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사진을 보라. 90년대말 황소개구리 소탕 작전이 한창이던 시기 모습인데 30년전쯤인 이때만 해도 황소개구리는 위압적일 만큼 컸다. 우락부락한 몸집에, 토종 개구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덩치.

울음소리마저 황소가 우는 거 같다고 하는 녀석인데 요즘 보이는 황소개구리는 전반적으로 좀 살이 빠진 느낌? 유튜브 댓글로 “황소개구리 크기가 작아졌다는게 진짜인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황소개구리 크기가 작아진 건지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이 갈렸다. 서식지에서 발견되는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해 크기가 작아졌다는 걸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다고 한다.

먼저 황소개구리가 작아졌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유영한 교수]
확실히 전보다 이렇게 크기가 작아진 거는 맞아요. 예전에 보면 공주 옆 부여에서 황소개구리를 제가 이렇게 계속 관찰한 곳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황소개구리가 엄청 소리도 크게 내고 내가 보기에도 컸거든. 근데 요즘 가서 보면 그렇게 큰 놈은 거의 안 보여요.

미국과 멕시코 등이 원산지인 황소개구리는 따뜻하고 물이 풍부한 지역, 즉 습지와 호수 규모가 크고, 수량도 충분한 곳에서 잘 적응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후가 황소개구리가 살기는 만만치 않은 곳이다. 추운 겨울은 겨울잠으로 극복한다고 해도 장마철을 제외하면 서식지에 물이 풍부하지 않은 환경을 견뎌내야 한다.

[공주대학교 생명과학과 유영한 교수]
그 상태로는 살기 어렵다는거죠. 특히 먹이부족이고 겨울이 좀 있고 봄에 산란하고 번식할 때 우리나라는 건조기거든요. 특히 황소개구리는 완전히 물속에서 의존해 살기 때문에 물의 공간이 있어야 되거든요.

황소개구리가 토종생물들의 맛난 식사거리가 되면서 덩치가 줄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황소개구리는 1998년에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된 1세대.

처음엔 저거 뭐지? 하면서 낯을 가리던 왜가리나 가물치 이런 애들이 잡아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던지 계속 잡아먹어서 큰 성체 위주로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황소개구리가 뱀도 잡아먹는 먹이사슬 파괴자였는데 배를 갈라보니 곤충과 조류 등 가리지 않고 60개 종류 먹이가 들어있었을 정도로 덩치가 커져서 토종생물들에겐 놓칠 수 없는 먹이였을 거다.

실제로 국립생태원의 최근 모니터링 자료를 보면 제주 서귀포지역과 전남 고흥, 경남 밀양 등에 있는 서식지 모니터링 결과, 포획한 성체가 주둥이부터 총배설강까지 길이가 11.5㎝, 무게 190g으로 조사됐는데 황소개구리의 특징으로 최대 20㎝, 무게 500g까지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기가 줄었다는 게 근거없는 얘기는 아닌 거 같다.

하지만 국립생태원은 공식적으로는 황소개구리가 과거보다 반드시 작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아직 성장이 덜된 상태인지 토종생물에게 잡아먹혀 일시적으로 그런 건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는 것.

국립생태원의 양서류 연구원은 국내에서 황소개구리 대상으로 성체 크기 변화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못 봤다고 말했다. 개구리 나이는 발가락을 잘라 확인하는 방식으로 추정하는데 아직 개구리 연령이나 성체 사이즈 변이를 연구한 자료는 없다고 한다.

오랜세월 한국의 기후와 먹이환경 적응, 토종생물들의 반격이나 전국적인 포획작업으로 움츠러드는 듯했던 황소개구리는 최근 올챙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립생태원이 충청도와 전라도, 광주 대전 세종 등 259곳을 조사해보니 외래 양서류와 파충류가 1400마리가 있었는데 그중 63%가 황소개구리였고 붉은귀거북이 20% 정도였다고 한다.

요즘 한국 날씨가 장마철에만 비가 오는 게 아니라서 봄철 물이 불어나는 상황이 되면 산란기에 폭발적으로 올챙이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황소개구리는 한번에 2만개씩 알을 낳는다고 하니까 토종생물들의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간이 식용과 농가소득용으로 들여왔다가 돈이 안되니까 곳곳에 버려져서 국내 하천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황소개구리.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비록 과거 괴물 같은 이미지에 비해 위압감이 덜하거나 실제로 크기도 작아졌을 수 있지만 여전히 생태계 교란종 조상님 지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생태계 먹이사슬을 순식간에 뒤집어놓을 수 있는 황소개구리 마냥 얕보면 안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