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라퍼’ 류현진, 참 이해하기 어려운 4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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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 언어 영역

AI에게 물었다. ‘에바’ 뜻이 뭐냐고.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에바 : 'error over'의 줄임말로 추측된다. 정도를 심하게 넘어서는 과도한 행동이나 상황을 뜻하는 신조어다. 주로 어린 세대들이 많이 쓴다.

비슷한 표현이 있다. ‘오지랖’이다. 역시 AI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지랖 : 본래는 한복 겉옷의 넓은 앞자락이라는 뜻이다. 주로 ‘오지랖이 넓다’라는 관용구로 쓰인다. 남의 일에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참견하거나 간섭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른 사람의 일까지 덮으려 드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이건 반대다. 어른들의 언어다.

그런데 의외다. 세대 간의 통합이 이뤄진다. ‘-er’만 붙이면 요즘말이 된다. ‘오지라퍼’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는 8음절을 한 단어로 줄여준다. 한때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이름이기도 하다. 이국주, 이상준이 빵빵 터트리던 개그였다.

에바, 혹은 오지라퍼. 최근 그런 말이 떠오르는 투수가 있다. 류현진이다.

3월이 지나면 39세 시즌을 맞는다. 예전으로 치면 벌써 마흔인 셈이다. 뒷방 신세를 져도 이상하지 않을 때다.

그런데 여전히 활력이 넘친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왕성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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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차 원태인의 멘트 치는 법

사이판 올레아이 구장이다. 대표팀이 캠프를 차렸다. 3월 WBC 준비에 한창이다.

류지현 감독이 흐뭇한 표정이다. 다 이유가 있다.

“오전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간다. 대략 1시 정도에 점심을 먹는다. 그런데 2시가 지나도록 들어오지 않는 선수들이 있더라. 무슨 일이지? 매니저에게 물었더니 다 사정이 있더라.”

주로 젊은 투수들이다. 문동주, 원태인, 김영규 등등이다. 이들이 훈련을 끝내고, 추가로 러닝을 더 한다. 그래서 식사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러닝을) 하고 싶어서? 물론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더 솔직한 이유는 따로 있다. 류현진 때문이다. 하늘 같은 선배가 계속 달린다. 그러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추가 근무(?)가 발생하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분위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더 활기차고, 화기애애하다. 평소에는 ‘밥 잘 사주는 형’이기 때문이다.

밥만 잘 사는 게 아니다. 배울 것도 많다. 훈련 중에도 주변에 후배들이 모인다. 뭔가 진지한 토론도 한참 동안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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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무려 공중파에서도 소식이 다뤄진다. MBC 스포츠 뉴스가 대화 내용을 전해준다.

“저랑 손목을 사용하는 방법이 좀 달라서 경험이나 노하우를 잘 전수받았던 것 같다.” 문동주의 말이다. 이건 너무 진지하고, 학구적이다. 멘트 치는 법은 아직이다. 한참 더 배워야 한다.

롤 모델이 있다. 프로 8년 차 선배 원태인을 본받아야 한다. 누군가 옆에서 ‘일타강사 같나?’라고 묻는다. 좀 전의 토론 장면에 대한 질문이다. 그러자 즉각 이런 반응을 보인다.

“아, 너무 좋았다. 내 인생 최고의 커브를 오늘 배웠다.”

이건 누가 봐도 ‘오버’다. 그리고 ‘구라’다. 설마 잠깐의 수업으로 인생 최고를 얻었겠나. 그런데 이 정도는 돼야 한다. 그래야 (기사) 제목으로도 뽑힌다. 포털 메인에도 올라간다. SNS를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전해진다.

MBC 스포츠 뉴스 화면

투수 조장? 망설임 없이 OK

딱 일주일 전이다. 그러니까 지난 9일이다. 인천 공항이 북적인다. 대표팀이 출국하는 날이었다.

많은 기자들이 누군가를 찾는다. 덩치 큰 사람이다. 가장 가까운 파트너에게 묻는다. 포수 최재훈이다. “대부님 안 보이는데. 어디 가셨나?”

