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인사이드] 연세대 신촌캠퍼스 아이스링크 건립 지연 ‘폭로’ 파문…연세·세브란스 해묵은 갈등 터지나

김학수 2024. 6.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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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촌캠퍼스 야구장 모습. HL그룹은 공사비 전액을 부담해 야구장에 아이스링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가 범현대계 기업집단 HL그룹이 전액을 부담하기로 한 신촌캠퍼스 내 아이스링크 건립문제를 둘러싸고 해묵은 학내 갈등에 휩싸일 조짐이다. 연세체육회 이관식 회장은 지난 1일 동문들에게 보내 호소문에서 “아이스링크 건립은 오랫동안 연세체육인의 염원이었다. 그동안 신촌에 아이스링크를 건립하자는 논의가 여러번 있었으나, 재정 등의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며 “얼마전 HL그룹이 신촌캠퍼스에 아이스링크를 건립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학교 내부 의사결정 문제로 아이스링크 건립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내부 의사결정이 무엇인지를 호소문에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세대 동문과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부 의사결정 문제는 의대 출신 동문과 비의대 출신 동문간의 해묵은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내 병원 건물 모습.

◇ 의대 출신 동문이 맡은 총장과 총동문회장, 아이스링크 건립보다 병원 신설 선호해

연세대는 지난 해 11월 총장 선거이후 학교 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연세-세브란스 출신 간에 보이지 않는 대립과 갈등을 드러냈다고 한다. 의대 출신의 윤동섭 현 총장이 상경대 출신의 서승환 전 총장을 꺾고 의대 출신 총장으로 11년만에 선임되면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앞서서 지난 해 5월 의대 출신인 이경률 SCL헬스케어그룹회장이 1960년 연세대 동문회가 만들어진 후 63년만에 첫 의과대학 출신 총동문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의대 출신의 학교 내 영향력은 막강해졌다는 것이다.

총장 선거 과정에서 의대와 비의대 동문간에 아이스하키 링크 건립문제를 두고도 입장 차이를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 전 총장측은 ‘재선되면 아이스하키 링크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윤 총장측은 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총장 선거가 끝난 후 선거에서 이긴 윤 총장측은 세브란스 병원에 가까이 있는 동문회관을 신촌캠퍼스 서측에 위치한 야구장쪽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20층 심혈관 센터 병원을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야구장은 HL그룹이 기증하기로 한 아이스링크 건립부지로 지목된 곳이다.

연세체육회측은 이러한 학교측의 계획에 대해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다. 연세체육회 관계자는 “학교측에서 병원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며 아이스링크 건립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보니 동문회관 이전 등을 얘기하는 것 같다”며 “동문회관 이전은 아이스링크 건립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밝혔다.

연세 동문회관은 방우영 전 조선일보 회장이 동문회장 시절인 1993년 동문들의 모급으로 건립됐다. 준공 이후 연세 동문 및 교직원, 학생들의 각종 모임과 행사, 결혼식을 치르는 문화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는게 연세대 동문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결과적으로 아이스링크 건립 문제는 오랫동안 쌓여왔던 연세-세브란스 동문간의 알력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연세대는 1957년 연희대학과 세브란스의과대학이 통합되면서 현재에 이른다. 학교 이름은 연희대학의 첫글자인 '연'과 세브란스 의과대학의 첫 글자인 '세'를 합쳐 연세대로 명명됐다.

◇ 아이스링크,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자산

하버드대학이나 예일대학 같은 해외 유수의 대학들은 학생들을 위해 학교 체육 시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있다는게 교육전문가들의 얘기이다.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육체에 깃든다’라는 말이 있듯이 몸이 건강해야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학과 중고교들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체육 시설 등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많다. 연세대의 경우 수십년전 신촌 캠퍼스에 야구장, 축구장, 종합 운동장 등이 있었지만 축구장은 학교 건물로 내주며 점차 체육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연세대가 아이스링크 건립 결정을 주저하고 있는 것도 체육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현실의 반영이 아닌가는 지적이다. 이관식 연세체육회 회장은 “학교내 체육시설은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시설로 봐야 한다”며 “학교가 HL그룹의 제안에 이제 답해야 할 때이다. 답변을 지연하면 HL그룹이 제안한 사업계획을 번복하거나 철회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HL그룹은 아이스링크 건립을 위해 적어도 300~500억원 정도 예산을 투입, 아이스링크장과 함께 피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설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체육회측은 아이스링크를 건립하면 현재 낙후된 교내 스포츠시설을 개선하고 재학생들에게 휴식과 소통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 연세체육회와 총학생회 입장

연세대 동계스포츠 선수들은 그동안 학교에서 아이스링크가 없어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이스하키부는 현재 목동아이스링크를 이용하여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쇼트트랙 전이경과 최민정도 학교에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연세대 동계스포츠 선수들은 훈련할 장소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스하키부는 전용 훈련구장 확보가 시급하다. 아이스하키부는 목동아이스 링크를 이용하며 연간 약 6,000만원 정도의 대관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연세대 라이벌 고려대는 이미 1998년 800석 규모의 아이스링크를 건립하여 운영 중이며 제2의 아이스링크 건립을 추진 중이다.

