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쿠팡에 대적할 수 있을까? "알리 3년간 1.5조원 vs 쿠팡 10년간 6.2조원"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3년간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향후 쿠팡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그룹 명예회장.(출처=블로터DB)

"알리는 쿠팡에 대적할 수 있을까?"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이커머스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의 한국 사업 확대를 위해 3년간 1조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알리가 국내 유통공룡으로 거듭난 쿠팡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쿠팡이 10년간 6조 2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했다는 점에서  알리가 이번 투자를 통해 당장 판도를 바꾸긴 어렵지만 투자가 지속된다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알리-쿠팡 체제'로 양분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알리, 3년 간 약 1조 5000억원 투자, 대규모 통합물류센터 구축

15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3년간 11억달러(약 1조 4471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구체적으로 2억달러를 투자해 올해 안에 국내에 18만㎡(약 5만 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로 지원에 1억 달러, 소비자 보호에 1000억원, 지재권 보호에도 100억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알리가 구축하려는 통합물류센터는 크기가 축구장 25개에 달해 단일 시설로는 국내에서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바바가 국내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이 높은 구매력을 갖춘 것은 물론, 전국 단위의 택배망이 고르게 퍼져있어 이커머스 업체에겐 매력적인 시장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알리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직구를 넘어 한국 브랜드관인 'K베뉴'를 통해 신선식품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국내 1위 식품 업체 CJ제일제당과 손을 잡는 등 사세를 키우고 있다.

알리의 사업 확장에 가장 큰 걸림돌은 쿠팡이다. 쿠팡은 단순히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 1위를 넘어 전체 유통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온라인 쇼핑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거래금액 기준 150조원 규모이며 쿠팡의 점유율은 24.5%로 나타났다. 쿠팡의 매출은 2019년 7조 1530억원 에서 지난해 31조 8298억원으로 급등했고 지난해에는 이마트 매출(29조 4722억원)까지 뛰어넘으며 국내 유통 시장 1위로 등극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의 앱 이용자 수는 3010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한국인 5명 중에 3명이 쿠팡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알리 실탄 1조 5000억원, 제2의 쿠팡 되기엔 역부족

이를 위해 쿠팡은 10년간 6조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구축했고, 이 과정에서 6조원에 달하는 계획된 적자를 감수했다. 3년간 약 1조 5000억원의 실탄을 쏟아부을 예정인 알리는 우선 대규모 통합물류센터 한곳을 짓겠다는 계획만 확정된 상태다. 한 관계자는 "알리의 통합물류센터는 쿠팡처럼 신선식품을 위해 콜드체인을 갖추기 보단 단순 창고 형태에 그칠 것"이라면서 "알리는 해외 직구 서비스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국내에 먼저 가져다 놓고 배송 기간을 줄이는 식의 물류센터 운영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체 판매 상품의 90% 이상을 직매입하는 쿠팡과 달리 오픈마켓 형태인 알리는 중국 현지의 셀러(소상공인)들에게 국내 창고를 대여해주는 쿠팡의 '로켓그로스' 비즈니스 모델을 따를 전망이다.

현재 쿠팡은 신선식품·패션·뷰티·명품 등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어 저렴한 공산품 위주인 알리와의 격차가 쉽게 좁혀지진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알리의 이번 투자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쿠팡 수준으로 지속적 투자를 단행하더라도 쿠팡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물류센터는 입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미 다수의 업체가 최적의 입지를 선점한 상태인데 더 좋은 입지를 발견하고 물류 인프라에 투자를 진행할 경우에는 쿠팡보다 최소 1.5배 이상의 금액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의 최종목표는 역직구 사업?

일각에선 이번 알리의 투자가 한국 시장 타깃이 아닌, 향후 '역직구 사업'을 펼치기 위해 거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알리는 현재 국내 식품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로 수수료 정책을 펼치는 등 셀러 영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결국 한국 제품을 중국, 동남아 등으로 수출하기 위해 해당 물류센터를 활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지난해 '중국 직구'를 한 금액이 약 3조원인데, 중국인들이 한국 제품을 직구한 금액은 10배가 넘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 불황으로 중국 내수에서도 성장성이 크지 않고 미국 시장에서도 테무에게 완전히 밀린 상황에서 알리가 경쟁이 치열하고, 내수 시장 규모의 한계가 분명한 한국에서 돈을 벌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