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였다 풀었다' 대출 정책 오락가락 언제까지
'서민 주거상품' 한도 축소 부작용 간과
정책 신뢰 하락에 소비자 혼란 가중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대출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특히 서민 주거지원을 위한 정책금융상품 공급을 조절하려다 실수요자 비판이 거세자 돌연 시행을 유예했다. 대출을 받으려 했던 수요자들은 당장 한시름 놓았지만 시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정책금융상품은 서민 실수요자들을 대상으로 해 한도축소 체감이 시중은행 대출을 받는 차주보다 더 크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정책 엇박자에 신뢰가 하락하고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졌다고 지적한다.
또 반복된 오락가락 대출
최근 정부는 디딤돌대출 한도를 줄이려고 했다가 시행을 유예했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서민이 5억원 이하 주택 매입 시 최대 2억5000만원을 낮은 금리로 공급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정부는 디딤돌대출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70%(현행 80%)로 줄이고 아직 등기되지 않은 신축 아파트 대상 담보대출은 중단,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 등을 적용하려 했다.
디딤돌대출은 올 들어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신규 공급보다 상환 규모가 더 큰 상황인 반면 신생아 특례대출 등을 포함한 디딤돌대출은 꾸준히 공급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은행이 공급한 대출 가운데 정책상품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8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은행 자체 공급한 대출이 6조4000억원,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보금자리론은 2조1000억원 감소했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 수요 조절을 위해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금리가 낮은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상품 인기는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정책상품 한도를 조절하려 했지만 수요자 반발에 결국 무산된 셈이다.
이 같은 대출 정책 혼선은 이전에도 있었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확대되자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부행장들을 소집해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후 현장검사에 나섰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임을 강조하며 대출 수요 관리를 위한 규제 강화 등에 선을 그었다. ▷관련기사: 금융위는 미루고 금감원은 현장점검…가계대출 엇박자?(7월4일)
또 금융위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미루면서 대출 수요가 급격히 늘었고,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통해 수요 조절에 나서자 이복현 금감원장이 은행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시장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한도 축소에 방점을 둔 방안을 마련했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대출 관리는 은행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이복현 원장은 시장에 혼선을 준 부분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은행장 만난 이복현 "가계대출, 자율 구조 정착해야"(9월10일)
부처간 혼선까지…시장혼란 가중
김병환 위원장은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부처 간 이견이 없고 정책금융상품 취지에 맞게 협의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내부뿐 아니라 관계부처와도 가계대출 정책 혼선을 야기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정책금융상품은 서민들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한도 축소에 따른 체감도가 시중은행에서 대출받는 차주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시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섣불리 상품 운영 방안을 바꾸려다 실수요자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가계대출 관리 방안은 시행 시점이 중요해 일정을 예고하고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차주들의 혼란이 줄어든다"며 "이번 정책 혼선은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바로 시행하려고 했던 게 서민 실수요자들의 거센 반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가 차주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지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디딤돌대출 최대 한도 내에서 대출 가능금액이 수천만원 줄어들면 시중은행 주담대 한도 축소보다 전체 대출액에서 감소하는 비중 뿐 아니라 체감도도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정책 엇박자로 대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계부채는 관리가 필요해 연착륙을 위한 일관된 정책이 필요하다"며 "반대로 정책 혼선이 반복되면서 대출 수요 억제도 되지 않고 불확실성만 확대됐다"며 꼬집었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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