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먹거리 X파일] HDC그룹, '에너지·유통' 다각화 결실

HDC현대산업개발이 입주해 있는 서울시 용산구 소재 아이파크몰 전경./사진=HDC

HDC그룹 지배구조 내에서 계열사별 역할 분담이 뚜렷해지고 있다. 주력 사업회사인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은 사명을 새롭게 바꾸며 본업인 디벨로퍼 역량 제고에 집중하는 반면 지주사인 HDC는 오랜 기간 육성한 통영에코파워와 HDC아이파크몰, HDC현대EP 등 비건설 계열사의 약진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의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에너지·유통·소재 부문 약진 뚜렷

HDC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5933억원, 영업이익 63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5%나 뛰었다. 이러한 실적 급증은 단기적인 건설업황 침체 속에서도 과거부터 장기적인 안목으로 씨앗을 뿌려둔 비건설 부문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 덕분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에너지 사업이다. 2013년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설립돼 10년 넘게 공들여 온 HDC 자회사 통영에코파워는 지난해 매출 8026억원, 영업이익 2361억원, 당기순이익 1540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42.5% 폭증하며 그룹 내 확실한 현금창출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통영에코파워는 1012MW급 액화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와 20만kL 규모의 저장탱크를 갖추고 있다. 전력수급계약에 따른 용량요금과 전력도매가격 마진 확보를 통해 대규모 투자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수익 회수 구간에 진입하며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이끌고 있다.

유통 부문인 HDC아이파크몰의 약진도 그룹 사업다각화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1999년 용산 민자역사 개발을 위해 설립돼 2004년 첫선을 보인 HDC아이파크몰은 고물가와 내수 소비 침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총매출 64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단순한 쇼핑 시설을 넘어 식음료 특화 구역 확대,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도입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체질을 개선한 전략이 주효했다. 20년 넘게 쌓아온 운영 노하우가 건설 경기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창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출범 24년 만인 2028년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 일대에 개발 중인 서울원 아이파크에 3호점을 개점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부문인 HDC현대EP의 질적 성장 역시 주목할 만한 다각화 성과다. 1988년 현대산업개발 유화사업부로 출발해 2000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HDC현대EP는 단순 범용 플라스틱 소재 생산에서 벗어나 친환경 및 고기능성 복합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매출 9926억원, 영업이익 496억원, 당기순이익 302억원을 기록하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챙겼다. 기존 가전사들이 주로 쓰던 난연ABS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난연PS 제품을 개발해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친환경 국제 인증인 ISCC PLUS 인증까지 획득해 든든한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 본업 집중…'영창 정리 결단'

비건설 계열사들이 날개를 편 반면 주력 사업회사인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은 본업에 철저히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사명 변경을 통해 도시 개발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공고히 했다.

실제로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외주주택과 자체공사를 합친 주택 관련 매출 비중이 전체의 83.7%에 달해 특정 사업 쏠림 현상이 강해졌다. 매출은 4조1470억원으로 소폭 줄었으나 고마진 자체사업 호조로 248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수익성을 방어했다.

성공적인 다각화와 더불어 그룹 차원의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2006년 HDC그룹이 전격 인수해 2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 온 종합악기 제조 계열사 아이파크영창은 지난 16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회생절차 개시 신청은 글로벌 어쿠스틱 악기 시장의 축소와 디지털 전환의 파고 속에서 누적된 손실을 덜어내기 위한 결단이다. 아이파크영창은 2024년 매출이 642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은 260억원 규모로 절반 이상 줄었다. 수년 동안 영업적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서 이번 회생신청으로 이어졌다.

다만 아이파크영창의 매출은 HDC 연결 매출의 0.4% 수준에 불과하고 상호 연대보증이나 금융기관 차입이 없는 상태다. 악기 관련 거래 채무도 40억원 정도에 그쳐 그룹 전반의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HDC 관계자는 “아이파크영창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그룹에 미치는 재무적 악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단순 주거 공간 제공을 넘어 하나의 도시를 완성하고 운영하는 디벨로퍼로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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