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버리고 미제 배트로…오타니 2년째 홈런 1위

사진 제공 = OSEN

이도류의 검이 달라졌다

도대체 식을 줄 모른다. 오타니 쇼헤이(30ㆍLA 다저스)의 타격감 말이다. 아니, 식지 않는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점점 더 뜨거워지는 느낌이다.

하루가 멀다고 펜스를 넘긴다. 홈런 숫자는 벌써 32개다. 내셔널리그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마스셀 오즈나(30개)가 열심히 쫓아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요지부동이다.

한결같이 놀라운 타구들이다. 비거리나 속도가 엄청나다. 어제(한국시간 28일)는 미닛메이드 파크 2층에 꽂았다. 무려 443피트(135m)나 날아갔다. 시속 191㎞의 빠르기였다. 올 시즌 자신의 최고 스피드다.

지금 추세라면 2년 연속 홈런왕이 가능하다. 아메리칸리그(2023년, 44개)에 이어 내셔널리그까지 연달아 제패하는 셈이다.

부쩍 좋아진 파워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다. “매년 오프 시즌에 해왔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팀과 환경, 코치의 조언에 따라 매일 스윙을 개선하려고 시도한다. 그런 결과가 종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재능과 피지컬이 탁월하다. 여기에 열정이 더해졌다. 그게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하다. 다만, 또 다른 요소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템의 변화다. 타자에게는 가장 민감한 게 배트다.

일본인들은 흔히 ‘무사의 칼’로 비유한다. 타자=무사, 배트=칼이라는 인식이다. 어찌 보면 이도류(二刀流)도 그런 식의 표현이다.

과연 그가 쓰는 검(劍)은 뭔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나. 그게 오늘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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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디자이너 출신 창업주

2022년 말이다. 눈길을 끄는 변화가 생긴다. 용품사가 바뀐 것이다. ‘바른생활의 사나이’에게 일본 시절부터 장비를 제공하던 업체가 있다. A라는 일본 회사다. 글러브, 배트, 신발 등을 여기 제품만 썼다. 그곳과 계약 기간이 끝났다.

새로 N이라는 미국 기업과 계약했다. 신발과 글러브에 이 회사 로고를 새기고 뛰기 시작한다.

문제가 하나 있다. N사는 배트를 만들지 않는다. 때문에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 그때 연결된 것이 C라는 회사다. 역시 플로리다에 기반을 둔 미국 기업이다. 즉 일제 배트를 쓰다가, 미제로 바뀐 것이다.

C사는 15년 된 업체다. 굴지의 용품사에 비해 규모나 업력이 짧다. 회사의 이력도 독특하다. 창업주는 데이비드 챈들러라는 인물이다. 본래 가구 디자이너였다. 그러다가 돌연 야구 배트에 매력을 느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반용보다는 엘리트 시장을 지향한다. “세계 최대보다는,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 지향점이다. 최고급 품질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쿠바 출신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를 CEO로 영입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한다.

지금은 쟁쟁한 타자들이 여기 제품을 쓰고 있다. 오타니 외에도 애런 저지(양키스)도 고객이다. 양쪽 리그의 홈런 선두가 모두 이 배트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또 브라이스 하퍼, 카를로스 코레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크리스 브라이언트 등도 애용하고 있다. MLB 점유율이 약 10% 정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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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에서 총소리가 난다”

이 제품의 특징은 소리다. 초기 이용자였던 라울 이바녜스(현재 다저스 부사장)의 기억이다.

“양키스 시절이었다(2012년). 스프링캠프 때 처음 써 봤다. 다들 지나가면서 쳐다보더라. ‘무슨 배트로 치는 거야?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지?’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만큼 맑고 경쾌한 파열음이 났다.”

요즘 오타니 타구에 대한 반응과 비슷하다. “배트에서 총소리가 난다.” “마치 샷건 쏘는 것 같다.” 그런 동료들의 놀라움이다.

비결은 원목의 재질이다. 북미산 단풍나무를 쓴다. 예전에 많이 쓰던 물푸레나무(Japanese Ash)에 비해 딱딱함이 더 하다. 강한 만큼 반발력이 세다. 반면 탄성은 덜해, 잘 부러진다는 단점도 있다. 또 빗맞으면 손에 울림도 크다는 것이 문제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C사 홈페이지에는 각종 모델과 가격이 나와 있다. 주문 제작의 경우 229달러(약 31만 8000원)부터 시작된다. 최고급 사양의 경우 300~400달러가 넘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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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mm의 오차도 잡아내는 감각

배트는 무척 민감한 도구다. 이치로는 별도의 케이스를 갖고 다녔다. 휴미더(humidor)라는 장치다. 본래는 시가를 보관하는 용도다. 습도와 온도 조절 기능을 갖춘 기계다. 여기에 배트를 모셔(?) 놨다.

그는 M사의 제품을 썼다. 40년 경력의 담당자가 따로 작업했다. 명인 칭호를 얻은 구보타 이소카즈라는 장인이다.

“보통은 타자들이 컨디션에 따라 무게나 사이즈를 조절한다. 지치거나, 잘 안 맞을 때는 조금 가볍고 짧은 것을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치로 상은 달랐다. 평생 똑같은 규격만 썼다. 몸에 방망이를 맞춘 것이 아니라, 늘 배트에 맞춰 자기 몸과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타격의 달인으로 불렸던 오치아이 히로미쓰의 일화도 유명하다. 어느 날 구보타 장인에게 찾아왔다. ‘그립 부분 굵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클레임이다.

즉시 측정에 들어간다. 아니나 다를까. 0.2mm 정도 두껍다. 머리카락 2개 정도의 굵기다.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차이다. 그런데 그 정도를 잡아내다니…. 역시 대타자는 다르다는 걸 느꼈다. 그때 처음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 (구보타 명인의 회고)

C사의 경우도 그렇다. 창업주인 챈들러는 여전히 생산 라인에서 활동 중이다. 가장 중요한 공정은 고객과의 소통이다. “애런(저지)이나 브라이스(하퍼) 같은 친구들과는 아마 웬만한 친구들보다 훨씬 자주 통화하고, 텍스트(문자)를 주고받을 것이다.”

그만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뜻이다. 배트의 밸런스, 무게, 굵기, 디자인, 도색에 대한 극히 미세한 부분까지 소비자의 의도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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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배트 쓰면서 홈런이 1.5배

오타니의 경우도 특별하다. 본래 쓰던 일본 제조사도 세계적인 메이커다. 그걸 미국 제품으로 바꿨다. 사실 무척 민감한 부분이다. 그런데 결과가 나쁘지 않다. 숫자가 달라졌다. 구분하면 차이가 꽤 난다.

◇ A사 배트(2018~2022)
1986타수 107홈런 = 18.6타수당 1홈런

◇ C사 배트(2023~현재)
897타수 75홈런 = 12.0타수당 1홈런


4~5게임에 하나 정도 치던 홈런이, 3게임에 하나로 늘었다. 따지자면 1.5배 정도가 증가한 셈이다. 물론 단순 비교는 어렵다.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오로지 배트의 효과라고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일제가 아닌, 미제를 써서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이는 완벽한 현지화를 의미한다.

또 있다. 출신, 지역, 인종이라는 카테고리가 그 앞에서는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동양인, 아시아 스타일이라는 구분도 마찬가지다. 이미 한계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그냥 자체로 ‘최고 레벨’이라는 점을 인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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