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무덤을 파헤친 사람들이 잇따라 죽거나 병에 걸렸다는 미라의 저주. 오랫동안 미신이나 우연으로 여겨졌지만, 오래된 시신이 사람에 해를 끼칠 가능성은 과학적으로 여러 차례 제기됐다. 최근에는 이런 위험이 고고학 발굴 현장이나 박물관을 넘어 인터넷과 택배망을 통해 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스태퍼드셔대학교 커스티 스콰이어스 교수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인간과 동물의 미라가 구매자와 판매자는 물론 택배기사, 물류센터 직원, 세관 관계자에게도 잠재적 건강 위험을 안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 '진짜 미라의 저주: 미라 유해의 판매와 거래에 따른 건강 위험(The real mummy's curse: Health risks associated with the sale and trade of mummified remains)'은 이달 초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Property에 소개됐다.
이번 연구가 미라의 위험한 곰팡이나 독성물질을 처음 찾아낸 것은 아니다. 발굴한 미라에서 곰팡이와 세균이 발견되고, 보존에 쓰인 물질이 사람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런 위험한 미라가 전문시설이 아닌 인터넷에서 별다른 통제 없이 사고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전자상거래 사이트, 전문 웹스토어, 온라인 경매 등에 올라온 미라 관련 게시물 128건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 미라도 포함됐다. 게시물 가운데는 손이나 발 같은 신체 일부와 머리, 연조직이나 머리카락이 남아 있는 두개골도 있었다.
사진만 봐도 조직이 변색되거나 손상되는 등 생물학적 열화가 의심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그런데 판매자가 보관이나 취급 과정의 위함을 안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일부 사진에서는 판매자가 장갑 같은 보호장비 없이 미라를 직접 들기도 했다.
미라가 위험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곰팡이 포자다. 건조한 시신에는 미생물이 오랫동안 휴면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으며, 보관 환경이 나쁘면 다시 번식할 가능성이 있다. 오래된 유해를 옮기거나 건드리는 과정에서 곰팡이 포자가 공기 중으로 퍼지면 이를 흡입한 사람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연구팀은 1970년대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카지미에시 4세의 무덤을 열었던 학자들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작업에 참여한 과학자 12명 가운데 10명이 사망했는데, 이후 아스페르길루스 곰팡이 노출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집트 투탕카멘 무덤 발굴을 후원한 카나본 경이 1923년 사망한 사건 역시 심각한 아스페르길루스 감염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위험 요인은 더 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미라 제작이나 후대의 보존 과정에는 비소와 수은, 납 같은 독성물질이 사용됐다. 현대 박물관과 연구기관이 미라를 다룰 때 마스크와 장갑, 실험복 같은 보호장비를 사용하는 이유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미라는 이런 전문적인 관리망을 벗어나 있다. 조사된 판매 게시물에서는 안전한 보관법이나 취급 요령이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 일부 미라는 국내외 구매자에게 우편이나 택배로 보내지고 있었다. 연구팀은 관련 우편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정황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미라를 주문한 사람뿐 아니라 포장물을 처음 접하는 물류센터 직원과 배송기사, 운송시설 근무자, 세관 관계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위험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이들은 미라가 든 화물을 취급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기 때문에 전문 연구자처럼 보호장비를 갖출 가능성도 낮다.
연구팀은 온라인 미라 거래에 대한 감독과 운송 규정을 강화하고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위험성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라는 문화재와 인간 유해라는 윤리적 문제를 넘어 공중보건과 생물보안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과학이 밝혀낸 미라의 저주는 수백 년 또는 수천 년 동안 유해에 남은 미생물과 과거에 사용된 독성물질이다.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구입한 미라가 평범한 택배 상자에 담겨 집 앞까지 오는 시대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새로운 문제는 무덤을 열어야만 그 저주와 마주치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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