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피나는 노력, 과연 정답일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열심히만 하면 어떤 어려움이든 다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는 류의 개천 용 이야기들은 다양한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무리 가난하고 차별이 심해도 존 헨리 같이 이겨내면 될 텐데 왜 너는 그러지 못하냐며 결국 네 의지력과 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 아니냐고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축소하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비인간적인 수준의 힘을 쏟은 존 헨리가 승부에서 이겼지만 결국 죽고 만 것처럼 비인간적인 노력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어떤 어려움이든 다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는 류의 개천 용 이야기들은 다양한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 흔히 하는 아메리칸 드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나 유색인종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존 헨리이즘(John Henryism)' 류의 이야기들이 여기에 속한다.
후자는 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이야기로 흑인 노예 출신인 존 헨리라는 사람이 해머 하나로 증기 기관 드릴과의 승부에서 이겼다는 이야기다. 존 헨리는 승부에서 이겼지만 힘을 전부 소진한 탓에 그만 죽고 말았다.
가볍게 생각하면 이는 인간의 의지력과 노력의 대단함에 관한 이야기다. 실제로 가난과 차별 같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빛나는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대단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약자들을 돕기는 커녕 비난하는 용도로 쓰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가난하고 차별이 심해도 존 헨리 같이 이겨내면 될 텐데 왜 너는 그러지 못하냐며 결국 네 의지력과 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 아니냐고 사회적 문제를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축소하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들이 차별을 받는 이의 마음에 내재화 될 때가 많고 결국 약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비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노력만 하면 다 이룰 수 있다는 논리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통제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심하게 차별 받는 사람들이 가장 노력 만능주의를 믿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그 결과 실제로 더 노력하게 되고 성공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들보다 배로 노력한 사람들의 경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금방 소진되어 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비인간적인 수준의 힘을 쏟은 존 헨리가 승부에서 이겼지만 결국 죽고 만 것처럼 비인간적인 노력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별로 없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과한 노력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지만 서로 다른 출발선을 만들어 둔 사회에서 마치 그런 사실이 없는 것처럼 개인을 향해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에도 내가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쉽게 판단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게 어려움이 닥쳐 휘청거릴 때 사람들이 나를 쉽게 판단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Bernard, D. L., Jones, S. C., & Volpe, V. V. (2020). Impostor phenomenon and psychological well-being: The moderating roles of John Henryism and school racial composition among Black college students. Journal of Black Psychology, 46(2-3), 195-227.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