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 교사가 초등학생 전도"… JMS는 어떻게 미성년자를 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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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을 자주 사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어렸던 거죠."
10년 넘게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서 활동하다 겨우 탈퇴한 A씨는 16일 어렵게 입을 열었다.
JMS 피해자 모임 커뮤니티에서는 A씨처럼 "방과후 교사가 전도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탈퇴 신도 B씨는 고교 2학년 때 "워킹 수업을 받아보라"는 친구 설득에 JMS에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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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가치관 배울 기회 박탈돼 큰 위험"
성인 된 뒤에도 대학진학·경제활동 금지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줘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만큼 어렸던 거죠.”
10년 넘게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서 활동하다 겨우 탈퇴한 A씨는 16일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2000년대 후반 초등학생 때 방과후학교 교사 권유로 신도가 됐다. 교사는 예술에 관심 많던 A씨에게 연기 수업을 권하며 문화센터 강사를 소개했다. 연극영화과 출신 강사는 어린이 눈에 그저 멋있게만 보였다. 서너 달 뒤 강사가 제안한 ‘멘토링’도 기꺼이 수락했다. 멘토링은 사실 JMS의 교리 공부였다. 교사, 강사 모두 신도였고 문화센터를 세운 곳도 JMS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한참 뒤였다.
방과후 교사·청소년 상담사로 접근
여성 신도 성(性)착취 논란 등으로 파장을 일으킨 JMS가 청년 신도들에게 방과후학교 교사나 진로적성 상담사, 청소년 상담사 등의 직업을 갖게 해 미성년자들을 전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미성년자가 성인에 비해 유인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안정적 직업을 가진 청년 신도들이 월급 일부를 십일조로 헌납해 수입 확보 차원에서도 안성맞춤이었다.
JMS 피해자 모임 커뮤니티에서는 A씨처럼 “방과후 교사가 전도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JMS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신도로 추정되는 인물이 본인을 ‘청소년 진로교육 강사’라고 밝히며 “학교에서 가르친다”고 소개한 영상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모델 워킹 수업이나 예술단 등 문화행사도 미성년자를 꾀는 미끼 중 하나다. 탈퇴 신도 B씨는 고교 2학년 때 “워킹 수업을 받아보라”는 친구 설득에 JMS에 발을 들였다. 3, 4개월 수업 내내 종교 언급은 일절 없었다. 친해진 뒤에야 강사가 ‘바이블 멘토링’을 제안했다. 당시는 교주 정명석씨가 신도 성폭행 혐의 등으로 징역 10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직후였지만, B씨는 “(정씨의) 범죄를 부인하는 사람들 말만 믿었다”고 회상했다.
"JMS 빠져나오니 인생 절반 날아간 듯"
JMS 측이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분명하다. 판단력이 미숙한 시기라 비뚤어진 가치관을 주입시키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A씨도 가입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부모가 종교와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애를 썼지만 허사였다. 그는 “그때는 스펀지처럼 JMS에서 가르친 모든 걸 흡수한 상태였다”고 했다. 유영권 연세대 상담코칭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이단 교육을 받으면 다른 가치관을 배울 기회가 박탈돼 (이단) 교리가 곧 자기 자체가 된다”고 우려했다.
일단 JMS에 빠지면 성인이 돼서도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JMS가 일부 신도들의 대학 진학과 경제 활동도 철저히 금지하는 탓이다. 정씨 눈에 든 여학생이나 지도부 후보, 탈퇴 가능성이 큰 사람 등이 표적이라고 한다. A씨는 음악 관련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신앙을 잃게 된다”는 지도부 만류에 포기했다. 미성년 시절에 가입한 C씨도 “선생님(정씨)의 신부처럼만 살아야 한다”는 압박에 일을 그만뒀다.
실체를 깨닫고 빠져나와도 남은 건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뿐이다.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고, 신도가 운영하는 직장에만 다녀 새 직업을 얻기도 힘들다. 15년 만에 JMS의 속박에서 벗어난 D씨는 “나오는 순간 인생 절반이 날아간 듯해 죽기 직전까지 갔다”고 토로했다. C씨 역시 “나를 (JMS 지도부와) 똑같은 쓰레기로 볼까 봐 주변에 얘기도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단 종교 전문가인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피해자를 ‘아우팅(타인에 의한 강제 폭로)’하고 비난하기보다 비정상적 상황을 초래한 이단 종교 지도부를 가해자로 특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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