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유토 통역사 노지마, 배우처럼 선수도 무대 지배해야죠

그라운드로 무대 옮긴 배우,
선수 케어하며 야구로 잇는 한일 가교
‘영웅’ 간수, 일본인으로 쉽지않은 역할
역사 인정하고 미안한 마음 갖게 돼
마운드라는 무대서 홀로 무섭겠지만
자신의 플레이하며 강해져야
키움서 모든걸 쏟겠다
영화 ‘영웅’에는 안중근 의사와 일본인 간수인 치바 도시치가 마지막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안중근이 “저는 일본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미워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너무도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이죠. 제국주의 야욕을 당연시하는 일본 사람들이 미울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안중근의 성품에 감동한 일본인 간수는 “선생님,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인다. 그 일본인 간수 역할을 했던 배우가 이제는 한국 야구장에 있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이름이 알려진 노지마 나오토(45)다.
그는 올해 프로야구 키움 아시아쿼터 가나쿠보 유토의 통역 역할을 맡았다. 한국말이 능숙한 노지마는 키움 유니폼을 입고, 유토의 공을 받아주면서 선수 생활을 전반적으로 돕는다. 또한 선수나 코칭스태프와 대화를 할 때 통역을 해주면서 팀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한다.
지난 19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를 앞두고도 노지마는 분주하게 그라운드와 더그아웃을 누볐다. 노지마는 “배우도 원래 매니저가 있지 않나. 나도 매니저와 비슷한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미소 지었다.

그의 직업은 하나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배우 일을 하고, 일본에서는 한의원을 차려 운영도 하면서 유명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CM송을 녹음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그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수 전담으로 통역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에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되면서 노지마는 일본 선수들의 문의를 많이 받았다. 학창 시절까지 포수로 활동한 노지마는 일본프로야구 선수들과도 잘 알고 있었고, 한국에서도 연기한 전력이 있었다. 노지마는 “이승엽, 오승환, 이대호 등 일본에서 뛴 선수들이 많지 않나”며 “이대호와는 일본에서 뮤지컬 공연을 할 때 따로 인사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 야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아시아쿼터가 한국에 생긴다고 했을 때 다들 신기해하면서도 정말 괜찮은지 물어보곤 해서 알아봐 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그는 유토에게 통역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노지마는 “한국과 일본은 다른 나라이지만 야구를 통해서 같은 관심사가 생기면 좋지 않나. 내가 교류하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도전을 하는 데 있어서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아왔기에 이번 결정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노지마는 “내 이름의 ‘지마(島)’가 섬을 뜻한다. 2024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늘 ‘너의 이름에 섬이 있으니까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섬은 바다에 떠 있는 땅을 넘어 새로운 땅을 개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노지마는 자신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었다.
안중근에게 사과하는 일본인 순사의 역할을 맡은 것도 그의 도전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노지마는 “처음에는 SNS 메시지를 통해서 섭외 연락을 받았다. 이런 역할이 있는데 혹시 할 수 있는지 물어보더라”라고 했다. 일본인으로서 수용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노지마는 “역사를 많이 공부했다. 내가 그 역할로 나가면 다시 그 시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주인공인 정성화 형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괜찮으니까 같이 하자’고도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회고했다. 노지마는 “나도 개인적으로 역사에 대해 인정하고,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도전 정신을 이제는 키움에 쏟고 있다. “지금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다”는 그는 “앞으로 잡힌 촬영 일정도 있다. 하지만 일단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키움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나면 다른 미래가 또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토는 그의 케어 속에서 KBO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첫 등판인 3월 28일 한화전에서는 0.2이닝 3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4월 들어서는 9경기에서 6이닝 동안 단 한 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키움은 이번 시즌 최하위에 머물면서 고전하고 있다. 노지마는 선수들이 성적 때문에 좌절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정말 다들 열심히 한다. 아마도 야구 선수니까 이겨야 된다는 마음이 커서 힘든 사람들이 있을 텐데 마음을 강하게 먹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와 운동선수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했다. 배우도 무대에 홀로 서고, 선수도 결국 자신의 플레이를 하며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점에서 같다. 노지마는 “배우도 혼자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처럼 선수도 혼자 수비도 하고 타격도 해야 하지 않나”라며 “그럴 때 무서울 때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강한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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