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경차가 3천만원? 누가 사”…욕먹던 ‘레이EV’ 반전, 아빠車 노린다 [최기성의 허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10. 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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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EV, 보조금 받으면 2천만원대
40대가 아빠차와 세컨드카로 선호
40대 남녀 모두 선호하는 기아 레이 EV [사진출처=기아]
“그 돈에 누가 경차 사냐”

경형 전기차인 기아 레이 EV가 30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에도 불구하고 월 1000대 이상 팔리면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30일 올해 1~8월 국산 전기차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레이 EV는 이 기간 동안 8555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레이는 3만3378대가 팔렸다. 올해 판매된 레이 4대 중 1대가 EV인 셈이다.

레이 EV는 기아 전기차 중 가장 많이 판매됐다. 기아 전기차 선봉장 역할을 담당한 EV6는 7248대, 후발주자인 EV3는 5977대로 집계됐다.

국산 전기차 판매순위에서는 1만114대 팔린 현대차 아이오닉5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기아 레이 EV [사진출처=기아]
출시 1년 성적도 뛰어나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레이 EV는 지난해 9월 출시된 뒤 올해 8월까지 1만2106대 판매됐다.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는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달성했다. 1위인 테슬라 모델Y는 2만4240대, 2위인 아이오닉5는 1만4662대 각각 팔렸다.

레이 EV는 국내에서 전기차 성장세를 이끌었던 테슬라 모델3와 EV6보다 많이 판매됐다.

인기 비결은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에 있다. 보조금을 받기 전 가격이 3000만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여겨진다.

레이 EV 가격은 2775만~2955만원이다. 풀옵션을 선택하면 3080만원에 달한다. 싼 맛에 탄다는 경차 수준을 넘어섰다.

풀옵션 모델이 2000만원에 육박해 “누가 그 돈에 사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가솔린 모델보다도 비싸다.

기아 레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가격 부담은 보조금이 덜어준다. 국고 보조금은 452만원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2000만원 안팎에 구입할 수 있다.

총 보조금은 서울 556만원, 인천 660만원, 광주 710만원, 대구 657만원, 부산 616만원이다. 보조금이 가장 많은 경북 울릉에서 레이 EV를 살 때는 1356만원을 지원받는다.

전기차는 경차와 찰떡궁합이라는 평가도 레이 EV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경차는 세컨드카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모델이다.

연료효율성이 뛰어나고 주행거리가 짧고 주차도 편해서다. 전기차와 결합하면 경차의 장점은 더 부각된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짧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레이 EV는 35.2kW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공기역학 성능을 높여주는 배터리 전방 언더커버를 적용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복합 205km, 도심 233km다. 출퇴근용이나 근교 나들이용으로 쓰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150kW급 급속 충전기 기준 배터리 용량 10%서 80%까지 채워지는 데 40분 걸린다. 7kW급 완속 충전기 기준으로는 10%에서 100%가 되는데 6시간 걸린다.

게다가 레이 EV는 경형 전기차로 분류돼 개별소비세·교육세·취득세가 면제되며 개인사업자·법인사업자는 부가세도 환급받을 수 있다.

유지비도 더 아낄 수 있다. 탈수록 돈 아껴주는 자동차가 되는 셈이다.

기아 레이 EV 충전 장면 [사진출처=기아]
일반적으로 경차는 여성이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레이 EV는 예외다. 남성 구매 비중이 높다.

출시 1년간 개인이 구매한 레이 EV를 성별로 분류해본 결과다. 개인 구매대수 8503대 중 5693대는 남성, 2810대는 여성 몫이었다. 구매비중은 남성이 67%, 여성이 33%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 비중이 44.1%로 가장 높았다. 30대는 23.7%, 50대는 18.9%, 60대 이상은 10.5%, 20대는 2.8%로 나왔다.

또 남녀 모두 40대가 가장 큰 손으로 나타났다. 아빠차 구매자인 40대 남성은 2661대, 세컨드카 구매자인 40대 여성은 1088대를 각각 구매했다.

30대 남녀도 레이 EV를 많이 샀다. 각각 1227대와 790대 구매했다.

반면 20대 남녀는 레이 EV 구매에 가장 소극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각각 139대와 95대를 샀을 뿐이다.

기아 EV3 [사진출처=기아]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캐즘과 전기차 공포증의 탈출구는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에 있다는 사실을 레이 EV가 증명했다고 분석한다.

레이 EV에 이어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EV가 침체된 전기차 시장에 활력소가 될 것으로도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경기 불황, 비싼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초기 수요 충족에다 벤츠 EQE 화재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빙하기’가 오고 있다”면서도 “레이 EV 판매실적에서 알 수 있듯이 가성비가 ‘해빙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레이 EV 판매호조에 자신감이 붙은 기아는 가성비가 우수한 EV3를 뒤이어 내놨다”며 “현재 판매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EV3는 레이 EV 성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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