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규제 완화, 기대와 현실 사이

지난 6월 24일, 정부가 농어업인이 아니더라도 농림지역에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자연 속의 삶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도시민들의 오랜 꿈인 ‘전원주택 라이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진행 남두진 기자 | 글 성호건 대표(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031-775-8025 / www.kodlab.co.kr)
한때 위협적이었던 코로나라는 질병은 이미 많이 지나간 전무후무한 해프닝이 되었지만 당시의 팬데믹은 여전히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이전에 24시간 운영되던 카페와 음식점들을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밤늦게까지 마시던 술 문화 역시 현저히 줄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이후로 많은 사람이 도시 생활의 답답함을 잘 참지 못하고 교외에서의 넓은 공간을 즐기고자 하는 갈망이 더욱 대중화가 됐다. 양평에서 꾸준히 중개업과 전원마을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는 필자는 이를 더욱 피부로 느낀다. 부유층만 누리던 ‘별장’, 은퇴한 분들의 산물이던 ‘전원주택’을 떠나 이제는 3040세대들도 원하는 ‘주말주택’, ‘세컨드하우스’, ‘스테이사업’, ‘1억 원대 주택’ 등 다양한 키워드로 자연과 가까워지고자 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수요와 잠재적 고객이 더 많아졌음에도, SNS나 방송에서는 ‘전원주택의 몰락’, ‘급매물과 경매가 쏟아져 나온다’는 말들이 성행할까. 다른 이유는 없다. 그것도 역시 하나의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경험했을 땐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이 측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우리는 한 문장으로 정확히 좁힐 수 있다.

‘땅과 빈집들은 많으나 좋은 가격과 좋은 입지에 살 만한 부동산이 시장에 없다’
조금 어려운 얘기일 수는 있지만 전원주택지로서 거래가 많이 되는 토지의 법적 용도지역은 ‘계획관리지역, 보전관리지역, 생산관리지역, 자연녹지지역’ 정도이다.
이 중에서도 계획관리지역은 건폐율 40%, 용적률 100%로 다른 용도지역에 비해 건축물을 크게 지을 수 있고 숙박시설 등의 활용도도 다양하기에 실제로 다른 용도지역의 땅보다 1.2~1.5배 정도 가격이 비싼 편이다. 그 외 보전관리지역, 생산관리지역, 자연녹지지역은 대체로 건폐율 20%에 용적률 80~100%로 계획관리지역보다 건축물을 크게 지을 순 없지만 도시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토지를 매입하고 단독주택 혹은 사무실 같은 간단한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용도지역 토지 중에서도 착한 금액에 좋은 입지의 땅들은 이미 코로나 시대에 상당히 많이 거래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시 시장에 나온 땅과 집들은 이미 새로운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금액적으로나 입지적으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단순히 도시로의 인구 쏠림과 지방 소멸이라는 우리가 손댈 수 없는 메가트렌드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이게 토지와 전원주택 시장의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가뜩이나 아파트와 달리 주거의 개성이 많이 들어가는 마니아적인 시장 속에서 자연스럽게 빠른 속도로 거래량도 줄고 지방 부동산의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도시들이 개발되면서 ‘개발제한구역’을 풀며 도심지를 확대해 왔듯이 정부에서 지방 토지에 대해 규제를 완화한 것이 바로 이번에 발표한 농림지역 토지의 건축 허용이다.
이는 분명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담겨있다. 전국의 약 140만 개 필지가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좋은 입지와 좋은 가격을 제시하는 농림지역에 건축을 허용하면서 과연 ‘제2의 전원주택 붐’이 일어날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물론 이번 규제 완화는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빗장을 풀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이제 아무 농지에나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칼럼의 제목처럼 부푼 기대와 냉정한 현실 사이에는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지점들이 있다.
6월 24일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보호취락지구’라는 신설 정책을 통해 공장이나 대형 축사가 들어오는 것은 금지된 반면에 자연 체험장과 같은 관광휴게시설의 설치는 허용됐다. 또 주거종합계획에서는 ‘세컨드홈 활성화’와 ‘지역활력타운’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계획적인 이점을 충분히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더욱 쾌적한 정주 환경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당장 내가 집을 지을 땅 앞까지 도로가 포장되고 오폐수 관로가 연결되리라 기대하기는 이르다. 결국 예비 건축주 스스로 기반시설 인입 비용과 가능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농지 규제 완화와 주거종합계획은 분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중요한 전환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투기적 수요까지 용인하는 만능열쇠는 결코 아니다. 우리는 살고 싶은 좋은 땅을 찾아 원하는 집을 지어 사는 것이지, 꼭 ‘농림지역’에서의 집이 목표가 아니므로 하나의 획일적인 관점은 조심해야 할 것이다.
즉, 정부가 지방 활성화를 목적으로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전원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편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의 판을 깔아주었지만, 그 판 위에서 성공적인 전원생활을 실현하는 것은 결국 시장 참여자의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에 달려 있다.
이번 정책이 진정한 의미의 ‘지역 살리기’와 ‘전원주택 문화의 성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들뜬 기대감보다는 냉철한 분석과 철저한 자금 계획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혹시 어떤 지역에 어떤 땅을 선점하고 어떤 집을 지어야 정말 꿈꾸던 ‘전원주택 라이프’를 실현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면 전원주택 전문회사에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