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혹은 트럼프?… 중국인들이 원하는 차기 미국 대통령은?

70대 남성인 멍은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중국인들은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누가 백악관의 차기 주인이 되든 중국 국내외 여러모로 영향을 미치리라 우려한다.

베이징의 리탄 공원에서 만난 60대 남성인 시앙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전쟁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공원에 울려 퍼지는 음악이 최고조에 달하고, 근처에 있던 무용수들이 우아하게 돌며 춤을 추고 있었다. 시앙 또한 다른 노인들과 함께 춤을 배우고자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주중 미국 대사의 자택에서 불과 몇백 미터 떨어진 이곳 공원에 자주 모여 춤을 배운다.

새로운 춤 동작 외에 요즘 이들이 신경 쓰는 문제는 점점 가까워지는 미국 대선이다.

대만, 무역, 여러 국제 현안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시앙은 “미-중 간 긴장 고조가 우려된다”면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화를 듣고자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미국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으나, 자국의 지도자에 대해 비판할 경우 곤경에 처할 수 있는 이곳 중국에서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성과 이름을 모두 밝히길 꺼렸다.

이들은 전쟁이 걱정된다고 했다. 미-중 갈등뿐만 아니라 현재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격화할까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70대 남성인 멍은 그렇기에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트럼프 후보는 대중 경제 제재를 약속했으나, 전쟁을 새로 시작하거나 벌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바이든 현 대통령은 더 많은 전쟁을 시작했기에 평범한 사람들은 그를 싫어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지원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번 전쟁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는 주장이다.

SNS에 자신들의 춤 동작을 녹화해 올리는 여성들도 끼어들더니 이에 동의했다.

한 여성은 “트럼프 후보는 대선 토론회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 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해리스 후보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전쟁을 지원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같은 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들의 의견은 중국 국영 언론이 선전하는 핵심 메시지를 닮았다.

베이징 리탄 공원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들

중국은 국제 사회를 향해 가자 지구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동시에 중동의 ‘아랍 형제’들이라 지칭하는 국가들과 나란히 이스라엘을 변함없이 지원하는 미국을 비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UN에서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은 “자신들만의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현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일갈한 바 있다.

전문가 대부분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 딱히 중국 측이 선호하는 후보는 없다고 판단하지만, 카멀라 해리스 후보는 중국 국민들과 지도부에게 그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에서의 최대 인화점 중 하나인 대만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보다 해리스가 더 안정적이라 보는 의견도 있다.

한편 4살 난 아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한 남성은 “나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미-중 관계에는 그리 좋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세계 경제, 대만 문제 등 너무 문젯거리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대만에 대한 양국의 견해차가 결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탄 공원에서 만난 소년

다시 미끄럼틀을 타고 싶다고 애원하는 어린 아들을 바라보며 그는 “나는 원치 않는다. 내 아들이 군대에 가길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현재 자체적인 통치 체제를 지닌 섬인 대만에 대해 중국은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필요시 무력을 동원할 수 있다며 “통일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공식적인 외교 관계를 유지하며,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따라 베이징 정부만을 유일한 중국 정부로 인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제 사회에서 대만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미국은 자국법에 따라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무기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기존 입장을 깨고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해리스 후보의 입장은 이렇게 멀리 가진 않는다. 대신 최근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국가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헌신”한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트럼프 후보는 외교가 아닌 거래에 집중한다. 그는 대만에 미국이 보호해주는 데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는 “대만은 우리의 반도체 사업을 앗아갔다. 우리는 정말 멍청하지 않나? 저들은 정말 부유하다”면서 “대만은 우리에게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 또한 중국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당선되면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많은 중국 기업이 가장 원치 않는 상황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고자 충분한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고자 애쓰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시절 처음 부과된 미국 주도의 무역 관세에 불만이 가득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을 겨냥한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중국은 이러한 관세에 대해 자신들이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한 수라고 본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17년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났다

“중국산 물품 관세 부과는 미국에도 아무런 이득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시앙의 이같은 주장은 BBC가 만난 많은 이들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시앙은 이러한 관세는 미국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이며, 일반 시민들의 생활비가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의 많은 청년들은 강한 애국심이 자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의 트렌드와 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힘은 그 어떠한 외교 사절단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공원에서 만난 릴리(20)와 안나(22)는 틱톡에서 뉴스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이들의 발언은 미-중 관계에 대한 중국 국영 언론의 핵심 메시지를 닮아 있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이들은 “중국은 매우 번영하고 강력한 나라”라고 했다. 이들은 어벤져스, 특히 캡틴 아메리카를 좋아하지만, 자신들은 중국을 사랑한다고 했다.

릴리와 안나의 음악 재생 목록엔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노래도 있다.

릴리와 안나

17살 소녀 루시처럼 언젠가 미국에서 공부하길 꿈꾸는 이들도 있다.

루시는 최근 공원에 새로 설치된 운동용 자전거를 타면서 고등학교 졸업 후 언젠가 미국의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가볼 수 있길 꿈꾼다.

루시는 여성 후보가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했다.

“해리스의 출마는 성평등을 향한 큰 진전으로, 그가 대선 후보가 된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현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지도자가 나온 적 없으며, 중앙정치국을 구성하는 중국 공산당 최고위층인 정치국원 24명도 전원 남성이다.

또한 루시는 미-중 간 치열해진 경쟁이 우려된다면서 중국과 미국의 사이가 좋아질 가장 좋은 방법은 인적 교류의 확대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을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중국에서 공부하는 미국인 유학생 수는 2011년 1만5000명이었으나, 현재 800명까지 감소했다.

리탄 공원의 노점

시 주석은 향후 5년간 미국인 유학생 5만 명이 중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그러나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 일부가 인적 교류 확대 약속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중국 공안 혹은 정부 부처가 미국이 운영하는 공공 외교에 대한 중국인들의 참여를 막는 일이 수십 차례나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출신 유학생과 학자들이 미국의 국경 관리소가 자신들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루시는 언젠가는 자신이 미국으로 건너가 중국 문화를 알릴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인 꿈을 버리지 않는다.

공원에서 다시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루시는 미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해보고 경험해봐야 한다고 했다.

가족들과 함께 공원을 나서며 루시는 “중국인들이 조금은 내성적이고, 미국인들만큼 외향적이진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사람들을 환영한다”고 마무리했다.

사진: 시칭 왕

세계 각지의 BBC 특파원들은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 전까지 이번 선거에 대한 각국 사람들의 의견을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