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오픈 안세영 10승무패, 5승2패 왕즈이 천위페이 나와봐!

배드민턴의 ‘성지’로 불리는 전영 오픈의 127년 역사에서 이토록 한 명의 선수를 향해 집단적인 공포를 드러낸 적이 있었을까.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이 영국 버밍엄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기도 전에, 이미 만리장성 너머 중국 대륙은 거대한 ‘안세영 트라우마’에 휩싸인 모양새다.

최근 공개된 2026 전영 오픈 대진표를 바라보는 중국 언론의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투지보다 체념이 짙게 배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세영이 준결승에서 천위페이를, 결승에서 왕즈이를 차례로 무너뜨리는 ‘중국 킬러’의 시나리오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중국 포털 소후(Sohu)에서 흘러나온 “안세영을 만나 다 타버리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은 현재 중국 여자 배드민턴이 처한 무력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5년부터 현재까지 안세영이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거둔 21승 3패라는 성적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아예 ‘학살’에 가까운 수준으로 그들의 자존심을 짓밟아 놓았다.

특히 세계 2위 왕즈이의 상황은 처참하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안세영을 상대로 10연패를 당하며 단 한 번의 승리도 맛보지 못한 왕즈이에게 안세영은 넘어야 할 벽이 아니라, 마주치기만 해도 다리가 떨리는 ‘절대 포식자’로 각인되었다.

스포츠에서 특정 선수에게 반복적으로 패배할 때 발생하는 심리적 위축은 기술적인 보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왕즈이가 코트 위에서 안세영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압박감은 아마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물리적인 고통보다 더 지독한 정신적 고문일 것이다.

중국 언론이 왕즈이의 결승행보다 안세영과의 조우를 더 걱정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싸우기도 전에 마음에서 패배한 선수가 기적을 바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세영의 영원한 숙적으로 불렸던 천위페이 역시 시간의 흐름과 안세영의 진화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통산 전적 14승 14패라는 숫자는 이제 과거의 훈장이 되었을 뿐, 최근 안세영이 보여주는 공격적인 배드민턴 앞에 천위페이의 방패는 곳곳이 깨지고 갈라졌다.

천위페이는 과거 “안세영은 무적이 아니다”라고 외치며 투지를 불태웠으나, 28세라는 나이가 불러온 체력 저하와 고질적인 어깨 부상은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안세영은 수비 위주의 운영에서 벗어나 더욱 날카로운 공격력을 장착하며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이번 전영 오픈 4강에서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안-천 대전’은 어쩌면 한 시대의 권력이 완전히 교체됨을 알리는 종결판이 될지도 모른다. 중국이 가장 신뢰하던 에이스마저 안세영의 화력 앞에 ‘타버릴 것’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중국 배드민턴의 현주소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예행연습인 독일 오픈까지 건너뛰며 오직 전영 오픈 2연패라는 대업을 위해 칼을 갈아왔다. 이는 단순한 우승을 넘어, 세계 배드민턴의 역사적 성지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여제의 선언과도 같다.

부상으로 신음하는 야마구치 아카네나 안세영에게 가스라이팅 수준의 연패를 당하고 있는 왕즈이에게는 이제 안세영의 존재 자체가 거대한 재앙이다. 셔틀콕이 코트를 가를 때마다 중국 선수들의 자신감은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갈 것이고, 안세영은 그 파편을 딛고 다시 한번 정상에 설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이제 안세영이 단순히 승리하는 것을 보는 단계를 넘어, 그녀가 어떻게 상대의 전의를 상실시키고 코트를 지배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중국 언론의 비명은 그 지배가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찬사일 뿐이다.

전영 오픈의 트로피가 다시 한번 안세영의 손에 들리는 순간, 중국 배드민턴이 느낄 절망의 깊이는 가늠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안세영 시대’의 냉혹하고도 아름다운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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