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삼성을 상대로 수출 관련하여 장난을 치자'' 움직이기 시작한 이재용 회장

반도체 심장 겨냥한 일본의 기습 조치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했을 때,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사실상 ‘심장’을 정조준당한 충격에 빠졌다.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은 당시 삼성전자 공정에서 거의 전량을 일본에 의존하던 품목이었고, 단 며칠만 공급이 끊겨도 라인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자재였다. 일본의 조치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나온 조치였기에, 한국에서는 명백한 경제 보복으로 인식됐다. 삼성 내부에서도 “재고가 버티는 동안 대체선을 못 찾으면 실제 생산을 멈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됐다.

처음 일본 측이 내놓은 설명은 ‘수출관리 강화’라는 행정 용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한국 기업만을 겨냥한 선택적 통제에 가까웠다. 기존의 포괄허가 대신 건별 개별허가로 전환하면서, 서류 심사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메모리·파운드리 공정에서 이 소재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일본의 규제는 삼성의 미래 먹거리와 한국 반도체 경쟁력을 동시에 겨냥한 ‘위협구’로 해석됐다.

답 안 주는 일본을 뒤로하고, 곧장 글로벌 공급망으로 시선을 돌리다

일본 발표 직후 이재용 회장은 곧바로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경영진 회의에서 소재 재고 현황과 공정별 의존도를 직접 보고받은 뒤, 우선 일본 현지 상황을 확인하겠다며 도쿄행을 택했다. 주요 소재 공급업체와의 면담, 일본 재계 인사 접촉 시도가 이어졌지만, 기업들 상당수는 “정부 허가 없이는 답을 줄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회사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기에는 이미 일본 내 정치·관료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현실이 분명해진 순간이었다.

상황이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삼성의 대응 방향은 빠르게 바뀌었다. 일본발 해법에 매달리기보다, 유럽·동남아 등 제3국에서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 축을 옮긴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일본 방문 직후 유럽과 동남아 주요 도시로 이동해 소재·화학·장비 기업들을 잇달아 만나며, 대체 공급망과 우회 수입 가능성을 타진했다. 동시에 국내 소재·장비 기업들과의 긴급 회의도 소집해, 단기간에 공정 적용이 가능한 국산 대체 후보를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을 지시했다.

제3국 우회 수입·대체 소재 테스트·재고 전략이 동시에 가동됐다

삼성이 취한 첫 단계는 ‘시간 벌기’였다. 일본산 소재를 직접 들여오기 어렵게 되자, 일본 외 지역에 생산 기지를 둔 글로벌 화학업체나 일본 업체의 해외 법인을 활용한 우회 수입 루트가 우선 검토됐다. 일부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이외 지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을 확보해 긴급 투입했고, 협력사들에게는 일본산 소재·부품 재고를 최소 90일 이상 확보하라는 지침이 내려갔다. 동시에 재고 운영 전략을 조정해, 단기간 생산량을 미세하게 줄이면서도 고객사 공급 차질을 막는 시뮬레이션도 병행됐다.

다음 단계는 공정 조건을 바꿔서라도 대체 소재를 쓸 수 있는지 검증하는 작업이었다. 중국·유럽·국산 소재 후보들을 대상으로 라인 테스트를 진행해, 수율 저하를 얼마나 보정할 수 있는지, 불량률 관리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촘촘히 따졌다. 일부 공정에서는 순도를 높인 중국산 불화수소를 시험 투입해 일본산과 유사한 성능을 구현했고, 포토레지스트·폴리이미드 분야에서도 국산·유럽산 후보군을 단계적으로 확대했다. 과거에는 수율 우려 때문에 망설였던 국산 소부장에 대해, “위기 대응용”이 아니라 본격 전용을 전제로 한 대규모 테스트가 처음으로 돌아간 시점이었다.

일본 의존도 낮추며, 국산·대체 공급망을 동시에 키운 결과

수개월 동안 이어진 이런 다각도의 대응 끝에, 삼성은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소재 공급망을 상당 부분 재편하는 데 성공했다. 일부 품목은 일본산 비중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국산·제3국산 비중을 크게 높였다. 특히 그전까지 도입을 망설이던 국내 소재 업체 제품들이 본 라인에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국산 소부장 산업 전반의 레벨업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 이전 10~20%대에 머물던 일부 핵심 소재 국산화율이 수년 만에 70% 이상으로 올라선 사례도 보고됐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대형 수요기업은 국산 소재에 일정 물량을 의무 할당하거나,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품질 개선과 안정적 판로를 동시에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단기적으로는 테스트 비용과 수율 리스크를 떠안는 선택이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국가와 기업에 치우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본의 ‘장난’으로 시작된 수출 규제가, 역설적으로 한국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를 자립 방향으로 밀어 올린 셈이다.

일본발 위기가 글로벌 공급망 전략 재편의 기점이 됐다

2019년 수출 규제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은 코로나19,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여러 차례 흔들렸다. 그럼에도 한국 반도체 생산이 치명적 마비 없이 버텨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 규제 당시 마련한 대체 공급망과 국산화 기반이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 따라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다는 위험을 실제로 경험한 뒤, 삼성은 공급선 다변화와 전략 재고, 장기 구매 계약, 해외 생산기지 다각화 같은 ‘컨틴전시 플랜’을 상시 운영 체계로 흡수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 반도체를 압박해 우위를 유지하려 했던 전략이, 결과적으로 자국 소재·장비 산업의 고객 이탈과 한국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불러온 셈이 됐다. 반도체 완제품 시장에서 삼성·SK가 이미 압도적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소재·부품까지 탈일본이 진행되자 일본 내부에서도 “과도한 정치적 대응이 자충수가 됐다”는 반성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2019년 위기가 단순 에피소드가 아니라, 한국 반도체 공급망 전략이 ‘위기 대응형’에서 ‘자립·다변화형’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된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낸 반도체 공급망 경험을 더 단단히 만들자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를 무기로 삼아 삼성과 한국 산업을 압박하려 했던 2019년 여름은, 이재용 회장과 국내 반도체 업계가 글로벌 공급망을 다시 설계하는 출발점이 됐다. 일본 답보 상태에서 곧바로 유럽·동남아로 눈을 돌려 대체선을 찾고, 국산 소부장과 제3국 소재를 실제 라인에 올려 본 경험은 이후 어떤 외부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질 개선의 기반이 됐다. 이때 쌓인 공급망 재편 노하우와 기술 자립 의지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국 반도체 산업이 국가 단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적 선택을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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