연세체육회에서는 아이스링크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오는 15일까지 1만명의 서명인이 받을 계획이다. 서명운동 참여방법은 온라인 서명은 ‘https://naver.me/IDozKrP6’ 통해 하면된다. 오프라인 서명은 서명지를 작성해 우편이나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서명지는 연세체육회(02-365-5943,smrc3650@hanmail.net)으로 연락하면 받을 수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아이스링크 건립 서명운동을 계기로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아이스링크 건립을 전향적으로 추진할 것을 학교측에 건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일부 학생들은 서명에 나서며 학교측이 아이스링크 건립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연세대는 의대와 비의대 학내 주도권 경쟁을 멈춰야 한다. 지금이라도 아이스링크 건립에 대한 의견을 모아 학교 발전과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게 교육계의 전반적인 여론이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아이스링크 건립을 위한 호소문 전문]

연세를 사랑하는 모든 분께 호소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연세체육회 회장 이관식입니다. 연세체육회는 연세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께 연세체육의 발전과 연세인 및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두의 복지 향상을 위해 연세대학교 캠퍼스에 아이스링크를 건립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아이스링크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연세는 한세기 동안 대한민국 스포츠를 이끌어 왔습니다. 농구,럭비,야구,축구 등 하계 스포츠뿐 아니라,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등 동계스포츠에서도 연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연세 동계스포츠 선수들은 우리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그런데 연세 동계스포츠 선수들은 연세에서 훈련을 할 수 없습니다. 아이스하키부는 연세에 없습니다. 아이스하키부는 현재 목동아이스링크를 이용하여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빛낸 전이경도 최민정도 연세에 없었습니다.

연세에 동계스포츠 선수들이 훈련할 장소가 필요합니다. 특히 아이스하키부 전용 훈련구장이 필요합니다. 아이스하키부는 목동아이스 링크를 이용하며 연간 약 6,000만원 정도의 대관료를 지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고려대학교는 이미 1998년 800석 규모의 아이스링크를 건립하여 운영 중이며 제2의 아이스링크 건립을 추진 중입니다.

아이스링크 건립은 오랫동안 연세체육인의 염원이었습니다. 그동안 신촌에 아이스링크를 건립하자는 논의가 여러번 있었으나, 재정 등의 문제로 번번이 무산되었습니다. 이러던 차에 얼마전 HL그룹이 신촌캠퍼스에 아이스링크를 건립하겠다는 뜻을 연세에 밝혔습니다. HL그룹은 한국 동계스포츠 발전을 위해 특히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신촌캠퍼스 아이스링크 건립에 모든 재정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 연세대학교 내부 의사결정 문제로 아이스링크 건립 결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HL그룹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모든 재원을 확보하고 아이스링크 건립 제안을 했습니다. 연세는 아이스링크 건립을 위해 재원을 확보할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비용은 HL그룹이 지불합니다. 이제 연세가 HL그룹의 제안에 답해야 할 때입니다. 연세가 답변을 지연하면 HL그룹이 제안한 사업계획을 번복하거나 철회할까 우려됩니다.

한편 동계스포츠 선수만 아이스링크 건립으로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아이스링크 건립으로 재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주변 주민 등도 많은 혜택을 누리리라 여겨집니다. HL그룹은 아이스링크장 내 피트니스센터 등 부대시설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아이스링크 건립으로 교내에 동계스포츠에 대한 생활체육을 활성화 할 수 있습니다. 교직원과 자녀를 위한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할 수도 있고, 피겨 및 쇼트트랙 강습도 가능합니다. 또 아이스링크를 건립하여 현재 낙후된 교내 스포츠시설을 개선하고 재학생들에게 휴식과 소통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이스링크는 모두를 위한 다목적 시설이 될 것입니다.

또한 아이스링크는 연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목동아이스 링크와 고양시 빙상경기장 두 곳만이 국제 대회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신촌캠퍼스에 국제 기준에 맞는 최신 시설을 갖춘 아이스링크가 건립되면 연세에서 많은 국제 대회를 치를 수 있고, 이는 연세의 브랜드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리라 기대됩니다. 하버드대학이나 예일대학 같은 해외 유수의 대학들도 국제 규격을 갖춘 아이스링크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떠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신촌캠퍼스에 국제 규격을 갖춘 아이스링크를 지닐 수 있습니다. 연세는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연세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호소드립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신촌에 아이스링크를 건립해 주시기 바랍니다. 연세체육회에서는 아이스링크 건립을 위한 호기를 놓치지 않게 서명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서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2024년 6월 15일까지 1만명의 서명인이 필요합니다.

서명운동 참여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온라인 서명 : 연세대학교 아이스링크 건립 지지 서명 https://naver.me/IDozKrP6 에서 온라인 서명에 참여해 주세요. 발송된 서명 요청 문자를 통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서명 : 서명지를 작성하여 우편이나 이메일로 송부해 주십시오. 서명지는 연세체육회(02-365-5943,smrc3650@hanmail.net)으로 연락주시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힘으로 신촌캠퍼스에 아이스링크를 심어주시기 바랍니다. 아이스링크는 뒤안에 우뚝한 무악같이 연세를 억세고 힘차게 번성하게 하는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6월 1일

연세체육회 회장 이관식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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