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경력 '0년'인데 430억원 대작 주인공 차지한 전설의 신인 여배우

전례 없는 430억 대작의 여주인공… 연기 경력 '0' 신인의 등장

2007년 가을, 한국 방송가는 단 한 명의 신인 배우가 일으킨 거대한 충격파로 술렁였다.

'한류 황제' 배용준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순수 제작비만 무려 430억 원이 투입된 MBC 초대형 판타지 서사극 '태왕사신기'(연출 김종학·윤상호, 극본 송지나·박경수)의 타이틀롤 여주인공 '수지니' 역에 프로필조차 알려지지 않은 생짜 신인 이지아가 전격 발탁됐기 때문이다.

당시 연예계에서 이 캐스팅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주연급 톱스타들이 탐내던 황금 배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제작 규모와 기대치 면에서 신인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것은 제작사로서도 엄청난 도박이었기 때문이다.

포털 사이트에 프로필 사진 한 장 검색되지 않던 무명 배우가 '배용준의 여인'으로 낙점되자 세간에서는 '대체 누구냐', '엄청난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이지아가 수많은 톱스타와 쟁쟁한 오디션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지니 역을 거머쥔 비결은 타고난 배짱과 집요한 오디션 과정에 있었다.

제작사 TSG프로덕션에 따르면 이지아는 캐스팅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무려 30여 차례에 걸친 혹독한 오디션을 치렀다. 카메라 테스트와 대본 리딩, 캐릭터 분석 과제 등이 쉼 없이 이어졌지만 그는 한 번도 주눅 들지 않았다.

당시 연출을 맡았던 거장 고(故) 김종학 감독은 수지니 역을 두고 "기존 여배우들의 틀에 박힌 연기 톤이 아닌, 털털하고 중성적이면서도 내면에 맑은 순수함과 당돌함을 동시에 지닌 백지상태의 인물"을 집요하게 찾고 있었다.

오디션 당시 김종학 감독은 이지아에게 "CF 계약서에 사인하러 가는 자리에서 광고주가 떨어뜨린 만년필을 밟아 부러뜨린 상황"을 즉석 연기로 요구했고, 이지아는 당황하는 기색 없이 뻔뻔하면서도 능청스럽게 대처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어 수지니의 핵심 감정선이었던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서럽게 흐느끼는 장면'을 눈물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해 내며 김 감독의 최종 낙점을 받았다.

김종학 감독은 훗날 "오디션을 보는 내내 눈빛이 살아있었고 무엇보다 배짱이 두둑했다.

심은하의 미소와 고현정의 당당함을 합쳐놓은 듯한 독특한 아우라가 있었다"고 회고하며 파격 발탁의 이유를 밝혔다.

첫 방송 직전까지 쏟아지던 우려와 의구심은 드라마가 전파를 타자마자 단숨에 환호로 바뀌었다. 수지니 특유의 털털한 가파치 옷차림에 활을 능숙하게 쏘며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배용준(담덕 역)과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이지아의 연기는 안방극장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첫 등장 직후 이지아는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싹쓸이했고, 방영 내내 "신인답지 않게 자연스럽고 매력적이다", "진짜 수지니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았다. 첫 데뷔작으로 최고 시청률 35.7%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견인한 그는 그해 2007년 MBC 연기대상에서 신인상, 인기상, 베스트커플상을 휩쓴 데 이어 제4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신인연기상까지 거머쥐며 화려한 스타 탄생의 서막을 열었다.

연기 학원이나 단역 생활 등 정통 코스를 거치지 않고 오직 오디션 하나로 430억 블록버스터의 여주인공 자리에 직행했던 이지아의 일화는, 지금까지도 한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고 파격적인 '신데렐라 데뷔'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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