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구매 전 꼭 알아야 할 5가지
정승권 건축가의 모듈러 시리즈 2
지난 호에서는 ‘모듈러 건축’의 의미를 알아보고 최근 이 공법이 각광받는 이유와 모듈러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모색해보았다. 먼저, 모듈러 건축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여러 요인들을 짚어보았다. 점점 어려워지는 숙련공의 공급 부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 유입 감소, 경제적·환경적 요인 등 건설업 리스크를 분석했다. 동시에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건축이 상품 구매 행위로 인식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모듈러 건축을 결심한 예비 건축주들이 순차적으로 겪게 되는 과정에 따라 고민하고 짚어 봐야 할 부분들을 안내함으로써 예산을 포함한 건축 계획에 도움을 제공하고자 한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사진 정승권(플레이서스 대표)
1. 건축 가능한 땅인지 확인하는 법적 검토 가장 중요
기존 토지가 있거나 건축을 위해 토지를 구입하고자 한다면 ‘건축 가능’한 토지임을 확인해야 한다. 토지 용도에 따라 지목이 구분되는데 전/답/임야/대지/… 등으로 분류되며 각각 특정 용도와 규제에 따르게 된다. 건축이 가능한 대표적인 지목은 ‘대지’이지만, 이외에도 개발 행위 허가를 통해 전/답/임야 등에도 건축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이는 사전에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을 통해 관련 사항을 체크할 수 있다.[그림 1]
건축 가능 여부 외에도 추가적인 심의 및 허가가 필요한 구역 지정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진행 시간 및 비용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니 추가로 체크돼야 할 사항이다.
지목이 대지가 아닌 경우, <건축법> 이전의 상위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전의 경우에는 <농지법>, 임야는 <산지법>이 상위법이며, 관련 부서에 농지 및 산지 전용이 이뤄진 뒤 <건축법>을 논할 수 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대지>전 또는 답>임야 등의 순으로 진행 난이도가 낮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판단이 어려운 경우 해당 지자체 관련 부서 및 건축설계사무소에 건축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고 진행해야 한다.
최근 개정 예정인 ‘농촌체류형쉼터’ 내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기존 ‘농막’ 설치 기준을 완화해 개발행위 허가 및 건축 신고 등의 인허가 없이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만으로 연면적 10평 규모의 건축이 가능하다. 기초공사가 일반 매트 기초가 아닌 독립 기초 방식으로 진행돼야 되고, 존치 기간의 제약이 있으므로 모듈러 건축이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다.[그림 2]
2. 설비 제반 조건: 상수, 정화조, 전기
건축이 가능한 법적 검토가 끝난 토지라면 이어서 건물을 짓기 위한 토목 제반 조건을 파악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집은 물을 사용하고 오수 및 하수를 배출하고 전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하기에 여기에 따른 공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부분에 제약사항이 있다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거나 최악의 경우 건축 계획이 불가할 수도 있다.
급수 해당 대지에 지방 상수도관이 인접해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다소 거리가 있다면 지역 수도사업소를 통해 수도 인입공사를 신청해야 한다. 이는 거리에 따라 공사비가 책정되기에 만만치 않은 비용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지하수 굴착 비용과 따져 보아 급수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정화조 집에서 배출되는 오수 및 하수는 지자체의 규칙에 따라 정해진 정화조 방식을 따른다. 공공 오수관이 대지와 인접한 구간에 있다면 관로 연결 공사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이는 지자체에서 면허를 준 전문 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최초 인입공사 이후 별도의 정화조 관리가 필요 없는 장점이 있다. 인접한 공공 오수관이 없다면 단독 정화조를 지자체의 지정에 따라 설치하게 되는데 정화조에서 최종 배출되는 오·하수로 인해 이웃에서 민원이 발생할 수 있을지를 판단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전기 기존 대지가 아닌 개발 행위가 필요한 토지인 경우, 전기 인입이 가능한 토지인지 한국전력공사를 통해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전기 인입이 가능하다면 토지까지의 선로공사는 한전에서 실행하며 건축주는 신청 전력에 따른 인입 비용만 납부하면 된다.
