 부활을 준비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가격은 걸림돌이다. 엔저시대인데 수입국이 일본이 아닌 미국이라서다. 역으로 달러 강세가 심각한 문제다.

여기에 국산차 상품성이 좋아지고 독일 수입차에 대한 허들이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일본 브랜드 대중차의 메리트가 감소했다. 이런 직격탄을 혼다가 제대로 맞았다.

혼다가 가장 강한 시장은 미국이다. 그 다음이 중국이다. 두 곳 모두 완벽한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재 국내에 수입되는 혼다 차량 생산국은 미국이다. 수입차의 경우 볼보, 폴스타, 테슬라는 이미 중국 생산분을 들여온다.

혼다가 달러 강세에 따른 가격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친화적인 가격을 책정하려면 미국 이외에 중국 등 수입국 다변화가 절실해 보인다.

이번에 시승한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글로벌 컴팩트 SUV 시장의 대표 주자다. 국산차 중에는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와 경쟁하는 준중형 SUV이지만 차체가 커지면서 중형급으로 올라섰다. 실용성과 합리적인 구성으로 수많은 이들이 패밀리카로 선택하는 차다.

6세대 CR-V 하이브리드는 국내에 올해 초 출시한 풀체인지 모델이다. 184마력의 전기 모터가 장착된 e-CVT 시스템과 결합된 2.0L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은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혼다의 장점인 실용적인 실내 구성과 완성도 높은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강점이다. 먼저 하이브리드 사양은 1.5 터보와 다르게 블랙 하이그로시 몰딩, 19인치 블랙 색상의 휠이 적용된다. 하이브리드를 강조하기위해 별도의 디자인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좋아 보인다.

전면의 디자인은 최신 혼다의 디자인 언어를 사용해 수평을 강조하는 기조가 돋보인다. 좌우 라이트 상단부분과 그릴이 이어져 있어 깔끔한 인상을 준다. 범퍼 좌우 끝단에는 공기배출구가 위치해 스포티하다. 전반적으로 기교없이 깔끔한 인상으로 수수하지만 잘생긴 모습이다.

측면 디자인은 헤드라이트부터 테일램프까지 이어지는 수평 직선의 캐릭터라인, 바디 클래딩의 조화로 도심형 SUV지만 심플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이다. 각진기보다는 둥근 모습에 가까운 바디 형상으로 인해 측면을 보면 차체가 크게 보이지 않지만 중형 SUV에 버금갈 정도로 전장이 길다.

3세대 싼타페(DM)보다 단 5mm가 짧을 뿐이다. 화려하던 전작에 비하면 단정해졌다. 플래그타입 사이드미러와 큰 면적의 유리는 시원한 시야를 제공한다. 우측 사이드미러에 사각지대를 비추는 카메라가 적용되었다. 아쉽게도 운전석 사이드미러는 평거울이 달렸고 카메라가 없는 점은 아쉽다.

CR-V가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세로형 테일램프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안쪽으로 살짝 찔러넣어 볼보 XC60이 연상된다.  스포츠카에서 볼법한 테일램프 그래픽이 돋보인다.

실내는 플로팅타입의 9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7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자리한다. 전반적으로 화려함보다는 단정하고 쓰임새 좋은 구성을 갖췄다. 직관적인 버튼 배치와 촉각 피드백을 정확히 전달하는 물리버튼을 꽤 많이 배치했다.

대쉬보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송풍구는 허니콤 패턴 그릴이 적용되어 깔끔한 인상을 준다. 기어노브는 버튼식에서 물리적인 쉬프터로 회귀했다. 최신차다운 면모는 줄었지만 전반적으로 사용성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나이대의 소비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버튼식 쉬프터, 엠비언트 라이트, 화려한 계기판 그래픽으로 무장한 요즘 신차 인테리어에 비해 CR-V는 보다 확실하고 간단한 조작을 위해 물리버튼을 살렸다는 느낌이 든다. 모든 버튼들이 직관적인 조작감을 가지고 있으며 구분감이 확실하다. 주행시 오조작의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처음 타는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도 모든 부분들을 조작하기 간편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화려한 그래픽 대신 단순한 UXUI를 적용했다. 계기판도 동일하다. 자칫하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시도지만 깔끔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2열의 경우 도어 포켓이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등받이 및 방석 각도가 적절해 장거리 탑승시 편안한 착좌감이 특징이다. 주로 패밀리카의 용도로 사용되는 차량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본분에 딱 맞았다. 뿐만 아니라 2열 방석이 바닥으로 꺼지면서 평탄화에 도움을 주는 다이브시트가 적용되었다.

트렁크는 2열을 접으면 최대 1113L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접지 않은 상태에서 골프 캐디백 4개를 넉넉하게 싣을 수 있는 크기다. 동급 최대의 적재공간으로 캠핑, 차박 같은 레저활동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에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파워트레인은 2.0L 엣킨슨사이클 엔진을 기본으로 2개의 모터가 장착된 e-CVT로 구동한다. e-CVT는 모터의 위치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혼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독특한 점은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구동에 개입하지 않는다.

184마력의 모터가 저속을 포함한 일상영역에서의 구동을 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엔진은 그저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에 그친다. 하지만 고속영역과 급가속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모터를 바이패스해 엔진이 직접 구동축에 개입한다. 즉 고속영역에서는 147마력의 엔진만이 구동을 담당한다.

직병렬 하이브리드지만 모터 구동이 대부분인 직렬형에 가까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주행을 모터로 수행하다보니 부드러운 가속감과 정숙성이 돋보인다

엔진과 모터가 동시에 구동력을 전달하지 않는 구조지만 모터, 엔진 변환시 이질감이 전혀 없다. 주행질감이 일품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보다도 이질감이 적은데다 전기모터의 넉넉한 출력으로 배터리 충전량만 넉넉하다면 대부분 시내주행은 엔진 구동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자동변속기의 변속 패턴을 적용한 로직이 적용된데다 직결감까지 뛰어나 급가속을 해도 e-CVT가 늘어지는 감각은 거의 없다.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뒷받침하는 서스펜션 세팅 또한 매력적이다. 탄탄하지만 어느정도 컴포트한 성격을 지녔다. 도로 노면의 적당한 피드백을 전달할 뿐 불쾌한 진동이나 출렁임을 제대로 거슬러 준다.

차고가 높은 SUV지만 코너를 돌아나감에 있어서 불안하지 않다. 스티어링 또한 유격이 없고 타이트한 기어비가 적용되어 조작감이 우수하다.

연속적으로 코너를 거세게 밀어 붙이거나 큰 요철을 만나도 차량의 거동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하는 패밀리 차량인 만큼 차량 조작의 안정성이 높아 위험한 상황이 발생되지 않게 셋팅한 셈이다로 보인다.

자동차에 화려한 내외장 디자인, 다양한 신기술 접목도 좋지만 기본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조장치의 간편한 조작부터 차량의 거동, 제동 성능, 내구성 어떤 요소에서도 부족함이 보이지 않는다. 검증된 혼다의 내구성과 품질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소유할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다.

한  줄  평

장점 : 탄탄한 승차감에 걸맞는 운동성능, 질리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

단점 : 아무리 달러 강세라고 해도..오로지 가격이 걸림돌

정원국 에디터 wg.jeong@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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