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능 촬영장에 축구 해설위원 간담회 안내판이 세워졌습니다. 그 앞에 선 사람은 안정환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소리를 높인 쪽은 유재석이었습니다.
MBC '놀면 뭐하니?'는 지난 5일 345회 '쩐의 전쟁 in 전주' 편을 내보낸 뒤 다음 이야기를 짧게 붙였습니다. 화면에 뜬 첫 자막은 '판타지 스타 안정환이 왔다!'였습니다. 그가 나오는 방송은 오는 12일입니다.
손님이 축구인이라는 사실보다 눈에 띄는 건 시점입니다. 12일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을 꼭 일주일 앞둔 토요일입니다.
예고에 걸린 안내판, '해설위원 간담회'

예고 화면 속 배경에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안정환 해설위원 간담회'라고 적힌 MBC 안내판이 놓여 있었습니다. 멤버들이 줄지어 선 장면 위로는 '우리가 모인 진짜 목적'이라는 자막이 흘렀습니다.
간담회 형식은 오래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뉴스엔 보도에 따르면 안정환은 출연진의 질문 공세에 "너 이탈리아였으면 죽었다"고 받아쳤고, 유재석은 "너도 방송하는 친구가 이러냐. 지금 싸우자는 거냐"고 맞받았습니다.
예고 말미에는 '급기야 벤치클리어링 발발'이라는 자막이 붙었습니다. 유재석은 앞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안정환을 두고 뒷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는데, 그 인연이 이번 촬영장에서 다시 소환된 셈입니다.
MBC가 그를 부른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안정환은 이번 대회에서 MBC 축구 해설을 맡습니다. MBC가 지난달 공개한 중계진을 보면 축구는 김성주 캐스터와 안정환·서형욱 해설위원이 한 조를 이루고, 야구는 김나진 캐스터에 정민철·오승환 해설위원이 붙습니다.
대회는 19일 개회식으로 문을 열어 10월 4일까지 이어집니다. 축구는 그보다 앞선 14일에 시작하고, 한국 남자 대표팀의 첫 경기는 15일 저녁 나고야에서 카타르를 상대로 열립니다.
방송이 나가는 12일은 정확히 그 사이에 놓입니다. 해설석에 앉기 직전의 안정환을 예능 카메라가 먼저 잡아두는 순서입니다.
'이탈리아'가 가벼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

그가 하필 이탈리아를 꺼낸 대목은 경력을 알고 보면 다르게 읽힙니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연장 후반 헤딩으로 골든골을 넣었고, 한국은 그 골로 8강에 올랐습니다.
당시 그의 소속팀이 이탈리아 페루자였습니다. 경기 직후 구단주 루치아노 가우치는 그를 내보내겠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고, 이후 이적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한 나라를 무너뜨린 골이 자신의 일터를 흔든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전에서도 역전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2012년 1월 현역에서 물러난 뒤 2014년부터 MBC 마이크를 잡아왔으니, 해설위원 경력만 벌써 10년이 넘습니다.
그러니 '이탈리아였으면'이라는 말은 아무 나라나 골라 넣은 예시가 아닙니다. 24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단어 하나에 반응하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12일 방송에서 확인할 것도 여기에 있습니다. 대회를 일주일 앞둔 해설위원이 예능 카메라 앞에서 어디까지 풀어놓는가입니다.
'놀면 뭐하니?'는 매주 토요일 저녁 6시 30분 MBC에서 방송됩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이 더 궁금하신가요. 벤치클리어링까지 갔다는 그 장면인가요, 아니면 24년이 지나도 이탈리아라는 말에 발끈하게 되는 사람의 속내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