3. 토지 제반 조건: 대지 경계, 도로, 경사도
건축을 하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거나 기존 토지를 활용할 시 내 땅의 형태 및 동선과 관련된 사항, 그리고 지면의 컨디션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이용계획상 건축이 가능한 부지라 할지라도 실제로는 건축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지 경계 지적공사에서 대지 측량을 통해 표시한 경계 말뚝과 그 기준으로 작성된 지적측량성과도가 없다면 모든 과정의 첫 단계로 진행해야 한다. 간혹 인접 타 부지가 우리의 대지 경계를 침범하거나 우리의 건축 계획이 타 부지를 침범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건축 이후 분쟁이 없도록 충분한 사전 검토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 경사지에 위치한 부지라면 심한 경사 영역이 대지 안에 포함돼 있지 않은지 사전 파악이 필수이다.
도로 건축 예정 부지는 도로와 맞닿아 있어야 건축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소위 ‘맹지’로서 건축이 불가하며, 도로로 통하기 위한 확보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 국가의 토지라면 도로점용허가가 추가로 필요할 수 있고, 타 개인의 소유라면 토지사용 승낙이 필요할 수 있다. 기존 도로가 있다 할지라도 지적도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행 도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검토해야 한다. 또 도로와 인접해 접도구역이 포함된 대지라면 도로의 기능과 안전성 보장을 위해 인접한 일부 영역에 특정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한다.
경사도가 심한 토지의 경우, 건축 예산의 추가비용을 예상해야 할 수도 있다. 건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부지 평탄화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성토 또는 절토가 필요하다. 또 인접 부지 및 인접 도로 대비 레벨이 낮다면 빗물 유입 등을 고려해 토지를 높이는 성토 작업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4. 주변 민원 사항
건축을 한다는 것은 그 해당 지역민의 일원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사 중 소음, 분진의 피해를 예측하고 이웃주민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사전 준비하는 것도 효율적인 건축 공정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내가 계획한 건물이 기존 건물의 일조권이나 조망권 등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는지도 사전 검토 및 협의를 하여 공사 중 민원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도록 미리 체크해야 한다.
5. 모듈러 건축을 위한 입지 조건
모듈러 건축은 건축물의 부분 요소를 사전에 제작해 해당 부지로 운송한 후 설치하는 공법이다. 따라서 대지로 진입하는 운송 조건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해당 부지로 운송할 수 있는 최대 모듈로 제작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에 진입 도로의 폭, 높이 제한 등이 검토돼야 한다.
평균적으로 도로 폭 3m 이상, 도로 1m 이상 높이의 4m 유효 폭, 높이 4.5m 정도의 여유치가 요구되는 편이다. 전봇대의 많은 전선 및 구조물 등으로 모듈 이적이 불가할 수도 있다. 또 현장에서 지게차 혹은 크레인을 통해 모듈을 이적·시공하기 때문에 작업 여유 공간도 충분해야 한다. 만약 건축 모듈 운반에 제약사항이 다수 존재한다면 벽체만 사전 제작해 운송하는 패널라이징 공법으로 하향 조정할 수도 있다.[그림 3]
모듈러 건축 역시 토지가 확보된 이후 진행되는 현장 건축의 대안인 공법 중 하나이다. 현장 건축이든 모듈러 건축이든 간에 건축물이 서기 위한 토지의 조건은 동일하다. 다만, 모듈러 건축의 경우 건축 모듈이 제작돼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이 추가로 고려된다고 볼 수 있다.
건축을 위해 토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위치나 경관과 같은 1차적인 분석으로 결정할 경우 건축 과정에 애로사항이 많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공사기간을 지연시키거나 추가적인 공정이 필요해 결국 추가적인 예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때문에 면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 호에서는 건축 계획의 방법을 사례를 통해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