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넘는 대출 받아가며 산업 안전용 라이다 센서 국산화에 전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라이다 생태계 확대 예상하며 창업
주문제작 병행하며 7년간 연구 매진… 근·중거리 모두 인식하는 센서 개발
중도포기 위기, 수요 확신하며 극복… AI와 결합, 산업 재해 최소화에 기여
경북 경산시 경북테크노파크에 있는 나노시스템즈는 라이다(LiDAR) 센서를 2020년에 개발했다. 라이다 센서는 적외선 부근 파장의 레이저를 쏘아서 주변을 인식한다. 자율주행차량에 많이 쓰여 널리 알려졌다.
라이다 센서는 자동화 시스템의 눈과 같은 것이어서 쓰이는 곳이 많다. 철도나 지하철 역사 내의 철로 안전문(스크린 도어)에도 붙어 있고, 공장에서 제조 공정 중 위험한 곳이나 물품을 옮기는 모바일 로봇 등에도 쓰인다. 나노시스템즈는 자율주행차량용이 아닌 모바일 로봇이나 산업 안전용 라이다 센서를 개발했다.
나노시스템즈는 올해 매출액이 5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영업이익은 3억∼4억 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한 지 11년째인 올해 처음 투자를 받았다. 창업과 동시에 투자를 받는 여느 스타트업과는 다른 행보다.
24일 경북테크노파크에 있는 나노시스템즈 사무실에서 만난 지창현 대표이사(50)는 “2013년에 창업해서 제품 개발에 7년이 걸렸다. 제품이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으니, 이제 투자를 받으며 회사도 알리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 철도 승강장 안전문의 외산 센서 대체
나노시스템즈의 라이다 센서 중 매출 효자 품목은 철도 승강장 안전문에 쓰이는 라이다 센서다. 열차 출입문과 안전문 사이에 사람이 감지될 경우 안전문을 열어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한다. 외산 센서가 초기에 많이 설치됐지만 지금은 국철 구간을 중심으로 나노시스템즈의 제품이 많이 쓰이게 되었다.
지 대표는 “2D(2차원) 외산 센서는 원래 제조 공장 등에 쓰이던 센서로 아주 얇은 평면만 인식하는 데 비해 우리 제품은 평면뿐만 아니라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의 수십 cm 공간도 인식할 수 있고 눈과 비, 고출력의 전자파 내성도 우수하다”고 했다.
나노시스템즈의 라이다 센서는 3차원(3D) 플래시 형태다. 카메라의 플래시처럼 레이저를 한꺼번에 넓은 면적으로 쏘아서 단번에 특정 장소를 파악한다. 센서의 전면부 상하좌우로 약 110도의 화각으로, 10m 정도의 거리까지 한꺼번에 인식한다. 마치 사진을 찍는 것처럼 사람의 형상을 감지한다.
라이다 센서는 멀리 인식하려면 기술적인 어려움이 커진다. 자율주행차량용은 100m 정도의 거리의 사람이나 물체를 인식한다. 지 대표는 “자율주행차량용 센서를 개발하는 곳은 조 단위의 투자를 받아 기술을 개발할 정도”라며 “자율주행차량뿐만 아니라 산업 안전 분야에도 쓰일 곳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근거리(10m 이내)와 중거리(30m 이내)용 라이더 센서 국산화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라이다 센서를 만드는 곳은 물론 나노시스템즈만이 아니다. 지 대표는 “다중 변조 주파수 알고리즘을 개발해 30m 이내 거리에서는 오차를 ±1% 이내로 줄였고, 근거리와 중거리 인식을 단일 제품으로 구현한 것이 차별점”이라고 했다.
나노시스템즈는 이런 기술들을 적용해 철로 안전문 외에 실외 배송 로봇, 물류용 실내 모바일 로봇, 무인 골프 카트 센서 등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라이다 센서와 열화상 센서를 결합해 이상체온 등을 감시하는 제품도 있다.
● 주문 제작품 납품과 국책 과제로 버텨
지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중견기업에서 컴퓨터 솔루션을 파는 기술영업을 담당했다. 그는 “영업을 하면서 독자적인 제품이 없으면 계약을 맺기 쉽지 않다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며 “미래 성장성이 큰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시장 조사를 하던 중 기술 자문을 해 주시던 대학의 교수님으로부터 자율주행차량이 나오면 라이다 센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고심 끝에 라이다 센서로 방향을 잡고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자율주행차량 라이다 센서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근거리 및 중거리 라이다 센서 개발을 목표로 했다. 영업 활동을 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철도 안전문 등에 쓰이는 라이다 센서를 해당 기관들에서는 국산으로 쓰고 싶은데, 만드는 곳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외산을 쓴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배경이 됐다.
지 대표는 “산업 안전용이나 모바일 로봇 등 수요가 확실해 보이는 곳들이 보였다”며 “내가 직접 가진 기술이 없으니 시장의 수요부터 알아보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자본금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모은 자금 등으로 1억5000만 원가량을 댔다.
기술 개발을 위해 관련 분야를 전공한 대학원 학생을 고용하고, 대학원 등록금을 대 주면서 회사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지 대표는 “연구 인력 양성에 최선을 다했다. 제품을 팔 자신은 있었기에 센서만 제대로 만들자는 열망이 아주 컸다”고 했다. 대학원생들과 함께 외부의 연구 과제들 중 규모가 작더라도 할 만한 것들을 수행했다. 이런 실적을 조금씩 쌓아 제법 큰 국책 연구과제도 맡을 수 있었다. 라이다 기술로 경북 지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용역을 병행하며 7년을 연구에 매달렸다.
그는 “자본금이 바닥나고 제품 개발도 생각보다 지체되면서 창업 3년, 5년 즈음에 그만둘 생각도 났지만 시장의 수요가 명확해 보였고, 개발한 기술이 아까워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나노시스템즈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영남대 등 외부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면서 6건의 국내 특허와 1건의 국제 특허, 그리고 상표권을 등록했다.
그는 창업 초기에 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 대표는 “2010년대 중반에는 자율주행차 라이다 센서에만 너무 많은 관심이 쏠려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며 “조금씩 쌓아둔 기술력 덕분에 기술신보 등을 통해 1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지금까지 버텼다”고 했다.
● “인공지능(AI) 결합해 제조 공정 안전 높일 것”
지 대표는 라이다 센서로 인식한 특정 공간에 대한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처리해 산업 안전을 높이는 분야에도 진출을 시작했다. 그는 “제조 관행상 자동화 기계를 멈추지 않고 근로자들이 기계에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곳에 라이다 센서를 설치해 정확하게 사람만 인식해 기계를 비상 정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며 “공장의 효율을 해치지 않고 안전을 최대한으로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산업 안전용 로봇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도 구상 중이다.
탐지 거리를 늘리고, 위험 인지 행동에 대한 AI 기술을 쌓아 실내외를 가리지 않는 위험·재해용 라이다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경산=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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