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과 위기의식이 만들어 낸 '3할-10홈런' 유격수… 태극마크 찍고 골든글러브 간다

김태우 기자 2024. 10. 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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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리그 유격수 중 유일한 3할 타율-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 달성한 박성한은 태극마크와 골든글러브의 꿈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SSG랜더스
▲ 지난해 타격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해 타격 방향성을 집요하게 연구했던 박성한은 3할 복귀와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으로 그 결실을 맺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지난 2월 플로리다 전지훈련에서 만난 박성한(26·SSG)은 타격 느낌의 수정에 골몰하고 있었다. 겉으로 봐서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았지만, 배트 무게 하나에도 민감한 타자 스스로는 꽤 큰 변화였다. 박성한은 뭔가 자극을 받은 듯했다.

거의 10년을 끌어온 SSG 유격수 문제의 종지부를 찍은 주인공인 박성한은 2021년 첫 풀타임 시즌에서 3할 유격수(.302)의 호칭을 단 것에 이어 2022년 140경기에서도 타율 0.298을 기록하며 공·수 모두를 갖춘 유격수로 공인됐다.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에 군 문제까지 해결한 경력을 더해 SSG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할 자원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23년 성적은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128경기에서 타율 0.266에 그쳤다. 전년 대비 꽤 큰 하락이었다.

스스로 뭔가를 바꿔야 더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고, 자극도 받았을지 모른다. 박성한은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멤버로 발탁돼 더 큰 세계를 봤다. 외국 선수들은 물론, 대표팀 동료들의 기량에도 자극을 받았다. 그렇게 박성한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다. 당시도 좋은 유격수였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말없이 훈련에 매진했다.

박성한은 “방향을 수정해야 뭔가 더 발전이 있을 것 같아서 계속 수정하고 있다. 안 좋았던 습관들 때문에 자세들이 많이 무너졌었다”면서 “대표팀에서 여기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내가 잘 공략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 높은 수준의 투수들을 상대하려면 제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극이 많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연구가 시즌 내내 계속되고 성공을 거두면서 시즌 마지막에는 기분 좋은 훈장도 달았다. 박성한의 공부와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박성한은 시즌 137경기에서 타율 0.301, 10홈런, 67타점, 1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91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 시즌을 다시 썼다. 3할 타자로 다시 복귀했고, 개인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도 기록했다. 올 시즌 리그 유격수 중 3할과 두 자릿수 홈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선수는 박성한 뿐이다. 도루에서도 개인 한 시즌 최다 기록이었고, OPS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유격수였던 박성한이, 이제는 리그 최고 유격수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미는 순간이었다.

시즌 후반 타구에 허벅지를 맞아 그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거나 침체됐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당시 쉰 것이 득이 되며 시즌 막판 가벼운 타격으로 대활약했다. 박성한은 시즌 마지막 10경기에서 타율 0.529(34타수18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기어이 마지막 경기에서 3할에 복귀했다. 3할을 의식하고 있었다던 박성한의 얼굴에는 모처럼 성취감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 올해 리그 유격수 중 공수 전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박성한은 자신에게 자극을 줬던 국제 무대를 향해 다시 한 발 나간다 ⓒSSG랜더스

그런 박성한은 오는 11월 대만에서 열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훈련 소집 명단(35인)에 포함됐다. 아직 최종 엔트리(28인)에 승선한 것은 아니지만, 항저우 당시의 경험과 젊은 선수들을 키우려는 현재 대표팀의 방향성, 무엇보다 올 시즌 성적을 고려하면 최종 엔트리까지 갈 확률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항저우 대표팀 소집 당시 많은 자극을 받고, 그 자극을 토대로 한 단계 성장한 박성한이 조금 더 수준 높은 무대에서 다시 자신의 기량을 테스트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대표팀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면 생애 최초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에 도전한다. 올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쟁쟁한 후보들이 경쟁한다. 후보들 중 누가 받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성적 차이인 가운데 그래도 박성한이 공격 성적과 수비 이닝 등 종합적인 성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수상 전망은 긍정적이다. 어쩌면 박성한의 골든글러브 수상 가도에서 부족한 건 실력이 아닌 지명도일지도 모른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박성한이 마지막 미션까지 쟁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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