“글쎄. 본래 덩치가 하도 커서 어디에 있어도 눈에 딱 띈다. 그런데 둘러봐도 안 보이면, 그럼 여기 없고, 다른 데 있다는 얘기인데….”

그러던 순간이다. 어디선가 실루엣이 나타난다. 정말로 엄청 큰 체격이다. 잠깐 사이에 기자들이 주변에 몰린다. ‘어디 있었냐?’ 궁금증에 즉석 재현 연기를 보여준다.

“아니, 뭐, (김광삼) 투수코치님 잠깐 뵙고 왔다. ‘현진아 이리 와 봐.’ 하고 손을 잡으면서 ‘투수 조장 좀 해줘라.’ 그러시길래 ‘예.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유튜브 채널 ‘이글스TV’ 중에서)

와중에 이런 상황 묘사가 있다. “내 눈을 보시자마자. ‘부탁한다’라고 하시더라.”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잠깐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바로 “예, 알겠습니다”라고 시원하게 OK 했다.

물론 가벼운 마음은 아니다. “무겁다”라고 말한다. 책임감, 부담감도 크다.

“마지막 태극마크가 16년 전(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23살 때였다. 국가대표는 늘 영광스러운 자리다. 뽑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아직 경쟁력이 있고, 뛸 수 있을 때 WBC 대표는 꼭 해보고 싶었다.”

유튜브 채널 Eagles TV

겁나는 자리를 자청해서

그의 가을은 가혹했다.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최후까지 남아야 했다. 마지막 5차전에 8회와 9회를 맡았다. (5피안타, 1실점)

정상이라면 다음 경기 선발이 맞다. 하지만 6차전이 없으면, 의미 없는 일이다. 그래서 불펜 투수를 자청했다. 당시에 대한 얘기다. 동기생 이재원은 이렇게 얘기한다.

“현진이가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올해 은퇴를 해도 되니 팔이 빠지도록 9이닝 150개라도 던지겠다’라고 하더라. 전력으로 던지고, 팀 우승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10월 31일이다. 평소보다 몇 주나 긴 시즌을 치른 셈이다. 보통이라면 한 달 이상 충분히 쉬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시즌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나이가 젊은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낼모레 마흔 아닌가.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러지 않았다. 2주 만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이유는 오직 하나다. 태극마크를 다시 준비하기 위해서다.

어떤 선수들은 주저한다. 선뜻 받아들이기 겁나는 자리인 탓이다.

최근 성적을 보면 이해도 된다. 10년 넘도록 욕받이 신세였다. 호된 꾸지람과 날 선 비판과 마주 서야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감당해야 할 무게다. ‘독이 든 성배’는 괜한 말이 아니다.

특히나 그의 경우는 더 그렇다. 이미 많은 것을 누렸다. 더 큰 영광을 기대하기보다는, 반대의 경우를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몸을 사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만이다. 크게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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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은퇴 선언한 후배도 있는데

그의 동년배 혹은 후배 여럿은 이미 다른 길을 택했다. 수년 전에 ‘대표팀 은퇴’ 선언했다. 물론 그간의 결과에 대한 책임감일 수 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의미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님’은 반대였다. 두렵고, 겁나는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힘들고 고단한 여정을 자청했다. 떨리고, 고통스러운 도전일 것이다. 살 떨리는 전선의 맨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결정은 의미가 있다. WBC (예비) 대표팀의 ‘류현진 승선’은 이미 성공한 캐스팅이다. 그로 인해 훨씬 더 많은 주목과 관심, 응원을 받는다. 출국장에 모인 인파, 사이판 캠프를 찾는 보도진의 숫자가 그걸 증명한다.

그의 존재감 덕이다. 선뜻 자원한 용기 덕이다. 그래서 더 활기가 넘친다. 의욕이 보인다. 그런 1차 캠프가 됐다. <…구라다>는 그렇게 본다.

안 그래도 된다. 그런데 자꾸 앞에 나선다. 괜히, 과하게, 주위를 챙긴다. 그게 오지라퍼 혹은 에바다.

사실은 부정적인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를 수식할 때는 그렇지 않다. 왠지 모를 느낌이다. 꽤 다른 정서가 느껴진다.

바로 든든함, 그리고 대단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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