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로스팅 속의 '호리천리' [休·味·樂(휴·미·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특히 '볶는' 음식인 커피는 열을 통해 더 심오한 변화를 겪는다.
즉 작지만 단단한 다공질 구조를 가진 생두를 고온에서 볶을 때 어떤 열을 사용해 수분을 날리는지에 따라 커피 맛의 결이 달라진다.
세심한 불 조절을 요하지만 완성된 커피 맛은 매우 클린하면서도 전도열로 얻은 은은한 단맛이 가미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모든 음식은 열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맛과 형태로 변신한다. 특히 ‘볶는’ 음식인 커피는 열을 통해 더 심오한 변화를 겪는다. 로스팅이 잘 돼야만 비로소 커피 한 잔은 완성된다.
커피가 잘 볶아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온도와 수분 감소가 필수다. 로스팅이 진행될수록 커피콩 온도는 상승해 180~230℃까지 도달한다. 땅콩이나 카카오빈을 볶을 때 최고 온도가 150℃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커피는 이례적으로 높은 열을 사용하는 셈이다. 9~12%이던 생두 내 수분도 로스팅 후 2% 아래로 감소한다. 즉 작지만 단단한 다공질 구조를 가진 생두를 고온에서 볶을 때 어떤 열을 사용해 수분을 날리는지에 따라 커피 맛의 결이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콩 속 유기산과 당이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일으켜 복합적인 유기 화합물을 만들고, 이렇게 생성된 성분들이 커피의 향미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열’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 과정을 일컫는 ‘전열’에는 세 가지가 있다. 열원에 가열된 물체를 통해 열이 전달되는 전도열, 냄비에 물을 넣고 가열할 때 액체나 기체를 통해 이동하는 열을 대류열, 그리고 생두를 넣고 돌리는 드럼(가마)이 열을 충분히 흡수한 후 주변으로 방출(복사)하는 복사열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로스팅 기계는 예열해 복사열을 지니게 한 후 로스팅하며, 대류열과 전도열을 적절히 활용해 맛의 결을 완성한다.
‘직화식’은 수많은 구멍이 뚫린 드럼을 가열하면서, 고온의 대류열(열풍)을 구멍으로 천천히 유입시키고, 달궈진 드럼면의 전도열이 보조가 돼 콩을 익히는 방식이다. 흔히 불꽃이 콩에 닿는 것으로 알지만, 회전하는 드럼 안에는 생두가 일으키는 회전 풍이 있으므로 불꽃이 침입하지 못한다. 세심한 불 조절을 요하지만 완성된 커피 맛은 매우 클린하면서도 전도열로 얻은 은은한 단맛이 가미된다. ‘반열풍식’은 직화식과 달리 드럼 표면에 구멍이 없고, 드럼 뒷면에 대류열을 유입시키기 위한 타공이 돼 있다. 가열된 드럼의 전도열 중심으로 볶아지기 때문에 특유의 깊은 단맛이 만들어지며, 대류열은 보조역이 된다. 이렇듯 복사열의 안정성 안에서 대류열과 전도열이 적절히 섞여 다양한 결의 맛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호리천리'(毫釐千里·티끌 하나 차이가 천리 차이를 낳음)라는 말이 있다. 커피 로스팅이 그렇다. 온도, 시간, 열풍량 조절에서 미세하게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같은 생두가 전혀 다른 결과물로 재탄생한다. 그런 세심한 작업에 인생을 걸고, 오늘도 정성으로 커피를 볶고 있는 로스터리 카페를 발견하시기를. 당신의 가을이 더 향기롭기를.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폭풍군단'은 김일성도 총애한 최정예 부대 | 한국일보
- 김건희 여사 카톡 파장 커지자 명태균 "'오빠'는 친오빠 맞다" | 한국일보
- 아내 바다에 빠뜨리고 돌 던져 살해한 남편, 징역 28년 확정 | 한국일보
- '음주운전 혐의' 문다혜 경찰출석… "죄송하다" | 한국일보
- 김건희 두 번 불기소 이창수 "죄 안되는 걸 기소하거나, 미루는 게 더 정치검사" | 한국일보
- '신출귀몰' 하마스 수장, 우연한 발각에 최후… "마지막엔 드론 향해 막대기 던져" | 한국일보
- 민주당, 김 여사 겨눈 첫 대규모 장외투쟁... "김건희 정권에 성난 민심 확인" | 한국일보
- "라이터로 지지고 이물질 넣어..." 현실판 '더글로리' 가해자에 7년형 | 한국일보
- '팬 폭행 연루' 제시, DOD와 전속계약 종료 "본인이 요청" | 한국일보
- "살인마, 너를 꼭 기록하겠다"...'여성 강력반장 1호' 박미옥이 제주 서재에서 책 쓰는 이유 |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