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PV5 'CATL 배터리 탑재'...K배터리에 보내는 경고장 [디깅노트]

8월부터 국내 시장에 인도될 기아 중형 순수 전기 목적기반형차량(PBV) PV5에 중국 CATL 배터리셀이 탑재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비난하는 댓글을 블로터 자동차 영상 채널 ‘카미경’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 대한 반감과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배터리 탑재 불발에 대한 아쉬움이 이 같은 댓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PV5는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에 새로운 역사를 세울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 차체가 밴(VAN)형으로 디자인됐기 때문에 다수의 승객이나 부피가 큰 짐을 실어나를 수 있다. 또 현대차그룹 최초로 안드로이드 기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AAOS)을 갖춰 자동차용 앱 마켓 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일으켰다. 또 각형 배터리셀 기반의 ‘셀투팩’ 시스템도 적용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상징성이 큰 PV5에 중국 CATL의 배터리셀이 탑재된 것은 국내 배터리 업체를 대상으로 한 경고장과 같다. CATL은 2020년부터 꾸준히 리튬인산철(LFP)과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셀 기반의 셀투팩 시스템을 선보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2024년부터 셀투팩 기반의 기술을 인터배터리 등을 통해 홍보해 너무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아는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이미지로 각인되기를 두려워하는 브랜드다. 한때 EV5 전기차를 중국 전용 모델로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우리나라와 북미 등에도 판매한다는 방침으로 확대했다. 단순히 중국 시장만을 바라보지 않겠다는 브랜드 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기아 PV5/사진=조재환 기자

중국산 이미지에 두려움을 느꼈던 기아가 PV5에 CATL 배터리를 탑재한 배경엔 개발 착수 시기 등이 연관된다. 기아는 2019~2021년 PBV 개발 방향을 수립하는 자체 리서치를 진행했고 2021년부터 차량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해 2024년 PV5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기아의 개발 기간을 고려했을 때 상용화 경력이 풍부한 CATL 배터리셀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3일 열린 기아 PV5 테크데이에서 CATL 배터리셀을 선택한 배경에 셀투팩 기술 경험 능력을 고려했는지를 물었다. 이때 PV5 개발 과정에 참여한 기아 관계자는 “CATL 같은 경우 미디어에서 우려하는 사양이 있는 걸로 안다”며 “PV5에 탑재된 CATL 배터리셀은 기아의 성능, 출력, 안전기술 기준을 충족했다”고 답했다. 중국산 브랜드 이미지 각인에 대한 걱정과 우려뿐만 아니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 강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국내 배터리사 점유율 하락 우려는 SNE리서치 통계 자료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1~5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집계에 따르면 CATL이 전년 대비 0.6%p 증가한 38.1%의 점유율을 보였고 BYD는 2.0%p 증가한 17.4%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1%p 감소한 10.0%의 점유율로 3위다. SK온과 삼성SDI의 점유율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PV5의 사례를 교훈 삼아 다양한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각 사만의 전략과 정부의 지원 등에 대한 고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 됐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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