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 자국 처절한 이글스의 비애, 183억 FA 3명은 뭘 하고 있는지

사진 제공 = OSEN

1차전이 류현진 아닌 문동주

1차전 하루 전이다. 그러니까 25일 미디어 데이 때다. (2025년 KBO리그 한국시리즈, LG 트윈스 – 한화 이글스)

이글스 쪽에서 의외의 결정이 릴리스 됐다. “내일 선발은 문동주”라는 발표다. 류현진일 줄 알았는데, 아닌가? 많은 사람들의 의아하게 여겼다.

달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보시다시피 문동주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너무 자신감 넘치게 잘 던지고 있다. 날짜상으로도 문동주가 맞다.”

납득이 간다. 워낙 눈부신 투구였다. 플레이오프 때 말이다. 불펜 투수로 역할을 다했다. 2경기에서 6이닝 3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의 기염을 토했다. 평균자책점(ERA)은 당연히 제로(0)다.

첫 경기에서는 최고 구속이 162㎞(엄밀하게는 161.6㎞)를 찍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MVP도 그의 몫이었다. 그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간다. 그런 기용 의도일 것이다.

당사자의 각오도 남다르다.

“LG를 상대로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만나게 됐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마음은 남다르다.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0.2이닝 6실점)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경기 임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5회도 못 채웠다. 안타 4개(홈런 1개 포함)를 맞고, 4사구 3개를 허용했다. 탈삼진은 3개밖에 없다. 4실점 중에 자책점이 3개다. 패전 투수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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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투수 뒷목의 부항 자국

역시 무리였다. 가을 야구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4일 휴식으로는 충분치 않다.

구속이 이를 입증한다. 이날 최고는 154㎞로 밖에 나오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때에 비해 4~6㎞는 떨어진 모습이다. 변화구도 말을 듣지 않는다. 스플리터가 자꾸 빠진다. 1회부터 폭투가 나왔다.

피로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장면도 포착된다. 뒷목에 제법 선명한 ‘피멍 자국’이다. 아마 부항을 뜬 자리인 것 같다.

부항(附缸, Cupping)

부항은 부항단지 안에 음압을 조성하여 피부에 흡착시킴으로써 피를 뽑거나 울혈을 일으켜 물리적 자극을 주는 치료법이다. 오래전부터 동서양에서 민간 치료의 하나로 발전해 왔다. (중략) 통증 감소, 면역 기능 향상 등에 효과가 있어 한방에 널리 사용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제 겨우 21세다. 그 나이에 엎드려 피를 뽑고 있다니. 상상만으로도 그렇다. 안쓰럽기 그지없다. 말 못 할 아픔과 피로, 고단함이 느껴진다.

하긴. 문동주는 약과다. 포수 최재훈 앞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적어도 부항 자국만 보면 그렇다.

TIVING 중계화면

뒷목이 온통 검붉은 자국

이미 플레이오프 5차전 때부터다. 최재훈의 뒷목은 훨씬 더 선명하고, 많다. 검붉은 자국이 3~4개 이상인 것 같다.

가장 체력 소모가 심한 자리다. 시즌 종반부터 쉬는 날이 별로 없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때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매 경기 선발 출장 중이다. 오히려 멀쩡하다면 이상할 지경이다.

어디 둘 뿐이겠나. 대부분이 비슷할 것이다. 6개월 넘는 페넌트 레이스를 소화했다. 며칠 간의 휴식기가 있었다. 그 시간도 편히 쉴 수 없다. 훈련에, 연습 경기에, 상대 분석에….

그리고 플레이오프가 시작됐다. 전쟁 같은 5게임을 치렀다. 도망가면 따라오고, 달아나면 쫓아온다. 피 말리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고비를 넘겼다. 이윽고 한국시리즈다. 그러나 더 큰 산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걸 넘기 위해서는 지친 몸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장담컨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부항 자국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목 뒤만이 아니다. 등에서 허리까지 온통 검붉은 원으로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또, 그런 선수가 꽤 여럿일 것이다.

부항 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찜질, 마사지, 테이핑…. 트레이너실 문턱이 닳는다. 통증과 피로를 달래줄 동서양의 모든 요법이 총동원될 것이다.

최재훈의 뒷목 TIVING 중계화면

1명은 선발 제외, 2명은 엔트리 제외

이런 치열함과는 전혀 딴판이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이면이 존재한다.

1차전 라인업이다. 9번 타자 겸 유격수 자리가 뜻밖이다. 이도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정상이라면 심우준이 들어가야 할 곳이다.

부상인가? 아니다. 그보다는 타격 부진의 영향으로 보인다.

플레이오프 5경기 성적이 처참할 지경이다. 13타수 1안타(삼진 4개)에 불과하다. 타율을 따지면 1할이 안 된다(0.077). 그나마 5타수 1안타였던 이도윤이 낫다는 판단인 셈이다.

유격수 보강을 위해 4년간 50억 원을 투자했다. 어렵게 영입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필요한 순간에 도움이 안 된다. 이날도 선발에서 제외된 뒤 끝내 출장하지 못했다. 내내 벤치에서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이도윤 3타수 무안타)

그나마 심우준은 나은 편이다. 아예 엔트리에도 들지 못한 2인이 있다. 내야수 안치홍과 투수 엄상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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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홍(4년 55억 원)은 1년 내내 슬럼프에 시달렸다. 애를 써봤지만, 반등은 없었다. 정규 시즌 막판에는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혹시 하는 기대는 사라졌다. 아예 가을 야구 참전에 실패했다.

더 아쉬운 것은 엄상백이다. 4년 간 78억 원을 들여 영입한 전력이다. 마운드의 숨통을 틔워 줄 것으로 믿었다. 그래도 PO까지는 한 배에 탔다.

하지만 1이닝도 못 막아줬다. 2차전 9회를 맡겼지만, 홈런(강민호)을 허용한 뒤 교체됐다. 거기가 끝이었다.

이후로는 달 감독의 구상에서 제외됐다. 기자들의 물음에 “좋은 얘기만 하자”면서 대답을 회피할 정도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 제외됐다. 투수를 1명 늘렸는데도, 엔트리에서 빠진 것이다. (추가로 김종수와 윤산흠이 들어갔다.)

트윈스는 강팀이다. 전력의 100%를 풀가동해도 쉽지 않다. 그런데 보강의 핵심 인력 3명이 아무 도움이 못 된다. 183억 원의 투자가 헛돈이 된 셈이다.

대신 남은 것은 부항 자국뿐이다. 그걸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안타깝고, 안쓰러운 이글스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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