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한-인도 관계의 변곡점
이란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며 세계의 긴장이 높아진 3월 18일,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변화’가 조용히 논의되고 있었다.
그 시작은 뜻밖에도 ‘소’ 이야기였다. “델리 거리에서 소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서울대 강성용 교수는 최근 델리에서 한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오늘 오는 길에 소를 본 적이 있습니까?”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소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변화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변곡점은 늘 지나고 나서야 인식된다. 그 한가운데 있는 사람은 그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오히려 바깥에서 더 또렷하게 보인다.
이날 한-인도 미래협회(KIFA) 오찬 강연이 던진 메시지도 바로 그것이었다.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열린 한-인도 미래협회(KIFA) 초청 오찬 강연에서 고랑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인도 미래협회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0/552779-26fvic8/20260320110525586zpol.jpg)
고랑랄 다스 주한 인도대사의 발언은 직설적이었다. “한-인도 관계는 아직 표면조차 긁지 못했다.”
세계 5위와 14위 경제권이 맞닿아 있음에도 양국 관계는 기대에 비해 얕다. 지금이야말로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조선업을 핵심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인도는 무역 확대를 위해 대규모 선박 수요가 불가피한 해양국가이며, 그 일부는 자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해외 기업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시선은 대기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역시 인도 시장에서 충분한 기회를 찾을 수 있으며, 동시에 인도 기업들도 한국을 새로운 진출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관계는 일방이 아닌 상호 가속의 구조라는 메시지였다.
다스 대사의 발언에는 또 하나의 층위가 담겨 있었다. 한국이 지난 50년간 이뤄낸 압축 성장 — 산업화, 민주화, 디지털 전환, 그리고 문화적 확장 — 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조선, 반도체, 방산, 그리고 K-콘텐츠까지. 이제는 K-pop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중심에 서고, BTS 공연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시대다.
인도는 이 경로를 주목하고 있다. 다스 대사는 한국에서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식민지 경험을 넘어선 회복력, 가족과 전통의 가치, 그리고 새로운 것을 향한 집요한 열망. 두 나라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최근 뉴델리에서 열린 ‘라시나 다이얼로그’는 그 현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120개국, 3,000명이 모인 그 자리에서 드러난 것은 하나였다. 인도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변곡점이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인도 시장의 폭발성에 매일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는 인도에서 2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더 주목할 점은 이 거대한 시장이 모바일 기반이라는 사실이다.
제조, 문화, 디지털이 동시에 움직이는 시장. 한-인도 미래협회는 이 세 축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목표는 이를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다스 대사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를 짚었다. K-콘텐츠는 이제 인도 농촌 깊숙한 곳까지 확산되고 있다. 드라마, 음악, 게임이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기의 문제가 아니다. ‘익숙함’의 문제다.

이 공모전은 단순한 콘텐츠 이벤트가 아니다. 양국의 일상과 문화, 그리고 미래를 AI라는 언어로 표현하게 함으로써 ‘이해’를 만들어내는 실험이다. 이해는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그 파장은 벽을 허문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 번 형성되면 예상보다 훨씬 크게 확산된다.
나비효과처럼.
- 인도, 호르무즈 바깥 군함 배치…자국 유조선 호위 준비 | 아주경제
- [NNA] 인도 반도체 시장, 2035년 3,000억 달러 규모로 도약 | 아주경제
- [단독] 나프타 찾아 알제리·인도 문 '똑똑'...K-석화 최대 위기에 기업·정부 원팀 체제 | 아주경제
- [NNA] 인도 원유 탱커, 중동 푸자이라항에서 출항 | 아주경제
- [NNA] 인도 크리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압력 우려 | 아주경제
-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한-인도 경제 협력, 확대할 것" | 아주경제
- LG전자, 인도 특화 부품 솔루션으로 '국민 브랜드' 도약 | 아주경제
- 이란, 호르무즈 해협서 인도 LPG운반선 통항 허용 | 아주경제
- [NNA] 인도 정부, 접경국 FDI 규제 완화…심사·승인 60일 이내로 | 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