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선두권 리츠인 롯데리츠의 포트폴리오 중 대부분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장기임대를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우량자산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들이 백화점와 마트·아울렛 등 온라인전환과 소비 둔화 등 업황에 영향을 크게 받는 오프라인 유통업이라는 특성은 잠재적 불안 요인이기도 하다.
당장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이 6000억원을 웃도는 가운데 올해 초에도 L7호텔 홍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000억원의 단기사채를 발행한 바 있어 부채 부담을 어떻게 풀어낼지가 향후 재무체력 관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리츠는 롯데백화점, 아울렛, 마트, L7호텔 강남타워 등 롯데그룹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롯데지주의 100% 자회사인 롯데에이엠씨에 자산관리를 위탁하고 있으며 운용수수료는 각 대상 자산을 운용하는 기간에 매입금액의 연 0.2%로 책정돼 있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임대수익 등을 주주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회사다. 일반적으로 자산관리 계약을 맺은 운용사가 실질적인 사업전략 수립·운용을 맡는다. 주로 △투자 부동산에서 얻는 임대수익 △자산가치 △부채관리 여력 등이 리츠 투자의 성과를 가른다.
자산가치와 부채관리 여력은 최근 들어 더 민감한 지표가 됐다. 국내 상장리츠 시장에서 처음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사례가 나오면서다. 앞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달 27일 단기사채 400억원을 갚지 못해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제이알리츠는 벨기에 정부가 통임차한 건물에서 꾸준히 임대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외부 감정평가사인 존스랑라살이 이 건물의 자산가치를 9억2000만유로로 평가하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이 대출 약정 기준치를 넘기면서 현금유보(캐시트랩)가 발동해 현금이 묶였다.
롯데리츠도 보유 부동산을 담보로 차입과 사채 조달을 병행하고 있다. 롯데리츠가 제시한 지난해 말 기준 LTV는 담보감정가액 기준 41.0%, 자산매입가액 기준 49.9%다.
자산을 사들일 당시보다 가치가 올랐다는 의미다. 담보감정가액 기준 LTV는 현재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감정평가액 대비 차입 부담을 본 것이고, 자산매입가액 기준 LTV는 롯데리츠가 해당 자산을 사들일 당시의 취득가액 대비 차입 부담을 계산한 것이다. 감정평가액이 매입가액보다 높게 산정되면 차입 규모가 같더라도 감정가 기준 LTV는 낮아진다.
롯데리츠의 자산현황에서 전체 투자자산 매입금액은 2조6377억원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투자부동산 공정가치는 3조2047억원으로 단순 비교하면 매입금액보다 5670억원이 더 많다.
리테일이 4분의3

리테일 부동산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4분의3가량을 차지한다는 점은 변수다. 롯데그룹 계열사가 장기임차한 구조라 단기 공실 위험은 낮지만 백화점·마트·아울렛은 온라인 소비 전환과 내수 둔화, 점포효율화 흐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실제로 롯데리츠의 자산현황에 따르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리테일 업종과 연관된 부동산 자산이 약 76%를 차지한다. 세부적으로는 백화점 6개, 마트 5개, 마트·아울렛 복합점 2개, 프리미엄아울렛 1개 등이다. 여기에 롯데물류센터 김포, L7호텔 강남타워, 올 1월 편입된 롯데호텔 L7홍대, DF타워 간접보유 지분 등이 더해진 구조다.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임대차 구조는 방어막이 되고 있다. 회사는 리테일·물류 자산에 대해 롯데쇼핑·롯데글로벌로지스와 책임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트리플넷 계약 조건에 따라 수선유지비와 보험료, 제세공과금 등을 임차인이 부담해 회사의 관리 부담을 낮추고 배당 재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다. 다만 2024년 9월30일 취득한 L7호텔 강남타워는 호텔롯데 등을 포함한 임차인별 임대차 계약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장성 조달 비중 40% '득실'
시장성자금 조달 능력도 함께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회사채와 단기사채 발행은 은행 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조달창구를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시장 상황이나 특정 이벤트에 따라 투자 수요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롯데리츠는 상장리츠 중 시장성 조달 비중이 큰 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리츠의 시장성 조달 비중은 40.0%로 상장리츠 중 가장 높다. 이는 자본시장 접근성이 있다는 의미지만, 투자심리 변화에 따라 차환 환경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신용등급은 시장성 조달 능력을 판가름하는 데 핵심 요소다. 롯데리츠의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와 나신평으로부터 AA-(안정적)가 부여됐다. 우량한 신용등급은 회사채 발행과 차환 과정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제이알리츠 사태 이후 리츠의 신용도와 조달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불과 열흘여 만에 A-에서 채무불이행을 의미하는 D등급까지 떨어졌다.
한신평은 "회사채와 단기사채는 담보 없이 신용도와 자본시장 접근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달수단 다변화라는 장점이 있으나, 금융시장 여건과 투자수요 변화에 따라 차환 가능성이 좌우되는 재조달 위험이 내재한다"고 설명했다.
1년 안에 갚을 돈 6000억

당장 1년 안에 갚거나 다시 조달해야 할 빚이 6000억원을 웃도는 점도 부담이다. 롯데리츠의 유동 차입금 및 사채는 지난해 말 기준 6033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80.4% 증가했다.
여기에 올해 1월 롯데호텔 L7홍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행한 단기사채도 있다. 롯데리츠는 2026년 1월 L7홍대를 편입하면서 1000억원 규모의 단기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4월 만기도래 이후 차환돼 만기가 7월로 연장됐다.
롯데리츠도 올해 만기 부담을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회사는 연차보고서에서 올해 총차입금의 약 46.0%에 해당하는 6050억원을 갚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리츠는 "최근 금리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담보대출, 회사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했다"면서 "부채만기를 합리적으로 고려해 이자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추가 자산을 편입하면서 분산됐던 차입 만기 일정을 통합해 관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앞으로 기존 부채를 얼마나 낮은 금리에 차환하는지가 관건이다. 롯데리츠는 지난해 총차입금 1조3130억원의 44.2%에 해당하는 5800억원을 리파이낸싱했다. 이에 따라 평균 조달금리는 2024년 말 4.14%에서 지난해 말 3.52%로 0.62%p 낮아졌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한신평은 롯데리츠의 재무부담 및 조달구조과 관련해 "담보차입 중심으로 조달구조가 안정적"이라며 "올해 1월 L7홍대를 편입하면서 단기사채를 발행해 일부 시장성 조달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차입금 차환에 따른 조달구조의 안정성과 추가 계열자산 편입 여부가 주요 모니터링 포인트"라고 부연했다.
이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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