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대필 브로커 직접통화 SSUL

이 사진을 보라. 잔인한 범행 수법으로 공분을 산 ‘부산 돌려차기’ 사건 범인이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인데, 이거 제목만 반성문이지 내용은 형량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하다. 요즘 형식적으로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이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하는데, 유튜브 댓글로 “범죄자 반성문을 대신 써주는 전문 업체가 있다는 게 사실인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포털사이트에 ‘반성문 대필’을 검색하면 이렇게 수십 개의 반성문 대필 업체가 주루룩 나온다. ‘국내 최저가’라는 반성문 대필 업체와 컨택해보니 대필해주는 이들을 작가라고 부르면서 자신들은 작가진이 많기 때문에 싼 값에 질 좋은 대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반성문 대필업체 관계자
"대부분의 곳이 저희랑 비슷하게 하다가, 대부분 1인 프리랜서다 보니까 금액이 맞질 않는 거죠.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작가진들도 많고 그에 따른 업무량도 상당하기 때문에 어울리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박리다매식으로 해가지고 충분히 합리적인 금액에 제공이 가능한거죠.”

의뢰인 맞춤 작가를 배정해준다고 해서 성범죄나 폭행 등 사건 유형별로 작가진이 있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의뢰인의 성별과 연령에 맞는 전담 작가가 배정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대필을 들키지 않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는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대필 사실을 들킨 적이 없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반성문 대필업체 관계자
“남자가 쓰는 반성문인데 여자가 쓰면 다소 이질감이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또 20대가 쓰는 반성문이 있고 50대가 쓰는 반성문이 있잖아요. 그런 필력이라든지 표현력에 있어서 차이점이 당연히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뢰인의) 상황에 가장 알맞은 담당 작가님을 배정해 드리는 거죠. 저희를 거쳐 가신 분들이 1만 4000명 정도 되는 데 문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요즘 반성문 대필 시장은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는데 ‘국내 최저가’, ‘입금 후 6시간 내 완성’, ‘국내 유일 변호사 자문’ 등 홍보문구도 다양하다. 대필 비용은 대체로 반성문 한 부당 5만원 선. 성범죄자 반성문의 경우 7만원에서 11만원으로 가격이 조금 더 비싸다고 한다. 

반성문 대행업체의 대필 작가 채용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반성문 대필 작가 우대사항에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나 ’출판 작가’를 우대한다고 되어 있다.

코딩 프로그램의 힘을 빌려 반성문을 작성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설문 조사하는 것처럼 문장 몇 개만 선택하면 최대 10만 개의 반성문을 자동 완성해주는 코딩 프로그램이 고작 3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까지 반성문 대필업체가 날뛰는 이유는 반성문 자체의 애매한 성격과 관련이 있다. 대법원이 발표하는 양형기준에는 ‘진지한 반성’을 형량을 줄여주는 요소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부분 어디에도 ‘진지한 반성이 곧 반성문이다’라는 말은 없지만 재판과정에서 반성문의 존재는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변호인들도 이를 자신의 의뢰인들에게 적극 어필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필 문제가 불거지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최근 ‘진지한 반성’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 적용하고 있기는 하다.

진보라 형사전문변호사
"요새 워낙 반성문 대필 이런 게 문제가 되다 보니까, 대법원에서도 딱 제출된 반성문만 보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전반적인 재판받을 때의 태도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 노력 등 이런 것들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고요."

반성문 대필 행위 자체를 처벌할 방법은 없는 걸까? 현재로서는 대필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반성문이 사실관계를 다루는 문서가 아니라 범죄자의 감정 상태를 기록한 문서여서 공식 법률문서로 인정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법부에서는 최근 ‘진지한 반성’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감형받는 범죄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버닝썬 사태의 중심인 가수 승리가 1심에선 징역 3년을 받았다가 반성한다는 이유로 형량이 낮아진 케이스, 재판부에 반성문 43장을 낸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케이스처럼 ‘영혼 없는 반성’으로 감형을 받은 사례는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런 영악한 범죄자들이 작가의 대필로 쓴 반성문, 피해자들이 아니라 판사에게만 ‘죄송하다’고 하는 반성문이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