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저가형 모델’, 배송도 안 됐는데 단종 가능성?

모델 3 스탠더드 <출처=테슬라>

테슬라가 미국 시장에 출시한 ‘저가형 모델’이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기존 모델 3, 모델 Y의 기능을 축소한 버전에 불과하며, 가격 대비 가치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이들 모델이 출고 전에 단종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출시 5개월 만에 단종된 사이버트럭 RWD 모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와 맞물린다.

모델 3 스탠더드 <출처=테슬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오랜 기간 약 3,500만 원대의 전기차를 약속하며 혁신적인 생산 방식을 내세웠지만, 실제 출시된 차량은 축소형 모델 3·Y 스탠더드 트림이었다. 이마저도 옵션이 대폭 줄었고 가격 인하 폭은 기대 이하로, 2019년과 2023년 멕시코 시장에서 시도됐다가 실패했던 전략을 되풀이하는 모양새다.

모델 3 스탠더드 <출처=테슬라>

모델 Y 스탠더드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 통풍 시트, 자동 접이식 미러, 라디오 등 기본적인 기능들이 빠졌음에도, 상위 트림 대비 가격 차이는 약 714만 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제조 원가 절감을 위해 프렁크 방수 패킹 제거, 수동식 시트 조정, 오디오 스피커 축소 등 실용성과 품질에서의 타협이다. 차선 중앙 유지 기능도 삭제됐으며, 자율주행 기능을 원할 경우 별도 옵션(FSD)을 구매해야 한다.

모델 Y 스탠더드 <출처=테슬라>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모델 3 스탠더드는 69.5㎾h 배터리로 약 517㎞의 주행거리와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췄으며, 제로백도 약 5.8초로 무난한 성능을 보인다. 하지만 이 역시 실용성보다 ‘로보택시’ 용도로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테슬라는 이들 모델을 일반 소비자보다는 법인 및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허츠(Hertz) 등 글로벌 렌터카 업체들이 테슬라 차량을 처분하는 상황에서, 해당 전략이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모델 Y 스탠더드 <출처=테슬라>

결국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합리적 가격의 전기차’는 이번에도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쉐보레 이쿼녹스 EV, 현대 아이오닉 5, 포드 머스탱 마하-E 등이 4000만 원대의 가격을 제시하며 테슬라의 시장 지배력은 점차 흔들리고 있다.

이번 저가형 모델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또 한 번 소비자 신뢰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