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특유재산 분할 안 돼" vs 노소영 "상대가 재벌이라도 여성 몫 공평해야"
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2024. 10. 21. 06:03
1조 3808억 재산분할 만든 'SK주식' 대법원서도 쟁점
최 회장 "SK주식은 나눌 수 없는 '특유재산' 원심이 잘못"
노 관장 "재산분할 제도는 '부부별산제' 보완, 판례도 발전"
최 회장 "SK주식은 나눌 수 없는 '특유재산' 원심이 잘못"
노 관장 "재산분할 제도는 '부부별산제' 보완, 판례도 발전"
7년째 이어져 오는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마지막 단계인 대법원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이 유지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SK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삼은 건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SK주식은 '특유재산(特有財産)'이라며 노 관장과 나눌 수 없다는 게 상고 이유의 주된 내용이다. 반면, 노 관장 측은 30년에 이르는 혼인 기간과 '기여'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재산 분할 비율 35%가 낮으면 낮았지, 높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부부별산제' SK 주식은 '특유재산'…"원심은 편파적"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SK주식은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인 이른바 특유재산이란 주장을 상고이유서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에서 1조원이 넘는 주식분할액이 나온 데는 SK주식이 포함된 것이 무엇보다 결정적이었다.
최 회장 측은 SK주식의 뿌리가 된 대한텔레콤 인수 자금은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2억8천만원을 증여받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변론 과정에서 1994년 당시 약 6개월 동안 이뤄진 4단계 돈의 흐름을 근거로 들며, 대한텔레콤 주식 인수 대금은 선대 회장의 계좌에서 인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시차와 물리적 거리 등을 따졌을 때 돈의 흐름 사이 '동일성'이 유지되지 않는다며 최 회장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한텔레콤의 인수 자금이 된 '종잣돈' 2억8천만원이 최 선대 회장에게서 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원심이 편파적 절차와 진행으로 판결에도 잘못을 미쳤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법상 SK주식은 애초 특유재산이란 판단에서 출발하고, 이를 달리 보기 위해서는 법리상 노 관장 측이 증명에 나서야 함에도 재판부가 최 회장 측에 입증을 요구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의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SK주식에 대한 노 관장 측의 기여를 인정한 원심 판단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기업경영자 재산분할 판례도 들었다. 이를 근거로 대기업의 경우 재산분할 대상은 경영활동으로 창출된 급여 등에 한정될 뿐 주식과 같은 초기 자산은 나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SK주식을 나누기 위해서는 노 관장의 기여도가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항소심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 측으로 흘러 들어가 태평양증권의 인수와 더불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고 봤다. 최 회장 측은 그 근거가 된 약속어음은 증거가 되기 부족하고, 되레 이는 SK 측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퇴임 이후 활동 자금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징벌과도 같은 차원'에서 판단을 했다는 식의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항소심 재판부가 '유책주의(有責主義)'를 공고하게 해석해 최 회장에게 일종의 '괘씸죄'가 매겨진 것 아니냐는 해석과도 결을 같이 한다.
노 관장 "재벌이라 할지라도 무엇이 여성에게 주어질 정당한 몫인가"
노 관장 측은 최 회장 측의 주장이 시대적 흐름과 혼인에 대한 헌법 정신에 비춰볼 때 맞지 않다고 의견서를 통해 반박하고 있다. 노 관장은 항소심 판결에 별도로 상고하지 않았다.
재산분할 제도 자체가 "혼인 중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며 "이는 부부별산제를 보완해 이혼할 때는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하고자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노 관장 측은 '세기의 이혼'이라 불리는 이 사건이 한 개인의 이혼 사건에 그치지 않고, 향후 재산 사건의 기준이 될 거라며, 대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 법과 법원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한 여성이 이혼할 때 그리고 상대방이 재벌이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공평하게 무엇이 여성에게 주어져야 할 정당한 몫이라고 여기고 있는지 표지가 되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노 관장의 내조에 힘입어 SK그룹 경영에 전념해 SK그룹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는 게 노 관장 측의 입장이다. 30년이라는 혼인 기간 등에 비춰볼 때 원심이 노 관장의 몫으로 판단한 재산분할 비율 35%는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노 관장 측은 판례 역시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은 부부공동재산이라는 전제에서 기여도에 따른 재산분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해 왔다고 주장했다. 혼인 중 취득 재산을 대부분 남편 명의로 하는 관행에서 상대방 배우자의 기여도를 입증하기 어려운 점이 고질적 문제였다며, 배우자의 헌신과 희생의 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돼야 한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편파적인 재판 진행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노 관장 측은 쌍방 대리인이 변론 종결에 이견이 없었다며, 최 회장과 노 관장 모두 마지막 기일의 재판에 나와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SK그룹의 영향력을 최 회장을 옹호하는 데 쓰고 있다는 점도 문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세기의 이혼소송이자, 판결문 수정도 거친 만큼 대법원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판단은 대법원이 상고 기록을 받은 시점부터 4개월 안에만 가능해 기한은 다음 달 초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지 않는다면, 최 회장 측이 주장한 상고 이유에 대한 구체적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5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을 맡았던 서울고법은 최 회장이 노 과장에게 재산분할 1조 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8월 최 회장의 동거인으로 알려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김 이사장은 결과에 항소하지 않고, 노 관장에게 위자료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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